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특검에 앞서 정명(正名)해야 하는 까닭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2024. 6. 14.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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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 제자 중에 자로(子路)는 지인용(智仁勇) 중에서 용자(勇者)를 대표하는 제자다.

이것만으로도 조선을 쇠퇴와 멸망으로 몰아넣은 조선 선비들이 떠오르지 않는가? 이런 자로가 공자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원래 공자는 '반드시' '결코' '절대로'라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아마도 수준이 낮은 자로는 공자가 엄청난 그림을 제시하며 이런 나라를 만들겠다고 답할 것을 기대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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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공자 제자 중에 자로(子路)는 지인용(智仁勇) 중에서 용자(勇者)를 대표하는 제자다. 씩씩하고 행동이 앞서며 의리를 중시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앞뒤를 잴 줄 모르고 당장 눈앞의 일에 옳고 그름만 따지려는 성미 급한 인물이다. 훗날 이런 유형의 인물에 대해서는 속유(俗儒)라고 불렀다. 유자(儒者)임을 내세우지만 일의 완급을 따지지 않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사마천은 『사기』 「율서(律書)」에서 이런 세속형 유자를 가차 없이 비판한다.

"어찌 세속의 유생(儒生)처럼 큰 법도에 어두워 일의 경중을 재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덕(德)으로 감화시켜야 한다고 운운하며 군사를 쓰는 것을 마땅치 않다고 여겨 크게는 임금이 나라를 곤궁하게 만들어 제대로 지키지도 못하고 작게는 마침내 침범을 당해 쇠약해지는데도 끝까지 낡은 생각을 고집하며 꼼짝도 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이것만으로도 조선을 쇠퇴와 멸망으로 몰아넣은 조선 선비들이 떠오르지 않는가? 이런 자로가 공자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위(衛)나라 군주가 스승님을 기다려 정치를 맡기려 하니 스승님께서는 장차 무엇을 먼저 하시렵니까?"

이 질문은 지금 대한민국 국회에 새로 진입한 국회의원들에게 묻고 싶은 것이다. 그러면 특히 야당 초선 의원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대통령과 그 주변 사람들에 대한 각종 특검을 할 것이다"라고 답할 것이다. 실제로 그 일이 지금 우리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다.

그렇다면 공자는 뭐라고 말했는가? "반드시[必] 이름부터 바로잡겠다."

원래 공자는 '반드시' '결코' '절대로'라는 말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자공은 이런 공자 모습을 무필(毋必)이라고 묘사했다. 즉 공자는 어떤 일에 대해 쉽게 '반드시'니 '무조건'이니 '전부'니 하는 말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로 공자는 매사에 조심스러워 늘 "아마도~일 것이다[其~與]"라는 표현을 입에 달고 살았던 사람이다. 그런 공자가 만약에 자신이 정치에 참여한다면 "반드시" 이름부터 바로잡겠다고 단언한 것이다.

자로는 크게 실망했다. 아마도 수준이 낮은 자로는 공자가 엄청난 그림을 제시하며 이런 나라를 만들겠다고 답할 것을 기대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거의 욕에 가까운 반응을 보인다.

"이러하시다니! 스승님의 우활하심이여[迂]! (그렇게 해서야) 어떻게 (정치를) 바로잡으시겠습니까?"

우(迂)는 에둘러 간다는 말도 있지만 우활(迂闊)하다고 하면 사리에 어둡고 세상 물정을 잘 모른다는 뜻이다. 아랫사람이 윗사람한테 써서는 안 되는 말이다. 공자는 꾹 참고서 말을 이어간다.

"한심하구나, 유(由-자로)야! 군자는 자기가 알지 못하는 것은 비워두고서 말을 하지 않는 법이다. 이름이 바르지 못하면 말이 순하지 못하고 말이 순하지 못하면 일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일이 이루어지지 못하면 예악이 흥하지 않고 예악이 흥하지 못하면 형벌이 알맞지 못하고 형벌이 알맞지 못하면 백성들이 손발을 둘 곳이 없게 된다. 그래서 군자가 이름을 붙이면 반드시 말할 수 있고, 말할 수 있으면 반드시 행할 수 있는 것이니 군자는 그 말에 있어 구차함이 없을 뿐이다."

10일 국회 본회의장에 국민의힘 의원들의 자리가 비어있는 가운데 상임위원장 선거가 실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여기서 우리는 이름-말-일-예악-형벌-백성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에 주목해야 한다. 이 점을 놓친 사람들은 흔히 정명(正名)을 인용하며 "명분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식의 개똥철학을 펼치곤 한다. 상황을 바르게 이름 짓는 것이 정명(正名)이다. 지금 여야 갈등이 바로 정명(正名)을 둘러싼 싸움이다. 그런데 여야 모두 정명이 아니다 보니 말이 순조롭지 않고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며 예악 형벌이 실상과 동떨어져 백성들은 손발 둘 곳이 없는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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