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취해 남의 차 박고 “내가 누군지 알아?”...잡고 보니 범서방파 두목

고유찬 기자 2024. 6. 1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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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경찰서. /뉴스1

지난달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롤스로이스를 몰고 음주 뺑소니를 친 50대 남성이 범서방파의 3대 두목인 것으로 14일 나타났다. 유명 조폭 김태촌(1948~2013)이 만든 범서방파는 한때 조양은의 양은이파, 이동재의 OB파 등과 함께 전국 3대 조폭으로 불리던 유명 조직이다.

강남경찰서는 나모(59)씨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및 사고 후 미조치, 특가법상 도주치상 및 위험운전치상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씨는 지난달 25일 저녁 8시쯤 서울 논현동의 한 도로에서 만취 상태로 자신의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가 벤틀리 차량을 들이받은 뒤 도주한 혐의를 받는다. 당시 사고 충격으로 벤틀리 차량이 밀리면서 주차 대행 업체 직원이 다리를 다쳤다.

나씨는 사고 직후 피해자에게 “내가 누군지 아느냐. 이름 석 자만 대면 아는 사람”이라고 화를 냈다고 한다. 당시 경찰은 유명인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는데 알고 보니 유명 조폭의 두목이었던 것이다. 경찰은 이후 수사 과정에서 나씨가 김태촌의 후계자임을 확인했다. 김태촌은 1989년에 양모(67)씨를 후계자로 지목했었다. 2대 두목 양씨는 2010년쯤 제주도로 ‘낙향’하면서 나씨가 3대 두목에 올랐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전남 영암 출신인 나씨는 20대에 서울로 올라와 영등포 일대에서 웨이터 생활을 하다가 1986년 서방파(범서방파의 전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1987년 서방파가 벌인 인천 뉴송도호텔 사장 살인 사건에 가담했다가 경찰에게 붙잡혀 복역했다. 당시 범행을 지시한 김태촌도 그와 같은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때 나씨는 김태촌의 시중을 들면서 신임을 얻었다고 한다.

나씨의 음주 뺑소니 혐의를 수사하던 경찰은 나씨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준(0.08% 이상)이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다만 마약 간이 시약 검사 결과에서는 음성이 나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및 사고 후 미조치, 특가법상 도주치상 및 위험운전치상 등의 혐의로 나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14일 신청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사건의 중대성과 도주 우려 등을 고려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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