"재정능력 아닌 '약속이행' 따졌다"…정부 '4이통 취소' 결정

배한님 기자 2024. 6. 14.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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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과기정통부, '스테이지엑스' 주파수 할당 취소 절차 개시
"초기자본금 2050억, 사업자가 직접 명기…주주 확약조차 없어"
청문 거쳐 취소 여부 확정…'반전' 가능성 낮아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이 1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스테이지엑스 주파수 할당 취소 예정 관련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7전8기'를 꿈꾸던 제4이통사 도전이 무산될 전망이다. 주파수 할당 기업으로 선정됐던 스테이지엑스가 당초 계획했던 초기자본금을 납입하지 못했고 주주구성도 신청 당시와 달라 정부가 더는 4이통사를 추진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부는 스테이지엑스의 재정 능력을 을 문제삼은 것이 아니라 사업자가 약속했던 '초기자본조달계획'을 지키지 못한, 신뢰의 문제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강도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2차관은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스테이지엑스의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선정 취소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스테이지엑스는 지난 1월31일 주파수 경매를 통해 5G 28㎓ 대역 800㎒(26.5~27.3㎓) 폭을 4301억원에 낙찰받았고, 지난 2월5일 주파수 할당 대상 법인으로 선정됐다. 관련법에 따라 스테이지엑스는 선정 3개월 내로 주파수 대금 10%와 관련서류를 제출해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었다.
자본금 턱없이 못채워…정부 "500억원도 안 돼"
스테이지엑스는 지난달 7일 △할당대가의 10%(430억1000만원) 납부 영수증 △법인 등기사항 전부증명서(법인등기부등본) △주식 납입금 보관 증명서(자본금 납입 증명서) △할당조건 이행각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과기정통부 검토 결과, 스테이지엑스는 자본금 납입 증명서에 명시한 초기 자본금 2050억원을 채우지 못했다. 과기정통부는 이 초기자본금 규모를 정부가 아닌 스테이지엑스가 직접 설정했다고 강조했다. 스스로 설정한 규모의 자본금을 납입하지 못한 사업자에게 기간통신사업자 인가를 내주긴 어렵다는 판단이다.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의 실제 자본금 납입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언론 보도 등에 언급된) 500억원에 미달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기준 법인등기부등본에는 자본금이 1억원으로 기재 돼 있다. 또 스테이지엑스는 3분기까지 자본금을 납입하겠다고 답변했지만, 과기정통부는 복수의 법률자문을 거쳐 "필요서류 제출시점인 지난 5월7일까지 초기 자본금이 납입 완료돼야 한다"고 확인했다.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 구성 주주, 또 주주별 주식소유비율도 애초 주파수 할당 신청서 내용과 크게 달랐다고 밝혔다. 지분 5% 이상을 보유하게 되는 주요 주주 6곳 중 지난달 7일까지 자본금을 일부라도 납부한 곳은 스테이지파이브 1곳뿐이었다. 기타 주주 4곳 중 2곳도 납입하지 않았다. 이날 브리핑에 배석한 류제명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주파수 할당 제도 근간에 따라 신청 당시와 현 시점의 주주구성이 다르다면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할당을 받으려 한다는 해석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 실장은 또 "자본금 규모와 주주구성 등은 설립 예정 법인과 실제 법인의 동일성을 확인하는 아주 실체적인 내용인데,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이라며 "예전의 (기간통신사업자 허가제처럼) 재정적 능력을 '심사'하는 문제가 아니었다"고 재차 강조했다.

/자료=과학기술정보통신부
주주들 '투자 미확정'…"인가나도 자본금 없을수도"
스테이지엑스 외 주요 구성 주주들이 투자 계획조차 확정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과기정통부는 3차례(5월9일·5월21일·5월23일)에 걸쳐 각 주주의 자본금 납입 증빙서류를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이에 대해 스테이지엑스는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 지위 확보 이후 출자를 위해 필요한 절차를 이행할 예정"이라는 답변을 보냈다.

그러나 과기정통부는 주요 주주와 별도로 접촉해 자본금 납입계획을 확정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5일 스테이지엑스를 비롯한 야놀자·더존비즈온·휴맥스·신한투자증권 등 컨소시엄사 5곳이 정기 간담회를 열고 관계를 과시했으나, 사실상 이들의 스테이지엑스 참여 여부는 확신할 수 없었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시각이다.

류 실장은 "스테이지엑스가 주주들과 체결한 출자요건확인서에는 (기간통신사업자) 인가 후 2개월 이내에 투자 '확답'이 아니라 투자 '여부'를 통보한다고 돼 있다"며 "이에 따르면 (정부 인가 후) 두달 뒤에도 자본금이 전혀 없는 회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류 실장은 "4월18일까지 스테이지엑스로부터 2050억원 자본금 납입에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나, 4월19일 카카오 계열사로부터 분리되는 공정거래위원회 문제로 자본금 (2050억원을) 나눠서 납입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며 "이후 서류 제출 기한인 5월7일까지 3주간 자본금 납입이나 주주 구성에 문제가 있으면 (할당 선정) 취소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수차례 안내해 드렸다"고 밝혔다.

과기정통부는 스테이지엑스에 주파수 할당대상법인 선정 취소 처분 예정임을 사전 통지하고 향후 행정절차법에 따라 청문을 거쳐 취소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스테이지엑스가 이미 납입한 주파수 대금 10%는 사업자에게 다시 돌아간다.

반면 스테이지엑스는 이번 결정에 대해 "유감"이라며 "향후 청문 절차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필요한 법적·행정적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제4이통사 선정 취소를 계기로 주파수 할당 관련 제도 전반을 개선할 계획이다. 강 차관은 "신규 이통사의 시장 진입으로 통신시장경쟁을 촉진해 가계 통신비 인하, 투자 경쟁 등을 통한 ICT 생태계 발전 효과를 기대했으나, 법인 선정 취소 예정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돼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주파수 할당 공고 관련 여러 내용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종합적 연구반을 구성해 제도 개선 문제를 집중적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2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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