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희망버스에 오른 순천 시민들 "끝나지 않은 탈핵…연대만이 희망"

전남CBS 박사라 기자 2024. 6. 14.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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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희망버스에 오른 순천, 광양, 곡성, 구례, 하동, 보성 참가자들. 독자제공


지난 8일 밀양 송전탑 행정대집행 10년을 맞아 전국에서 '다시 타는 밀양희망버스'를 운영했다. 전남에서는 순천, 광양, 곡성, 구례, 하동, 보성 주민 50여 명이 버스 2대를 타고 순천에서 출발했다.

특히 이 가운데 순천별량중학교 9명의 학생과 교사가 함께했다.

학생들을 인솔한 주희주 교사는 "밀양 행정대집행 10년을 맞아, 탈핵 탈송전탑 문제가 우리들의 삶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며 "학교에서 밀양 송전탑 관련 글을 학생들과 함께 읽고, 1학년 학생들이 직접 도안한 단체 티셔츠를 입고 참석했다"고 전했다.

순천에서 출발한 참여자들은 사전프로그램으로 밀양 용회마을 102번 송전탑을 찾아 주민들을 만났다. 10년 전 행정대집행의 아픔을 이야기하듯 하루 종일 비가 내렸다. 102번 송전탑은 논 한가운데 우뚝 솟아 있었고, 산 중턱에는 또 다른 송전탑이 이어져 있었다.

102번 송전탑은 2012년 1월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던 이치우 어르신이 한국전력과 용역의 폭력과 싸우다 분신한 장소였고, 그로 인해 밀양송전탑 투쟁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곳이라 용회마을 주민과의 만남은 더욱 큰 울림이 있었다.

102번 송전탑은 빗물을 타고 전기를 흘러보내고 있었고, 10년 전 행정대집행의 폭력은 여전히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지난 8일 전국 197개 단체는 밀양 영남루 맞은편 둔치에서 '밀양 송전탑 6.11 행정대집행 10년, 윤석열 핵폭주 원천봉쇄 결의대회'를 열었다. 독자제공


밀양희망버스 참여자들을 맞이한 밀양 용회마을 김옥희(70) 어르신은 "깜빡했는데 벌써 10년이 지났다. 그때 우리는 개같이 끌려 나오고 사람 취급을 못 받았던 시절이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는데도 전국에서 연대자들이 이렇게 많이 올 줄은 사실 몰랐다"며 "조용히 보내려고 했는데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박은숙(53)씨는 "너무 뭉클했다. 비가 오는 와중에 밀양을 잊지 않고 찾아오신 마음이 너무 감사하다. 밀양을 모르고 오신 분들도 밀양에 큰 힘을 보태주러 와서 감사하다"라며 울먹였다.

순천별량중학교 1학년 학생은 "경상남도 어느 시골에 세워진 40층 높이의 송전탑에 대해 기사와 뉴스를 보고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며 "10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을 물려받을 후손들을 위해 싸우셨다는 것이 존경스럽고 감사하다. 밀양 할매들과 연대자들을 위해 조금이라도 힘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갖고 힘과 위로를 보내겠다"고 편지글을 낭독하기도 했다.

밀양송전탑반대대책위 박은숙 주민대표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이렇게 밀양을 다시 찾아주셔서 너무나 고맙다"며 "우리 143가구 주민들은 아직 합의하지 않고 이 부당한 공사를 인정할 수 없다. 관심없는 척 어딘가에서 듣고 있을 한국전력공사는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공사강행과 마을공동체 파괴에 대해서 책임있게 사과하라"고 토로했다.

이어 "핵발전소를 어느 곳에 가서 짓는다 하더라도 새로운 초고압 송전탑 없이는 핵발전소를 만들 수 없다"며 "또다시 밀양과 같은 끔찍한 일이 반복돼서는 안된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폐기시키는데 함께 해달라. 탈핵, 탈송전탑에 함께 해 달라"고 호소했다.

주민들과 참가 단체들은 공동결의문을 통해 △신규핵발전소 건설·노후 핵발전소 수명연장·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폐기 △밀양 청도 초고압 송전탑 철거 △동해안~신가평 초고압 송전선로 건설 계획 철회 △주민과 노동자 등 모두를 고려한 정의로운 정책 추진' 등 4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밀양희망버스에 오른 순천 별량중 학생들. 독자제공

​순천에서 온 '밀양희망버스' 참가자는 "밀양에 대해 자세히 몰라 다가가기 힘들었지만 이번 기회로 알게 되었다"며 "탈핵탈송전탑 운동에 관심을 가지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른 참가자는 "우리 싸움의 상대는 결국 핵발전이며 싸움의 동력은 연대의 힘, 우정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또 다른 참가자는 "밀양희망버스는 국가폭력에 맞서 후대들을 위해 싸우시는 밀양 할매들의 삶과 우리들의 오늘과 내일을 연결해 주었다"며 "탈핵탈송전탑 싸움은 끝나지 않았음을, 연대의 힘으로 다시 희망을 만들어간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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