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랭커 혼 빼놓은 '악마의 그린'
156명 중 언더파 15명 불과
솥뚜껑 형태의 빠른 그린
우즈·스피스 등 3퍼트 발목
매킬로이·캔틀레이 공동 선두
9위 김성현, 韓 선수 중 최고
퍼팅 등 맞춤 준비로 기대감
파인허스트 특유의 '솥뚜껑 그린'이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자 대부분 선수들이 혀를 내둘렀다.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조차 알고도 당했다. 변덕스러운 그린을 하나하나 잘 넘긴 톱골퍼들은 단연 상위권에 오르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14일(한국시간) 메이저 대회 제124회 US오픈(총상금 2150만달러)이 열린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파인허스트 리조트앤드컨트리클럽(파70)에서 유독 그린 위 플레이를 펼친 선수들 사이에서 탄식이 이어졌다. 156명이 출전한 이 대회에서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는 단 15명. 보기가 646개, 더블보기가 74개나 쏟아진 반면 버디는 302개에 불과했다.
2014년 이후 10년 만에 US오픈을 치르는 파인허스트의 2번 코스는 '악마의 그린'으로 유명하다. 중심부가 솟아 있으면서도 가장자리는 낮은 일명 '솥뚜껑 그린'에 단단하고 빠르기까지 하다. 대회를 주최하는 미국골프협회(USGA)가 올해 대회 첫날 스팀프미터로 측정한 그린 스피드는 13피트(약 3.96m), 무척 빠르고 까다롭다. 대회를 앞두고 선수들이 그린 위에서 유독 많은 시간을 보낸 이유다.
까다로운 그린을 알고도 선수들은 쉽지 않은 18홀을 보냈다. 대회 전 연습 라운드에서 "그린 상태가 스코어를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던 우즈는 1라운드를 마치고 고개를 흔들었다. 17번홀(파3)에서 3퍼트로 보기를 적어낸 그는 이날 후반 첫 홀이었던 1번홀(파4)에서도 또다시 3퍼트로 1타를 잃었다.
버디 2개에 그친 반면 보기 6개를 기록한 우즈는 4오버파 74타 공동 86위로 첫날을 시작했다. 우즈는 "코스에서 필요한 날카로움이 전혀 없었다"며 굳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2015년 US오픈 우승자인 조던 스피스(미국)도 8번홀(파4)과 17번홀에서 두 차례 3퍼트로 보기를 적어내는 등 2오버파 72타로 부진했다. 세계 1위 스코티 셰플러(미국)도 그린적중률 66.7%(12/18)를 기록하고도 퍼트 수 1.92개, 퍼팅 이득 타수는 -0.53타로 그린 위에서 손해를 봤다. 버디 2개, 보기 3개에 그쳐 1오버파 71타 공동 34위로 출발했다.
반면 샷에다 퍼팅까지 잘된 톱골퍼들은 모두 상위권에 올랐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패트릭 캔틀레이(미국)가 나란히 5언더파 65타로 공동 선두에 나섰다. 캔틀레이는 대회를 앞두고 퍼터 5개를 테스트해 골랐을 만큼 퍼팅에 공을 들였다. 대회 첫날 캔틀레이는 평균 퍼트 수 1.6개로 이 부문 공동 6위에 오르는 등 순조롭게 출발했다.
이날 출전 선수 중 유일하게 보기 없는 플레이를 한 매킬로이는 "보기 없는 스코어카드를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나름 만족스럽다"고 웃어 보였다. 또 마티외 파봉(프랑스)은 파5 5번홀과 10번홀에서 깔끔한 롱 퍼트로 두 차례 이글을 잡고 공동 4위(3언더파 67타)에 올랐다. DP월드투어에서 활동했던 파봉은 "그린 주변 환경이 유럽 골프장과 비슷했다. 낯익은 분위기라 경기할 때도 좀 더 즐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 선수 중에는 1언더파 69타를 적어내 공동 9위에 자리한 김성현이 그린 위에서 미소를 지었다. 지역 예선을 거쳐 이번 대회 출전권을 따낸 김성현은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만반의 준비를 했다.
김성현도 가장 신경을 쓴 건 퍼트다. 퍼트 전문 지도자인 최종환 퍼팅아카데미 원장과 함께 연습 라운드를 돌며 그린 파악에 집중한 그는 '90%·60% 전략'을 세웠다. 2m 이내 파 퍼트 성공률을 90%까지 높이고, 6m 이내 버디 퍼트 성공률 60%를 기록하면 선두권 경쟁을 펼칠 수 있는 게 90%·60% 전략이다.
김성현은 첫날 계획한 대로 그린 위에서 날카로운 퍼트 감을 자랑했다. 홀당 평균 퍼트 수 1.67개와 퍼트로 줄인 타수 1.97개를 기록한 그는 까다로운 파인허스트 리조트앤드컨트리클럽 그린 위에서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다. 최 원장은 "이번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의 그린은 '울트라 드와프'라는 품종의 잔디로 구성돼 있다. 롤러로 눌러도 손상이 적은 품종인 만큼 잔디를 짧게 잘라 그린을 단단하고 빠르게 만들었다"면서 "대회 기간에는 그린 스피드가 4.2m 정도까지 나오게 되는 만큼 원하는 지점에 공을 세우는 게 어렵다. 그린 위에 공략할 수 있는 지점이 제한적인 만큼 버디 퍼트와 파 퍼트가 남을 평균 거리를 계산해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셰플러가 사용하는 퍼터로 바꾼 효과도 봤다. 테일러메이드 스파이더 투어×플럼버 넥 스타일 퍼터를 꺼내든 김성현은 이전보다 안정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최 원장은 "김성현이 원하는 느낌과 스트로크 등이 가장 잘 나오는 퍼터가 테일러메이드 스파이더 투어×플럼버 넥 스타일이었다. 연습 라운드 과정에서 힘 전달과 방향의 패턴이 맞지 않아서 라이각과 로프트를 조정했다. 로프트와 라이각을 1도씩 세우자 공의 구름이 좋아져 이번 대회에서도 동일한 스펙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김지한 기자 /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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