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시민 생명과 안전 위협하는 폭염·폭우, 과하다 싶을 정도로 대비해야
여름 초입부터 더위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14일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이 32도를 넘었고, 남부 지역은 닷새째 폭염주의보가 이어졌다. 폭염주의보는 체감온도가 33도를 넘는 상태가 이틀 이상 지속될 때 발령하는데 지난해보다 일주일 정도 빠르다. 6월 중순 날씨가 이 정도이니 7~8월엔 폭염이 얼마나 기승을 부릴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서울에서 4월에 오존주의보가 발령된 것도 올해가 처음이다. 오존은 일사량이 많을 때 발생하는 데 올 들어 발령된 서울 지역의 오존주의보가 이미 지난해 연간 횟수를 넘어섰다. 한국의 여름이 6~8월 3개월이 아니라 4월부터 11월까지라고 주장하는 기상학자들이 있을 정도다. 아프리카나 동남아처럼 기온이 40도가 넘는 날도 흔해질 것이라고 한다.
폭염은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역시 사회적 약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본다. 쪽방촌 노인들이나 에어컨이 없는 서민들은 이미 하루하루가 고통이다. 야외에서 일하는 건설·택배 노동자들도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고용노동부는 33도 이상일 때 1시간당 10분 이상 휴식해야 한다고 권고하지만 강제성 없어 현장에선 무시되기 일쑤다. 지난해 온혈 질환 등으로 인한 폭염 사망자는 32명이다. 특단의 대책이 없다면 올해는 사망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우려가 크다.
올해는 폭우도 더 심해질 것이라고 한다. 매년 최고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해수면 고온 현상 때문이다. 기상청은 특히 한반도 남쪽과 동쪽에서 유입되는 저기압의 영향으로 올 여름 국지성 ‘극한 호우’가 수시로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8월 이후엔 태풍이 예년보다 50% 이상 더 발생하고, 태풍의 이동 경로 자체가 한반도 쪽으로 향할 수 있다는 두려운 전망도 나온다. 주지하듯 지난해 하천 범람으로 충북 청주 오송 지하차도가 침수돼 14명이 목숨을 잃었고, 경북 예천에서는 폭우 실종자 수색 작전 중 해병대 채모 상병이 순직했다. 2년 전에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반지하 주택에 살던 발달장애 가족이 침수로 고립돼 사망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기후 변화 재난관리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 폭염은 이제 일상적으로 대비해야 하는 자연 재난이다. 노약자와 서민 등 취약 계층을 잘 살피고, 야외 노동자와 고령의 농어업인에 대한 보호 조치가 필요하다. 장마와 폭우에 대비해 산사태와 하천 범람, 주택 침수 등에 주안점을 두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후 위기와 기상 이변이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사안이 된 지 오래다. 천재지변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대비 부실로 같은 피해가 반복되면 그것이야말로 인재(人災)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사전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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