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은수의 책과 미래] 접촉이 없으면 사랑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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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흔히 눈에서 시작된다.
상대의 생김새, 몸짓, 말씨가 끌림과 호기심, 몽상과 갈망을 낳을 때, 사랑의 가능성이 열린다.
별거가 흔히 이별을 대신하듯, 접촉이 없으면 사랑도 없다.
인간은 대화 상대가 없을 때보다 접촉 상대가 모자랄 때 외로움에 잡아먹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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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흔히 눈에서 시작된다. 상대의 생김새, 몸짓, 말씨가 끌림과 호기심, 몽상과 갈망을 낳을 때, 사랑의 가능성이 열린다. 그러나 사랑의 확인은 촉감의 문턱을 넘으면서 생겨난다. 살짝 닿은 손끝이 전율을 일으킬 때, 가벼운 포옹이 부드러운 만족감과 함께 커다란 해방감을 부를 때, 우리는 깨닫는다. 만지고 싶은 기분, 닿고 싶은 마음이 얼마나 큰 기쁨을 일으키는지 아는 것이다. 별거가 흔히 이별을 대신하듯, 접촉이 없으면 사랑도 없다.
'한없이 가까운 세계와의 포옹'(동아시아 펴냄)에서 수시마 수브라마니안 미국 워싱턴대 교수는 촉각이 우리 내면의 언어라고 말한다. 디지털이 상징하는 비대면 문명에서 살아가기에, 우리는 자주 촉각의 힘을 무시한다. 그러나 촉각은 우리 안에서 휘도는 감정을 가장 잘 대변하는 감각이다. 좋은 지도자일수록 마음을 '어루만지는' 말과 가슴에 '와닿는' 행위를 하는 이유다.
피부로 느끼는 능력은 중요하다. 저자에 따르면 "만지는 행위는 한 인간이 세계를 탐구하는 첫 번째 수단"이다. 손 내밀어 낯선 대상을 살짝 건드림으로써 우리는 비로소 그것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정하곤 한다. 접촉을 통해서만 우리는 비로소 타자와 세계를 이해할 수 있다. 접촉은 주변 세상과 내가 떨어져 있지 않다는 사실의 확인으로, 모든 관계의 기초가 된다.
비대면 사회는 비접촉 사회다. 우리는 스크린을 터치해 타인과 관계를 맺는 데 익숙하다. 그러나 접속은 접촉이 아니다.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는 우리에게 함께 있다는 기분만 느끼게 할 뿐, 서로 만지면서 생겨나는 친밀감과 공감, 유대와 일체감을 빼앗는다. 살과 뼈로 살지 않고, 겉으로 꾸며진 이미지로 살 때 생겨나는 사회적 질병이 우울과 불안, 고립과 외로움이다. 인간은 대화 상대가 없을 때보다 접촉 상대가 모자랄 때 외로움에 잡아먹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피부 주체다. 사랑할수록 더욱더 닿아 느끼고 싶기에, 촉감은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을 가치 있게 여기는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킨 헝거(skin hunger), 즉 접촉 결핍에서 생겨나는 피부 굶주림은 몸과 마음에 병을 부른다. 우울감이 찾아들고, 공감력이 떨어지며, 면역계가 약해지면서 쉽게 병들거나 죽는다.
등을 토닥이거나 손을 꽉 잡아주는 등 아주 작은 터치도 의미 있는 감정을 끌어내고 가치관에 영향을 끼친다. 눈으로 보고 머리로 생각하는 활동이 아니라 손으로 느끼고 피부로 탐구하는 활동을 늘릴 때 관계는 풍요로워지고 세계는 의미 있게 된다. 저자가 밝은 눈만큼이나 열린 손을 강조하는 이유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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