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휴진’ 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 “중증·희귀질환 진료는 유지”

17일 집단 휴진 예고…‘당위성’ 주장 기자회견
병원 노동자들 휴진 비판 의식…“공익 위한 것”

14일 오후 서울의대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기자회견에서 강희경 서울의대 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는 17일 ‘집단 휴진’을 예고한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중증·희귀질환 환자 진료는 차질 없이 진행하겠단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집단 휴진에 반발하는 환자 및 병원 노동자를 향해 휴진의 당위성을 설득하는 메시지를 냈다.

비대위는 14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중증‧희귀질환 환자분들께 정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전체 휴진이란 다른 병의원에서도 진료가 가능하거나 진료를 미뤄도 당분간 큰 영향을 받지 않는 환자들의 정규 외래 진료와 정규 수술 중단을 뜻한다. 서울대학교병원의 진료가 지금 반드시 필요한 중증‧희귀질환 환자분들께는 휴진 기간 동안에도 차질 없이 진료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환자단체들이 연이어 집단 휴진을 규탄하는 목소리를 내는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비대위는 환자들을 향해 “이번 전체 휴진 기간을 시작으로, 서울대학교병원은 중증‧희귀질환 환자 진료에 집중하는 진정한 최상급종합병원의 역할에 충실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그동안 경증 환자를 진료하느라 중증·희귀질환 환자 진료에 집중하지 못했던 점을 언급하며 “집단 휴진으로 병원 수익이 감소한다면, 현재의 수가체계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원 노동자들을 향해서는 교수들의 취지에 함께 해달라며 지지를 요구했다. 비대위는 “저희들의 이번 휴진 결정은 더이상 지속 가능하지 않은 현 의료 사태를 해결하고자 하는, 공익을 위한 것임을 헤아려 주시기를 요청한다”면서 “올바른 의료체계를 만들고자 하는 저희 교수들의 노력에 함께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수들에게 지금의 일그러진 진료를 지속하라 강요하지 마시고, 정책 결정권자들에게 필수의료와 지역의료를 살리는 공공의료를 먼저 강화하라고 해달라”며 비판의 화살을 정부에 돌려달라 촉구했다. 이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들이 가르치는 학생과 수련·전공의들이 제대로 배울 수 있도록 중재하는 그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으면서 지금은 집단 휴진을 내걸고 의료파국의 선발대가 됐다”고 집단 휴진에 나선 교수들을 비판했다.

정부에는 ‘상시적 의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비대위는 “정권과 공무원의 임기와는 무관하게 의료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 정부가 함께 모여 문제를 파악하고 해결해 나갈 수 있는 ‘상시적 의정협의체’의 구성과 운영을 서둘러달라”면서 “의료계와 정책 결정권자가 아무런 조건을 내세우지 않고 먼저 만나도 좋겠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