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혈로 살아난 고교생, 247회 헌혈한 교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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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연락하고 수술방 알아봐."
이씨는 최근까지 247회 헌혈하며 대한적십자사 서울남부혈액원 헌혈홍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씨의 이야기는 '세계 헌혈자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와 대학적십자사가 개최한 '헌혈의날' 행사에서 소개됐다.
동국대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에서 정보과목을 가르치는 이씨는 학생들에게도 헌혈의 중요성을 전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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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자 연락하고 수술방 알아봐."
1997년 어느 봄날 아침, 당시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이민철씨는 학교에 가기 위해 전남 여수의 한 건널목을 건너고 있었다. 그때 희뿌연 안개를 걷으면서 멀리서 자동차 전조등 불빛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건널목 앞에서 멈출 줄 알았던 차량은 이씨를 들이받았다. 이씨는 공중에 떠올랐다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몸을 움직이려고 사력을 다했지만 미동도 하지 않았다. 숨이 점차 멎어 가는 게 느껴졌다.
정신을 잃고 쓰러졌던 이씨가 눈을 떴을 땐 의사 여러명이 자신을 내려다보며 바쁘게 대화하고 있었다. 의사를 꿈꾸던 이씨가 학교 가던 길에 생명이 위태로운 지경에 놓였다. 이씨는 4개월간 입원하며 여러 차례 수술을 받아 간신히 회복했다.
퇴원해 학교로 돌아간 이씨는 고등학교 교사가 됐다. 이씨는 27년째 목숨을 구해준 수혈자들의 고마움을 잊지 못한다. 이씨는 최근까지 247회 헌혈하며 대한적십자사 서울남부혈액원 헌혈홍보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씨의 이야기는 '세계 헌혈자의 날'을 맞아 보건복지부와 대학적십자사가 개최한 '헌혈의날' 행사에서 소개됐다.
동국대 사범대학 부속고등학교에서 정보과목을 가르치는 이씨는 학생들에게도 헌혈의 중요성을 전파한다. 이씨는 "불의의 교통 사고로 수술을 받고 난 다음에서야 수혈을 받게 된 사실을 알게 됐다"며 "완쾌하면 타인에게 받았던 사랑을 몸소 실천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헌혈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타인을 돕고자 하는 마음으로 스스로와 약속을 실천하고 있다"고 했다.
헌혈은 크게 전혈헌혈과 성분헌혈로 나눈다. 전혈헌혈은 모든 혈액 구성성분(적혈구·백혈구·혈장·혈소판혈장)을 헌혈하고 성분헌혈은 채혈기를 이용해 필요한 성분만 분리한 뒤 나머지 성분은 헌혈자에게 되돌려 주는 방식이다. 성분헌혈은 2주에 1회, 1년에 총 24회까지 할 수 있다. 이씨는 현재까지 전혈 33회, 혈장 174회, 혈소판 11회 등을 헌혈했다. 요즘도 2주마다 성분헌혈을 한다.
헌혈을 위해 배드민턴과 달리기 등 운동도 꾸준히 한다. 이씨는 "제게 헌혈이란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최고의 가치이자 선택"이라며 "헌혈은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는 사랑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목표인 300회까지 건강 관리를 잘해 저와의 약속과 사랑을 몸소 실천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지금은 헌혈에 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지만 적혈구와 혈소판 등 성분헌혈을 필요로 하는 곳이 많다. 이씨는 "건강하다면 헌혈로 몸소 사랑을 실천해 보시길 권유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COIVD-19) 유행이 끝나면서 헌혈자가 늘고 있지만 국내 총인구 중 헌혈한 사람의 비율인 '국민헌혈률'은 지난해 기준 5.4%로 여전히 대만(7.8%)과 호주(6.2%)보다 낮다.
더 살필 지점은 10대 헌혈자가 줄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의 연령별 헌혈통계에 따르면 2013년 105만 8704명였던 10대 헌혈자가 지난해엔 50만3624명으로 줄었다. 지난해 만 30세 이상 중장년층의 헌혈자 점유율은 44.9%로 2019년(34.8%)보다 10.1%포인트 늘었다.
대한적십자사 관계자는 "30대 이상 헌혈자 수가 늘면서 혈액 보유량은 적정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안정적인 혈액 수급을 위해선 헌혈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고 했다.
최성필 대한적십자사 서울남부혈액원장은 " 헌혈은 수혈이 필요한 환자의 생명을 구하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6.14 세계 헌혈자의 날을 맞아 생명을 살리는 헌혈자분들께 감사와 존경을 전한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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