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달리 ‘윤심’ 후보 안 보이는 국민의힘 전당대회
국민의힘 전당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 당대표 후보가 보이지 않는다. 윤심이 지배했다는 평가를 받는 지난해 3·8 전당대회와 확연히 달라졌다.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대세론이 형성된데다 총선 참패와 20%대에 머무는 윤 대통령 지지율을 고려하면 이번에는 윤심 영향이 미약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
성일종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14일 SBS라디오에 나와 “이달 23~24일부터 전당대회 후보 등록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전날 당 지도부가 ‘당원투표 80%, 여론조사 20%’ 등 규칙(룰)을 정한 후 본격적인 전당대회 절차에 들어간 모습이다. 한 전 위원장을 비롯해 나경원·안철수·윤상현·김재섭 의원, 유승민 전 의원 등이 당대표 출마자로 주로 거론된다.
원내 주류인 친윤석열(친윤)계에선 권영세·권성동·윤재옥 의원 이름이 나오지만 확고한 당권주자로 부각되진 않고 있다. 윤 대통령 의중이 어느 후보에게 있는지도 거론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해 3·8 전당대회 레이스에서 5~6위권의 낮은 지지율로 시작한 김기현 전 대표가 윤심을 등에 업고 당원들의 과반 지지를 확보하며 당선된 것과 대비된다. 당시 친윤계는 전당대회 룰을 윤심이 작동하기 쉬운 당원 100%로 바꿨고, 대통령실 관계자가 당대표 후보군인 나경원·안철수 의원을 공개비판하기도 했다.
이번엔 김 전 대표와 같은 윤심 후보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윤 대통령과 ‘윤·한갈등’을 빚은 한 전 위원장이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대통령 인기가 낮은데 윤심 후보를 내세웠다가 그 후보가 낙선하면 대통령의 레임덕이 가속화할 수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작년엔 정권 초에다가 총선 공천을 받아야 하니까 의원들이 말을 잘 들었지만, 지금은 대통령이 누구를 지지하라고 해도 말을 들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친윤계에선 한 전 위원장이 대표가 되는 것은 막을 수 없다고 보고, 대표가 된 이후 전략을 모색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한동훈 대표’ 체제가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판단하면서 다음 비대위 체제나 전당대회를 노리는 것으로 보인다.
전당대회 레이스가 시작되면 친윤계가 전략적으로 한 전 위원장의 대항마를 밀어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최근엔 나 의원이 전날 “당대표를 뽑는 전당대회의 민심 비율은 공직 추천 때보단 적게 하는 것이 맞다”고 하는 등 메시지에서 친윤계와 주파수를 맞추고 있다. 나 의원이 주도하는 ‘국회 인구와 기후 그리고 내일’ 포럼엔 친윤계 핵심 이철규 의원이 참여했다. 전날 포럼 행사에도 이만희·김상훈·정희용·강민국·주진우 등 친윤계 의원들이 대거 참석했다.
친윤계가 젊은 김재섭 의원을 포섭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 하지만 김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제 정치적 소임은 친윤이라는 이름으로 당을 망쳐놓은 사람들을 개혁하는 것”이라며 “친윤의 지원을 받거나 이럴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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