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두고 맞붙은 LS전선 vs 대한전선
대한 “2009년부터 해저케이블 연구… 자력으로 설비 설치·건설 역량 갖춰”
경찰이 LS전선의 해저 케이블 기술이 공장 건축 설계업체를 거쳐 경쟁사인 대한전선으로 유출됐다는 의혹에 대한 수사에 나선 가운데, 각 사가 현 상황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LS전선은 “기술 유출이 사실일 경우 민형사상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고, 대한전선은 “당사는 이미 해저케이블 설비 및 생산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맞받아쳤다.
14일 전선업계에 따르면, 경찰은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을 유출한 혐의로 건축 설계업체 관계자 등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해당 건축 설계업체가 과거 LS전선의 고전압 해저케이블 공장을 시공하는 과정에서 기술에 대한 정보를 얻어, 최근 해저케이블 공장을 건설한 대한전선에 빼돌렸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의혹이 불거지자, LS전선은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LS전선은 약 20년간 해저케이블 공장과 연구개발(R&D) 등에 약 1조원을 투자해 오고 있다”며 “기술 유출이 사실일 경우 회복이 어려운 손해를 입어 피해가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특히 500kV(킬로볼트)급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의 경우 국가핵심기술로 제조 기술과 설비 관련 사항이 다른 국가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보와 국민 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LS전선은 2007년 전 세계에서 4번째로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개발하고 2009년 국내 최초의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을 준공했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 건축 설계는 일반 공장의 설계와 달리 장조장, 고중량의 케이블 생산·보관·이동을 위한 설비 배치에 대한 것”이라며 “도로로 이송할 수 없어 공장에서 항구까지 이송하는 방법에 대한 설계도 보안 사항에 해당하고, 이런 업계 특성으로 인해 후발 업체들의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LS전선은 “해저케이블 공장의 설계는 특수 설비의 하중, 배치, 수량 등을 포함하기 때문에 (설계업체가) 경쟁사의 공장을 설계하게 되면 기술 유출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경쟁사와 거래를 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수사 상황을 예의 주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전선도 이날 별도의 설명자료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대한전선은 “6월 14일 현재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을 유출한 혐의에 대해 피의자로 특정되거나 관련 통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경찰이 지난 6월 11일에 진행한 대한전선 해저케이블 공장 현장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은 피의자인 건축 설계업체 관계자의 혐의 입증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다수의 건축 설계업체 중 해당 업체를 선정했다”며 “해당 업체는 케이블 설비 및 제조 기술에 대한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고, 당사 해저케이블 1공장에 설치한 수직연합기, 턴테이블, 갱웨이 등의 해저케이블 생산 설비는 국내외의 전문 업체를 통해 제작 및 설치했다”고 해명했다.
또한 “해저 1공장의 레이아웃은 2016년 이후 해저케이블을 생산하며 쌓아온 기술적 노하우를 접목, 자체 설계해 배치한 것”이라며 “고압급 해저케이블과 HVDC 해저 케이블을 생산할 2공장의 경우에는 아직 부지 확정 전으로 설계 도서를 작성하지 않았으며, 유럽 최대의 케이블 설비 업체인 M사로부터 관련 프로그램을 구입해 활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에 대한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설비의 특수성과 배치 등에 대한 기밀성 때문이 아니라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을 짓는데 들어가는 자금이 막대하기 때문”이라며 “대한전선은 명실공히 케이블 관련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노하우를 확보한 전문 기업으로, 자력으로 해저케이블 설비를 설치 및 건설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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