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이 시대의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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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의료 현장에서 오랫동안 환자를 마주하고 있다 보니 다른 무엇보다 내게 중요한 것은 '생명'이다.
수혈이 필요한 환자에게 혈액을 나누는 헌혈도 생명의 끈을 이어주는 나눔 활동이다.
의학의 발달로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긴 했으나 아직도 수혈을 받지 못하면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가 많다.
하나같이 손사래 치며 "내가 좋아서 한 일"이라고 겸허함을 보이는 이들에게서 필자는 영웅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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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선 의료 현장에서 오랫동안 환자를 마주하고 있다 보니 다른 무엇보다 내게 중요한 것은 '생명'이다. 그래서일까. 요즘 부쩍 생명을 구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눈에 띈다. 지난 1월에는 인도네시아 봉사활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기내에서 발생한 환자를 응급 처치한 청소년적십자 대학생들이 있었고, 지난주에는 브레이크가 풀려 비탈길에서 미끄러지는 화물차를 떠받쳐 더 큰 사고를 막은 고등학생과 시민들도 있었다. 하마터면 잃을 뻔했던 생명을 구한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나는 희망을 본다. 이 세상, 아직 살 만하다는 희망이다.
생명을 구하는 일은 특별한 사람, 특별한 환경에 국한되지 않는다. 수혈이 필요한 환자에게 혈액을 나누는 헌혈도 생명의 끈을 이어주는 나눔 활동이다. 의학의 발달로 다양한 치료법이 개발되긴 했으나 아직도 수혈을 받지 못하면 생명이 위태로운 환자가 많다. 혈액은 인공적으로 만들 수 없고 대체할 만한 물질을 찾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니 단 한 번이라도 남을 위해 헌혈을 했다면 스스로도 큰일을 해냈다는 자긍심을 갖길 바란다.
놀랍게도 우리나라에는 700~800회 이상 헌혈에 참여한 분들이 있다. 이러한 다회 헌혈자를 예우하기 위해 필자는 지난 5월 22일 헌혈을 통해 우리 사회에 기여한 헌혈자 세 분을 만났다.
오영, 김병선, 이재인 헌혈자는 현재까지 440회 이상 헌혈에 참여해왔다. 헌혈의 가치를 우선시하고 절주와 금연,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관리하며 동참해온 세 분께 가슴 깊이 우러나는 감사를 전했다. 하나같이 손사래 치며 "내가 좋아서 한 일"이라고 겸허함을 보이는 이들에게서 필자는 영웅을 보았다.
6월 14일은 이런 영웅들을 위한 '세계헌혈자의 날'이다. 세계보건기구와 국제적십자사연맹 등이 ABO식 혈액형 분류법과 Rh 혈액을 발견한 카를 란트슈타이너 박사의 생일을 기념하고 헌혈자들에게 감사와 존경을 표하기 위해 제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헌혈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2022년부터 '헌혈자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정해 기념하고 있다. 하지만 숭고한 행동을 쉬지 않고 이어가는 영웅들에게 1년에 단 하루만 감사를 표하는 건 부족하지 않을까.
그래서 적십자는 이분들에 대한 존경의 마음을 담아 '헌혈유공자의 집' 명패를 올해 새로 도입하여 예우하고 있다. 명패는 헌혈자의 자긍심을 높이고 사회적으로 예우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추진되는 사업이다. 또한 헌혈자, 기부자, 봉사자를 위한 정부 훈포장도 신설하여 10월에 수여할 계획이다.
문득 지난번 방문한 헌혈의집 강남역센터 영문 슬로건이 떠올랐다. 'Give Blood, Save Life'라는 메시지에 직관성을 더하고자 '헌혈하는 당신이 진정한 영웅!'이라는 국문으로 교체하고 포토존을 만들었다. 연인, 친구 등이 함께 방문하여 이전보다 더 많은 분이 헌혈하고 커피도 마시며 사진을 찍는 등 젊은 헌혈자들에게 명소로 각광받고 있다. 생명을 살리는 영웅은 멀리 있지 않다. 한 번의 헌혈로 세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으니 말이다. 올해가 가기 전 가까운 헌혈의집을 방문해보는 것은 어떨까.
[김철수 대한적십자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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