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토종 한국인… 韓육상 역사 새로 쓸것"
지난달 100·200m 우승해
불모지 韓단거리 유망주로
다문화 가정 악플 시달려도
난 서울 태생에 김포 사람
롤모델은 美선수 노아라일스
단점인 스타트 보완 집중해
단거리 국제무대서 뛰고싶어
한국 육상은 국제무대에서 늘 변방을 벗어나지 못했다. 마라톤을 제외한 종목에서는 올림픽 메달은 고사하고 출전권을 따내기조차 쉽지 않았던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한국 육상의 미래가 마냥 어두운 것은 아니다. 침체기에 마침표를 찍을 차세대 스타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육상 단거리 유망주 나마디 조엘진(18·김포과학기술고)은 지난달 KBS배 전국육상경기대회 100m와 200m 종목에서 우승하며 2관왕에 올랐다. 특히 100m에서는 대회 신기록(10초47)을 갈아치웠다. 그는 지난해에는 10초36으로 한국 고등부 기록을 5년 만에 경신하며 한국 육상의 미래로 주목받고 있다. 김국영 선수의 한국 기록(10초07)을 넘어 9초대에 진입하고 국제무대에서 경쟁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그를 매일경제가 인터뷰했다.
조엘진의 모친은 한국인, 부친은 나이지리아인이다. 결혼식은 나이지리아에서 올렸지만 한국에 정착해 그를 낳았다. 다문화 가정에서 자랐지만 조엘진은 자신을 오롯이 한국인으로 정의한다. "서울에서 태어나 김포에 쭉 살았어요. 친구들도 여기 있고요. 그냥 김포 사람이죠."
한국에서 나고 자란 그를 이방인으로 치부하는 편견 섞인 시선도 있다. 상처를 받기도 했지만 이겨내는 방법을 배웠다고 말한다. "한국 사람인데 이름이 왜 그러냐고 면전에서 나무라는 어른들이 있어요.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올라온 경기 영상에는 입에 담기도 싫은 인종차별적 댓글이 달리기도 하고요." 그는 "이제는 제가 성과를 내고 알려지다 보니 겪는 유명세라고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조엘진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국가대표의 꿈을 키웠다. 우연히 교내 체육대회에서 우승한 뒤 시 대회에 참가했고 그의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본 육상부 지도교사의 권유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슬럼프는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다. 중학생이 되면서 발뒤꿈치 부위에 극심한 성장통이 찾아온 것. 훈련은 물론 일상생활에서도 불편을 겪을 정도의 통증이 그를 괴롭혔다. 조엘진은 "수개월만 운동을 쉬어도 경쟁자들과 격차가 벌어지는데 3년간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했다"며 "병원에 가도 마땅한 치료법이 없으니 그저 기다려 보라는 대답만 돌아와 정말 답답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중학교 3학년 무렵부터 통증이 사라지면서 조엘진은 부족한 훈련량을 메우기 위해 운동에 매진했다. 성장통이 사라진 뒤 키는 더 빨리 자랐다. "중학교 3학년 때 170㎝였던 키가 1년 만에 10㎝나 컸어요. 지금은 185㎝까지 자랐죠." 이 기간 신체 능력도 급성장했다. 조엘진은 "육상은 정직한 스포츠"라며 "훈련에 쏟아부은 시간만큼 기록이 나온다"고 말했다. 또래보다 보폭이 크고 체격이 월등한 조엘진은 특히 중·후반 스퍼트 구간에서 속도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고등부에는 라이벌이 없다"고 말하는 조엘진이 목표로 하는 상대는 '태국 볼트'라 불리는 푸리폴 분손이다. 2006년생으로 조엘진과 동갑인 분손의 개인 최고 기록은 10초06이다. 조엘진은 "아직 분손 선수와 기록 차이는 크지만 저도 기록을 단축해 나가고 있다"면서 "격차를 더 줄여나가겠다"고 포부를 전했다.
조엘진의 눈은 오는 8월 페루 리마에서 개최되는 세계주니어육상선수권대회(20세 미만)로 향해 있다. "단점인 스타트를 보완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근력만큼 순발력이나 기술이 중요한 부분이라 맞춤 훈련을 하고 있습니다." 세계주니어육상선수권대회 결승에 진출하는 것이 그의 목표다.
조엘진의 롤모델은 미국의 노아 라일스다. 지난해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100m와 200m에 이어 400m 계주까지 우승하며 2015년 우사인 볼트 이후 처음으로 3관왕에 오른 선수다. 조엘진은 "20대 중반 이전에 100m 종목에서 9초대 기록을 내는 것이 목표"라며 "한국인으로서 한국 육상 역사를 새로 쓰고 싶다"고 말했다.
[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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