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도 공보의 외면…"월 200만원 받고 전역한 뒤 개업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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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대통령선거 때 여야 후보가 동시에 쏘아올린 '병장 월급 200만원' 포탄이 병역의무의 판을 완전히 흔들고 있다.
올해 병장 월급은 더 늘어 125만원, 내년에는 150만원에 도달하게 된다.
사실상 올해 병장 월급은 40만원을 더한 165만원인 셈이다.
병장 월급이 200만원이 된다면 하사·소위 월급보다 높아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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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개월 근무에 월급 엇비슷
공보의 1년 만에 35% 급감
28개월 복무하는 ROTC
서울대 재작년 임관 9명뿐
"병역특례 급감 해결 위해
복무기간·월급 개선 필요"
◆ 병장월급 후폭풍 ◆
#1 지방 의대를 졸업한 A씨(26)는 최근 공중보건의로 병역 의무를 이행하려다 포기했다. A씨는 "육군 현역 복무기간이 18개월밖에 안 되고 내년 병장 월급도 200만원이 된다는데, 같은 200만원을 받으면서 37개월간 공보의 생활을 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짧게 복무하고 나와 개업하는 게 돈을 훨씬 많이 벌 수 있다"고 강조했다. A씨는 현재 육군 입대를 기다리고 있다.
#2 국내 1호 학군단(ROTC)인 서울대 학군단은 1963년 1기생이 528명이나 임관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60년이 흐른 2022년 임관한 60기생은 단 9명이었다. ROTC 출신 전역자 B씨는 "재학 중에도 매번 훈련에 나가야 하고 소위 임관을 해도 200만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으면서 28개월(육군 기준)이나 근무하다 보니 사병으로 짧게 군 생활을 마치는 게 이득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지난 대통령선거 때 여야 후보가 동시에 쏘아올린 '병장 월급 200만원' 포탄이 병역의무의 판을 완전히 흔들고 있다. 병역의무 이행을 앞둔 젊은 층과 이들의 부모 표를 노리고 만든 공약이 현실화하면서 병역의무를 수행하는 다른 축인 공보의·군의관과 ROTC·학사장교가 존폐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이다. 장병 복지 향상이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지만 의외의 곳에서 후폭풍이 거세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신규 공보의 수는 716명으로 지난해 1106명보다 35.3%나 급감했다. 지난해 대한공중보건의사협회가 전국 의과대학·전문대학원 학생과 전공의를 대상으로 실시한 군 복무 형태 인식조사를 보면 병역을 마치지 않은 응답자 1395명 중 1042명(74.7%)이 공보의나 군의관이 아닌 현역으로 복무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ROTC 인기도 추락하고 있다. 국방부에 따르면 2015년 4.5대1에 달했던 ROTC 경쟁률은 2019년 3.2대1, 2022년 2.4대1에 이어 지난해에는 1.6대1까지 떨어졌다.
이런 현상이 나타난 배경에는 현역 사병 복무기간 단축과 월급 인상이 자리하고 있다. 현역 사병 복무기간은 지속적으로 줄어들어 왔다. 1968년 36개월에 달했던 육군 현역 사병 복무기간은 1990년대 26개월로 줄었고 2011년에는 군 전투력 강화와 병역자원 부족 해소를 이유로 21개월로 단축했다. 이후 2018년에는 18개월로 줄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반면 ROTC 복무기간은 28개월(육군 기준)로 1968년 이후 55년째 변화가 없다
현역 사병이 받는 급여는 대폭 인상되는 추세다. 1970년대 900원이던 육군 병장 월급은 1991년 1만원을 돌파했고 2020년 50만여 원에 이어 지난해 100만원을 넘어섰다. 불과 3년 만에 두 배로 급증한 것이다. 올해 병장 월급은 더 늘어 125만원, 내년에는 150만원에 도달하게 된다. 현재 군 복무 중인 장병 대부분이 '장병내일준비적금'에 가입하고 있는데, 한 달에 40만원을 납입하면 정부가 같은 금액을 매칭해 지원해주고 있다. 사실상 올해 병장 월급은 40만원을 더한 165만원인 셈이다. 정부는 내년에 매칭 금액을 55만원으로 올려 월급 150만원을 포함해 총 205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문제는 군 간부 급여마저 앞지를 태세라는 점이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1호봉 기준으로 올해 하사 월급은 187만원, 소위 월급은 189만원이다. 병장 월급이 200만원이 된다면 하사·소위 월급보다 높아지는 셈이다. 군대 내에서는 병장이 소대장에게 '제가 밥 살게요'라는 농담이 나오는 실정이라고 전해진다.
여기에 평등에 민감한 젊은 세대 특성도 복무기간이 길고 급여는 적은 공보의·군의관이나 ROTC 인기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의사단체와 ROTC중앙회는 "사병 복무기간이 줄어든 것에 맞춰 공보의·군의관과 ROTC 복무기간을 단축하고 처우도 대폭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런 수요 급감을 해소하기 위해 긴 복무기간과 낮은 월급을 개선해야 한다"며 "월급을 적어도 병장 말호봉보다 많이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그는 "긴 복무기간과 적은 월급도 문제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은 군 간부 경험이 있다고 해서 취업 등에서 유리한 시대가 아니다"면서 "지금 군대는 구성원이 일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선진적인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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