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은 이제 안녕···새 응원도구가 뜬다 [지구용 리포트]
국산 대나무 활용···담양서 조달
사진도 붙이고 원하는대로 꾸며
커피차 서포트엔 다회용컵 도입
정부·KBO 협약 등 변화 이끌어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스포츠가 ‘기후 악당’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였습니다.”
2022년 9월, 뜻 있는 야구팬들을 모아 ‘크보플(KBOFANS4PLANET)’을 만든 전지은 씨의 이야기다. 크보플은 출범과 동시에 한국야구위원회(KBO)와 10개 구단을 대상으로 10개의 행동을 촉구했다. 2023년 내 ‘지속 가능한 한국 프로야구를 위한 협의체’ 구성과 전 구단 구장에서의 일회용 ‘굿즈(기념품)’ 및 응원용품 판매 중단, 다회용기 도입, 2025시즌까지 연간 쓰레기 발생량 50% 이상 감축(2022시즌 대비)과 전기 사용량 중 30% 이상 재생에너지로 전환 등의 내용을 담았다. 대부분 아직까지 실현되지 않았지만 플라스틱 응원용품을 대체할 대나무 응원 막대 ‘대짝이’와 다회용기만 쓰는 ‘커피차 서포트’ 등으로 느리게나마 야구장 문화를 바꾸고 있다.
지난달 18일, 경남 창원 NC파크 앞에서 크보플의 대짝이 캠페인이 진행됐다. 대짝이는 팬들이 직접 꾸며서 쓸 수 있는 응원 막대이자 굿즈다. 팬들은 응원하는 구단의 마스코트를 그리거나 좋아하는 선수의 사진을 붙여 대짝이를 꾸민다. 애정을 담은 만큼 야구 관람을 갈 때마다 챙길 수밖에 없다.
크보플 구성원을 의미하는 ‘선수’들은 매년 버려지는 플라스틱 응원용품과 굿즈를 어떻게 줄일지 고민하다 대나무를 떠올렸다. 대나무는 90일 만에 25m나 자란다. 일반 나무라면 6~20년이 걸리는 속도다. 대나무는 일반 나무보다 약 3배 많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35% 많은 산소를 내뿜는다는 강점도 있다. 대나무 조달은 수입산 대비 탄소 배출량이 적은, 담양에서 자란 국산 대나무로 골랐다. 한 대나무 장인이 크보플의 취지에 공감해 아이디어를 내준 덕분에 지금의 대짝이가 탄생했다. 전 씨는 “야구장에서 대짝이 체험단을 모으면서 플라스틱 굿즈에 대한 문제도 알리고 야구장 내 폐기물 감축 촉구 서명도 받고 있다”면서 “더 나은 대안을 목격하고 경험한 야구팬들의 목소리를 모아 구단들의 굿즈 관련 정책을 바꾸고 싶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 야구장에서 발생한 폐기물의 양은 코로나19로 인한 제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3444톤으로 2016년(2203톤)보다 56% 늘었다. 음식물이 묻은 일회용기, 페트(PET)인지 고밀도폴리에틸렌(HDPE)인지 소재가 표기되지 않은 야구방망이형 응원 막대처럼 재활용이 어려워 종량제 쓰레기로 버려지는 폐기물이 태반이다.
크보플은 야구 선수들에게 거의 매일 도착하는 팬들의 ‘커피차 서포트’에도 주목했다. 커피차 한 대당 100~200잔에 홈경기 기준 약 70회에 달하는 서포트 횟수, 구단 수(10개)를 곱하면 연간 10만 개 안팎의 일회용 컵이 쓰이기 때문이다. 크보플은 대안으로 ‘다회용 컵 커피차’를 보냈다. 전 씨는 “자발적으로 텀블러를 가져오는 선수도 있었고 스태프분들의 반응 역시 좋았다”며 “구단 차원에서 다회용 컵을 도입하면 더 편리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보플의 활동은 느리게나마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지난해 환경부와 KBO, 10개 구단은 ‘일회용품 없는 야구장 조성을 위한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올 4월에는 서울시가 서울 연고 구단인 두산베어스·LG스포츠와 손잡고 잠실야구장에 다회용기를 본격 도입했다. 야구장 내 38개 매장에서 판매하는 음식료를 다회용기에 담아 제공하고 구장 곳곳에 비치된 반납함 20개를 통해 수거하면 서울 지역 자활센터에서 세척해 재사용하는 방식이다. 서울시는 11월 야구 시즌이 끝날 때까지 약 80만 건의 다회용기가 사용되고 24여 톤의 플라스틱 폐기물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일자리(30개 이상) 창출은 덤이다.
크보플은 KBO와 더 많은 구단이 쓰레기 감축에 보다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전 씨는 “야구장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소유하더라도 실제 운영은 구단이 하는 경우가 많고 KBO는 리그 운영 전반을 총괄한다”며 “실질적인 의사 결정에 관여하는 주체들이 그만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메이저리그(MLB) 차원에서 각 구단의 친환경 정책·실천을 소개하고 우수한 팀에 ‘그린 글러브 어워드’를 수여하는 등 적극적으로 친환경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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