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미투’ 이끈 활동가, 국가 전복 혐의로 징역 5년
중국에서 ‘미투’(나도 고발한다) 운동을 주도한 활동가가 국가 권력 전복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중국 당국이 국가 권력 전복 혐의를 탄압 도구로 동원했다는 비판이 인다.
14일 로이터통신·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중국 광저우 중급인민법원은 이날 미투 운동을 벌인 황쉐친(35)에게 국가 권력 전복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로이터는 황쉐친의 지지자들과 재판 판결문 사본을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그와 함께 구금됐던 노동운동가 왕젠빙(40)에겐 징역 3년6개월이 선고됐다.
황쉐친은 항소할 예정이라고 전해졌다. 두 사람의 석방 운동을 벌여온 단체 ‘프리 쉐친&젠빙’ 대변인은 로이터에 “형량이 예상보다 길다”며 “이같은 중형을 내려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이는 완전히 불필요하다. 우리는 황쉐친의 항소 의지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황쉐친은 2018년 중국에서 미투 운동이 시작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 저널리스트다. 그는 광저우의 관영 매체에서 기자로 일하다 직장 내 성희롱 경험을 폭로하고 나섰다. 그는 여성 언론인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응답자 255명 중 80% 이상이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황쉐친은 다른 이들이 자신의 피해 경험을 말하는 것도 도왔다. 한 대학원생이 지도교수에 대한 폭로를 하는 일을 도와 이후 많은 피해자가 폭로에 나섰고 대학교수 여러명의 해임이나 징계로 이어졌다. 또한 성희롱 피해자의 증언을 모으고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세웠다.
농촌교육과 산재 노동자 복지 분야에서 활동해 온 왕젠빙은 황쉐친의 친구이자 미투 운동의 지지자다. 이 때문에 둘은 ‘쉐빙’으로 함께 묶여 불린다. 이 둘은 성소수자 인권, 비영리 기관에서 일하기 등 중국 당국이 예민하게 보는 주제에 관해 함께 활동했다. 황쉐친은 2019년 홍콩 반정부 시위를 취재한 후 공공질서 훼손 혐의로 석달간 경찰에 구금되기도 했다.
황쉐친과 왕젠빙은 2021년 9월19일 광저우에서 국가 권력 전복 혐의로 체포됐다. 중국 당국은 둘에게 “유언비어와 비방을 퍼뜨려 사회주의 체제 전복”을 선동하는 공개 저술과 민간 활동을 벌였다는 혐의를 씌웠다. 검찰은 황쉐친이 국가 권위에 도전하는 비폭력 운동을 지지했으며, 해외 조직의 핵심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왕젠빙을 두고는 그가 천안문 시위를 기념하는 온라인 조직에 가담했다고 주장했다.
국가 권력 전복 혐의는 중국 정부가 반체제 인사에 주로 적용하는 혐의로, 인권단체와 국제사회는 그간 중국이 이를 국내 반대 의견을 탄압하는 도구로 활용한다고 비판해왔다. 황쉐친은 지난해 9월 법원에서 “내가 하는 모든 일은 국가 권력 전복을 선동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여건이 개선되고 나라가 더 좋아질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판결을 앞두고 보안이 삼엄해 기자들이 법정에 들어갈 수 없었다고 전해졌다. 법원 역시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때문에 정확한 판결 내용은 알 수 없으나, 둘에게 적용된 혐의는 사회 문제 토론을 위해 청년들과의 모임을 주최한 것에 근거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한 지인은 공소장이 특정 행위, 예를 들어 왕젠빙이 페이스북에서 단순히 ‘좋아요’를 누른 단체에 가입한 혐의가 적용됐다고 WP에 전했다.
미 싱크탱크 프리덤하우스는 이번 판결을 두고 “모든 종류의 평화적 활동과 공동체 건설에 대한 중국 지도자의 끝없는 적대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것의 궁극적 목표는 남아있는 시민사회 공간을 말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 역시 “그들은 실제로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다. 중국 정부는 그들의 활동을 위협이라고 날조했다”고 지적했다.
둘의 사건은 중국에서 검열됐기 때문에 대중의 반응은 드러나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판결을 앞두고 지지자들이 중국 앱인 위챗과 더우반에 재판 및 판결에 관한 정보를 게시하려 했으나 게시물이 차단됐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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