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다 "7월부터 국채매입 축소…단기금리도 추가 조정 가능"(종합)
우에다 "기조 물가 2% 근접하면 추가 금리 조정 가능"
"현재 충분히 완화적…QT 이후 경제·물가 상황 봐야"
시장은 실망…엔화, 한달 반만에 달러당 158엔 돌파
[이데일리 방성훈 기자] 일본은행(BOJ)이 기존 통화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다음 달 회의 이후 국채 매입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다만 얼마나 줄일 것인지 등은 7월 회의에서 결정할 예정이다.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는 단기금리의 추가 인상 가능성도 시사했으나, 국채 매입 규모 축소 이후 물가·경제 및 시장 상황에 따라 신중하게 검토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14일 니혼게이자이(닛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BOJ는 이날 이틀 간 진행됐던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치고 단기금리를 현행 0~0.1%로 동결하기로 했다. 이어 7월 회의 이후 국채 매입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나아가되 남은 기간 동안엔 월간 6조엔 규모의 매입 속도를 유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채 매입을 구체적으로 얼마나 축소할 것인지는 은행, 증권사 등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견해를 취합한 뒤 결정하기로 했다. 우에다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국채 시장의 유연성을 확보하면서 예견가능한 형태로 매입 규모를 줄여나가는 것이 적절하다”며 “우선 1~2년 해본 뒤 시장에서 어떻게 평가될 것인지, 또는 그 때의 경제금융 정세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달부터 금리인상, 즉 통화정책을 통한 긴축 대신 대차대조표 축소를 통한 양적긴축(QT)을 이행하겠다는 의미다. 하지만 우에다 총재는 추가 금리인상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최근 금리 동향과 관련해 “장기 인플레이션 전망이 상승하고 있는 것을 고려하면 장기 실질금리는 상당히 낮은 수준”이라며 “충분히 완화적인 환경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7월 또는 7월 이후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이 (BOJ 목표치인) 2%를 향해 올라간다면 단기금리를 조정하거나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해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장기 국채 매입 축소가 시장에서 어떻게 소화될지 고려한 뒤 경제·물가 상황에 따라 차분히 결정해 나갈 것”이라며 “경제·물가 전망이 상향되거나 그 위험이 높아진 경우에도 금리인상의 이유가 된다”고 설명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에 근접하면 추가 금리인상을 검토할 것이란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앞서 BOJ는 지난 3월 8년 만의 마이너스 금리 해제, 17년 만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무제한 국채 매입을 통해 장기 국채 금리 상한을 조작하는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과 상장지수펀드(ETF) 등 위험자산 매입을 중단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채 매입 규모는 기존과 같은 월 6조엔 수준으로 유지키로 했다. 단기금리 외에 통화정책에 사실상 큰 변화를 준 것이 아니어서 완화적 금융환경이 계속됐고, 무늬만 긴축이라는 평가 아래 엔화 약세가 가속화했다.
이에 우에다 총재는 장기 국채 매입을 줄이겠다는 뜻을 꾸준히 표명했고, 시장에선 이달 회의 이후 QT가 실행될 것으로 기대했다. 우에다 총재가 지난 6일 참의원(상원)에 출석해 “(국채 매입) 액수를 줄이는 것이 적절하다”고 밝힌 데다, 앞서 지난달 초엔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요청에 따라 엔저를 촉발한 발언을 수정한 바 있어서다.
국채 매입 규모가 줄어들면 장기금리에 상승 압력을 가해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 즉 엔저 가속화를 완화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9명의 위원 중 1명이 7월에 나오는 ‘경제·물가 정세 전망’ 리포트를 근거로 결정해야 한다며 반대의 뜻을 표했고, BOJ는 결국 현 상황을 유지하며 한 달 더 기다리기로 했다.
BOJ가 보유한 국채 잔고는 2013년 YCC 정책을 시행한 이후 같은 해 3월 말 94조엔에서 작년 말 581조엔으로 약 6배 급증했다. 발행잔고에서 BOJ의 보유량은 54%로 과반 이상을 차지한다. BOJ는 지난달에도 5조 7000억엔어치의 국채를 사들였다.
한편 기대와 달리 비둘기파(완화적 통화정책 선호)적인 결정에 엔화가치는 하락했다. 이날 오전 157엔대 초반에 머물렀던 달러·엔 환율은 BOJ의 기준금리 동결 발표 이후 157.9엔까지 치솟았다.(엔화가치는 하락) 이는 지난달 1일 157.99엔을 기록한 이후 약 한 달 반 만에 최고치다. 장기금리 지표인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는 회의 결과 발표 이후 한때 전일대비 0.05%포인트 낮은 0.915%까지 하락했다.
우에다 총재는 엔화 약세 흐름에 대해 “기업의 임금·가격 설정 행동이 적극적으로 변하면서 따라 과거와 비교하면 환율 변동이 물가에 영향을 미치기 쉬워졌다”며 “최근 엔화 약세 움직임은 물가의 상승 요인이며, 정책 운영상 주시할 필요가 있다. 적절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방성훈 (b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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