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나무 베고 명품공원?”…‘공원 지하주차장’ 건립에 주민 반발 [한양경제]

이승욱 기자 2024. 6. 14.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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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 거리공원 지하주차장 건립 추진
반대 주민들, 수목 훼손에 사업효과도 ‘의문’ 제기
“일방 행정…대안 무시한 채 소통 안 해”

이 기사는 종합경제매체 한양경제 기사입니다.

서울 구로구 구로5동 구로거리공원 전경. 구청이 해당 공원 내 지하주차장을 조성하려고 하자 지역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거사모 제공

서울 구로구가 관내 구로거리공원 부지 내에 지하주차장 조성을 강행하자 지역민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반대 주민들은 지하주차장 공사 과정에서 공원 내 30~40년 벚나수 등 조경수 수백 그루가 훼손되고, 지하주차장 입지가 구청이 내세우는 ‘주차난 해소’ 명분과도 동떨어져 사업 효과가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반대 주민들은 다른 부지 등 대안을 논의하자며 대화를 요구하고 있지만, 구청이 반대 의견을 무시한채 일방적으로 사업 추진을 하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14일 서울 중구 서소문동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앞에서 ‘거리공원사랑모임’(거사모) 회원 등 구로구 지역주민 100여명은 ‘구로구 거리공원 지하공영주차장 건립 반대’ 기자회견 및 집회를 열었다.

집회 참석 주민들은 “구로구가 주민의 삶과 밀접한 지하주차장 공사를 두고 충분한 설명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이유가 궁금하다”며 “시의회가 주민들의 반발에도 일방적으로 추진되는 구로구의 거리공원 지하주차장 건립을 막아달라”고 촉구했다.

구로구는 지난해 6월 구로동 50번지 현 구로거리공원 중 일부 부지 지하부에 연면적 7천313㎡(부지면적 3천620㎡) 지하 2층 규모 지하주차장(총 202면)을 건립하는 ‘2024년 주차장 신규사업 신청서’를 제출했다.

구로구는 해당 사업을 위해 시비 137억3천500만원, 구비 91억8천600만원 등 총사업비 229억2천100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구로구는 거리공원 일대에 다세대 주택과 음식점 등이 밀집해 주차 환경이 열악하고, 공원 주변 이면도로에 불법 주차 문제가 커 해당 부지에 주차장 조성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거리공원사랑모임(거사모) 회원 등 서울 구로지역 주민들이 14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앞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고 있다. 이승욱

반면 반대 주민들은 주차난 해소가 필요하다는 점은 공감하면서도 거리공원 지하주차장 조성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구로거리공원은 왕복 6차선도로 중심(주간선도로)에 조성돼 있으며 도심 휴식 공간으로 지역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수령이 30~40년된 벚나무 등 수목 470여 그루가 식재돼 있어 서울시가 ‘단풍과 낙엽의 거리’, ‘서울 단풍길 99선’으로 선정하는 등 도심 대표 공원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공원 내 지하주차장 조성 과정에서 30~40년 수목들이 대거 벌목될 예정인 만큼 경관 및 자연훼손이 우려된다는 것이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는 첫 번째 이유다. 공원 내 지하주차장 조성 계획에 따르면 사업부지 내 수목 244그루 중 35그루를 이식하고 나머지 200여 그루는 제거해야 한다.

거사모 측은 “구청은 공원 내 지하주차장 조성 부지가 전체 공원 면적 중 일부 밖에 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지만 수십년된 나무들 중 대부분이 벌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명품공원이 훼손되는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인근 ‘먹자골목’을 찾는 고객 차량들로 주차난이 커진 만큼 지하주차장 조성이 시급하다는 구청 측 주장에 대해서도 주민들은 반박했다.

거사모 측은 “구청이 먹자골목 주차난을 지하주차장 조성이 필요한 근거로 제시하고 있지만 정작 상인들은 200~300m 이상 떨어진 거리에 있는 주차장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구로구는 주차장 건설이 예정된 공원 부지 시설물이 노후화돼 재조성이 필요한 만큼 주차장 조성으로 공원 환경 개선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반대 주민들은 현재 사업 부지 외 대안을 찾지 않고 구청이 일방통행식 사업 추진에 매달리고 있다며 불만과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거사모 측은 “지하주차장 조성 추진이 공식화한 이후 이미 여러차례 주민들이 대안 마련을 위한 협의를 요청했지만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며 “시의회에 안건 재상정을 위해 주민설명회를 했지만 주민 질문에는 제대로 된 답변도 없이 마무리해 요식 행위에 그쳤다”고 주장했다.

반대 주민들은 먹자골목 인근 구민생활체육센터 재건축과 경남구로연립 재건축 사업 편입에 따른 주차장 공간 확보 등 대안에 대해 구청이 적극 협의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거사모 등 반대 주민들은 지난해 12월 1만1천여명의 서명을 받아 서울시와 시의회, 구로구 등에 지하주차장 조성 반대를 요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한 바 있다.

서울시의회 도시안전건설위원회은 ‘구로거리공원 지하공용주차장 조성사업 동의안’을 이미 두차례 여론 수렴과정이 결여됐다는 이유로 보류한 상태다.

구청 관계자는 거리공원 지하주차장 조성 논란과 관련해 “반대 주민들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안은 구로5동을 중심으로 빚어지고 있는 극심한 주차난을 해소하는 데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안”이라면서 “주민설명회와 주민협회의 등을 통해 반대 주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주차장 조성은 부지 마련이 가장 큰 관건인데 해당 부지는 시유지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면서 “상품성이 있는 수목은 최대한 이식해 훼손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거사모 관계자는 “구청이 시의회 안건 상정과 통과를 위해 주민설명회와 주민협의회를 열었다곤 하지만 반대 측 의견에 대해서는 정확한 근거를 갖고 설명하지 않으며 형식적인 절차를 거친 것 뿐이었다”며 “효과적이고 현실적인 주차난 해소를 위해 가장 적절한 대안은 무엇인지 구청이 적극적인 소통의 자세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승욱 기자 gun2023@hanyangeconom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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