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병원 "환자 어떻게 안받나"… 의협 파업대오에 균열
아동병원·대학병원 마취과 등
의협 대열 이탈하며 파업 불참
간호사·병원직원 불만 폭증
휴진 참여 예상보다 낮을듯
오는 18일로 예정된 대한의사협회(의협) 주도의 집단휴진에 불참 의사를 밝히는 의사들이 늘어나는 등 내부 균열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간호사 등 보건의료노조원들이 의사 휴진에 따른 진료 일정 조정 업무를 거부하는 등 휴진을 추진하는 의사들이 병원 안팎에서 고립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판 여론이 커지면서 의협이 주도하는 집단휴진 참여율이 당초 예상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한아동병원협회와 대한분만병의원협회는 18일 정상 운영 방침을 정했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각 병원이 개별적으로 판단할 사안"이라면서도 "병원마다 대형 병원에서 이송된 중증·입원 환자가 많다. 아픈 아이들을 두고 현실적으로 떠날 수 없다"고 했다.
전국 아동병원 120여 곳에서는 동네 의원에서 치료하기 어렵거나 상급종합병원에서 급성기 치료를 받은 뒤 배후 진료를 받고자 전원하는 등 다양한 소아·청소년 환자가 치료받고 있다. 아동병원이 진료를 지속하겠다는 방침이 알려지자 임현택 의협 회장은 지난 1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최 회장의 인터뷰가 담긴 기사를 공유한 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폐렴기'란 병을 만든 사람들이다. 멀쩡한 애를 입원시키면 인센티브를 주기도 하죠"라며 비난했다.
전국 분만 병의원 140여 곳이 속해 있는 대한분만병의원협회는 13일 온라인 임원 회의를 열고 집단휴진에 동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대학병원 마취과 의사들도 회의를 열고 "중증·응급수술 및 중환자 통증 조절 등을 위한 필수 인력은 병원에서 자리를 지킬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각 대학병원 뇌전증 전문 교수가 모인 '거점 뇌전증지원병원 협의체'도 14일 보도자료를 통해 "의협의 단체휴진 발표로 많은 뇌전증 환자와 가족이 혹시 처방전을 받지 못할까 불안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며 "이에 협의체 차원에서 의협 단체휴진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뇌전증은 치료 중단 시 신체 손상과 사망의 위험이 수십 배 높아지는 뇌질환으로 약물 투여 중단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된다"며 불참 이유를 전했다.
의사에 대한 간호사, 의료기사, 행정직원 등 병원 구성원들의 반감도 쏟아지고 있다.
의사 단체행동으로 100일 넘게 무급휴가, 병동 통폐합 등 희생을 강제로 떠맡아온 것에 대한 불만이 크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노조 등이 속한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이날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사 집단휴진에는 어떤 명분도, 정당성도 없다"며 집단휴진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보건의료노조는 의사 집단휴진에 따른 진료 변경 업무를 거부하기로 했다. 노조는 "의사 집단휴진으로 병원에서는 진료과마다 무더기 진료 변경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진료·수술 연기와 예약 취소는 환자들에게도 고통이지만, 끝없는 문의와 항의에 시달려야 하는 병원 노동자들에게도 엄청난 고통"이라고 전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휴진에도 중증 환자 진료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교수들의 설명이 현실과 다르다며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들에게 공개 토론을 할 것을 제안했다.
이처럼 비판 여론이 커지자 오는 17일부터 무기한 전면 휴진을 선언한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서울대병원의 진료가 지금 필요한 중증·희귀질환 환자들의 진료는 휴진 기간에도 차질 없이 진행된다"며 진화에 나섰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마지막 몸부림으로 전체 휴진을 결의했으나 서울대병원만을 믿어온 중증·희귀질환 환자들께 절망의 소리가 될 것이라고 충분히 헤아리지 못했다. 먼저 환자들께 정말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도 비대위는 "진료가 지금 꼭 필요한 환자에게는 휴진 기간에도 차질 없이 진료가 진행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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