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기부, 나와의 싸움에서 승리였다"는 벤처 대부의 울림 [사설]

2024. 6. 14. 17:15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자기 재산의 90%를 사회에 환원했다.

카네기의 이런 행보에 감명을 받아 기부를 실천했던 1세대 벤처사업가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이 12일 별세했다.

정 전 회장의 '통 큰 기부'는 그때나, 그가 떠난 지금이나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철강왕 앤드루 카네기는 "부자인 채로 죽는 것은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며 자기 재산의 90%를 사회에 환원했다. 카네기의 이런 행보에 감명을 받아 기부를 실천했던 1세대 벤처사업가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이 12일 별세했다. 정 전 회장은 "부를 대물림하지 않겠다"며 2001년, 2014년 두 차례에 걸쳐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 515억원을 쾌척했다. 그러면서 "이 돈을 모방하는 데 쓰지 말라. 미래 우리 국민을 먹여살릴 인재를 양성하고 기술을 개발해달라"는 말을 남겼다. 사재를 과학기술과 인재 양성에 써달라고 선뜻 내놓은 것이다. 정 전 회장의 '통 큰 기부'는 그때나, 그가 떠난 지금이나 우리 사회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그는 1983년 미래 성장성을 내다보고 반도체장비 제조업체를 창업해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1999년 국내 최초로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기록도 세웠다. 1990년대 말 벤처기업 10여 개를 세우거나 출자해 '벤처업계 대부'로 불렸다. 2001년에는 "착한 기업을 만들어 달라"며 혈연관계가 없는 후임자에게 경영권을 넘겨주고 일선에서 물러나 화제를 모았다. 2남3녀가 있었지만 자녀 중 누구도 미래산업과 관련을 맺지 않았다. 그는 "'부를 대물림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하루에도 12번씩 마음이 변했다"며 솔직한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거액을 기부하면서 왜 번민이 없었겠나.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켰고 "나와의 싸움에서 이겼다"고 말했다고 한다.

애써 번 돈을 사회에 내놓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국내에서도 기업인들의 기부가 이어지고 있지만 부호들의 기부가 전통으로 자리 잡은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아직 미흡하다. 그래도 정 전 회장의 과학기술을 위한 아름다운 기부는 이수영 광원산업회장(767억원), 한의학자 류근철 박사(578억원), 김재철 동원 명예회장(500억원) 등의 KAIST에 대한 '기부 릴레이'를 촉발했다. 정 전 회장이 남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이 기업인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전파해 한국에도 기부 문화가 뿌리내리기를 기대해본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