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 해저케이블 공장 도면, 대한전선에 유출됐나…타 국가로 넘어가면 안보 '비상'
경찰이 국내 전선업계 1위인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기술 유출 의혹에 대해 수사에 나선 가운데 LS전선이 14일 기술 유출이 사실일 경우 관련 업체에 대해 민형사상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경기남부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최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케이블 제조업체인 대한전선과 건축 설계업체인 K사 관계자 등을 입건해 조사 중이다.
경찰은 K사 측이 과거 LS전선의 케이블 공장 건설을 맡았던 시기 해당 업체의 고전압 해저케이블 기술에 대한 정보를 얻어 이를 경쟁업체인 대한전선 측에 빼돌렸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B사는 2008~2023년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1~4동)의 건축 설계를 전담한 업체다.
K사는 LS전선의 해저케이블 공장이 어떤 실패를 어떻게 극복했는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어떻게 변경되고 발전해 왔는지 등에 대한 모든 히스토리와 노하우를 알고 있다.
해저케이블 공장의 건축설계를 위해서는 설비 배치도와 설비 수량, 턴테이블(장조장 케이블의 보관, 이송에 사용되는 장치)의 배치 및 운영에 관한 정보, 케이블 이송 경로, 주요 설비의 특징과 설계 컨셉 등을 확인할 수 있는 도면 자료가 있어야 한다.
LS전선은 "당시 해당 자료를 건축 설계를 전담한 K사에 제공하면서 해당 용역과정에서 발생되는 일체의 자료 전부가 기밀사항임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고전압 해저 케이블 기술은 중저압 케이블에 비해 작동 속도와 내구성이 우수해 해상풍력 발전의 고부가 가치 기술로 평가받는다.
경찰은 대한전선이 이후 해저 케이블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유출된 기술을 활용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대한전선은 최근 충남 당진에서 해저 케이블 1공장의 1단계 건설을 완료하고 공장 가동식을 연 바 있다.
LS전선 "기술 유출 사실일 경우 법적조치"
LS전선은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LS전선은 약 20년간 해저케이블 공장과 연구개발(R&D) 등에 약 1조원을 투자해 오고 있다"며 "기술 유출이 사실일 경우 회복이 어려운 손해를 입어 피해가 막대하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S전선은 "특히 500kV(킬로볼트)급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의 경우 국가핵심기술로 제조 기술과 설비 관련 사항이 다른 국가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보와 국민 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해저케이블은 바다 속에 설치하기 때문에 이음새를 최소화하기 위해 수십-수백 km의 장조장으로 생산하며, 무게가 수백-수천 톤에 이른다. 해저케이블 공장 설비 배치와 항구로 이송하는 방법 등이 매우 중요하다.
해저케이블 건축 설계는 일반 공장의 설계와 달리 장조장, 고중량의 케이블을 생산, 보관, 이동하기 위한 설비를 배치하는 것에 대한 설계를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500m-1km 길이로 생산하는 지중 케이블 생산과 다른 특수 생산, 보관 설비 등이 필요하다. 특히 장조장 케이블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수직 연합기와 턴테이블 등의 특수 설비가 필수적이다.
또한 장조장, 고중량으로 인해 도로로 이송할 수가 없기 때문에 선박으로 이송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공장에서 항구까지 이송하는 방법에 대한 설계 또한 업계에서는 보안 사항에 해당한다.
이런 업계 특성으로 인해 후발 업체들의 시장 진입 장벽이 높다. 전세계적으로 초고압 지중케이블 업체는 수십개지만, 초고압 해저케이블 생산 업체는 LS전선을 포함, 유럽과 일본의 6개사에 불과하다.
LS전선은 2007년 세계 4번째로 초고압 해저케이블을 개발하고 2009년 국내 최초의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해저 1동)을 준공했다. 당시 초고압 해저케이블 시장은 유럽과 일본의 소수 업체가 과점하고 있었다. 글로벌 경쟁사들 역시 공장과 설비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LS전선은 "LS전선도 처음부터 완전한 설비를 갖춘 것이 아니라 공장 준공 후에도 수십년간 수많은 시행착오와 수천억 원의 실패 비용을 치르며 자체적으로 기술을 정립하고 설비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 따르면 해저케이블 공장 구조와 설비 배치 등은 일반적으로 공개되는 정보가 아니며, 해외 5개사도 핵심적인 기술로 관리하고 있다.
주요 해저케이블 제조사들의 공장은 각기 기술을 개발해 적용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제조 공장들과는 달리 서로 다른 레이아웃(공장 배치)을 갖고 있다. 이는 공장의 외관이 모두 다른 것에서도 알 수 있다.
LS전선 관계자는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으나, 공장 건축 설계를 전담한 업체가 경쟁사와 거래를 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보고 있으며 수사상황을 예의 주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한전선 "사실무근…자력으로 설비·건설 역량 갖춰"
한편 대한전선도 이날 설명자료를 내고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전선은 "경찰이 지난 11일 진행한 압수수색은 피의자인 건축 설계업체 관계자의 혐의 입증을 위한 것"이라며 "대한전선과 대한전선 관계자는 현재 LS전선의 기출 유출 혐의에 대해 피의자로 특정되거나 관련 통보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했다.
대한전선은 "공정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다수의 건축 설계업체 중 해당 업체를 선정했다"며 "설계업체는 케이블 설비·제조 기술에 대한 업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한전선은 2009년부터 해저케이블 공장 및 생산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2016년 이후 당진 소재 기존 케이블 공장에 해저케이블 생산 설비를 설치했고 이 설비에서 성공적으로 납품한 실적을 가지고 있다"며 기술 유출 의혹을 일축했다.
대한전선은 "해저케이블에 대한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은 것은 설비의 특수성과 배치 등에 대한 기밀성 때문이 아니라 해저케이블 전용 공장을 짓는데 들어가는 자금이 막대하기 때문"이라며 "대한전선은 자력으로 해저케이블 설비를 설치·건설할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옥희 기자 ahnoh0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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