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콜라이트’ 이정재는 왜 인종차별을 당하는가[MD칼럼]
[곽명동의 씨네톡]
‘오징어게임’의 이정재가 디즈니 플러스 ‘스타워즈’ 시리즈 ‘애콜라이트’에 출연한다는 소식에 일부 팬들은 거부 반응을 보였다. 아시아 배우가 왜 제다이 캐릭터를 연기하냐는 것이 불만의 이유였다. 가뜩이나 PC(정치적 올바름)에 염증을 내는 그들은 여성 캐릭터에 이어 아시아인까지 ‘스타워즈’ 세계관에 가세하는 것이 못마땅했을 것이다. 실제 ‘애콜라이트’ 첫 예고편 댓글에는 이정재를 향한 인종차별이 송곳처럼 박혀 있었다.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정재의 영어대사와 연기력이 자연스러워 초반만큼 악플이 달리지는 않았다. 그래도 이정재 캐스팅에 불만을 품은 ‘스타워즈’ 팬들은 여전히 많다. 영화비평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 평론가들의 ‘애콜라이트’ 신선도 지수는 86%에 달한다. 그러나 관객지수는 18%까지 떨어졌다. 거의 테러 수준이다(3화 ‘운명’에서 그려진 페미니즘도 부정적 평가에 영향을 끼쳤다).
‘아시아인 제다이’는 그들이 ‘스타워즈’의 탄생 역사를 조금만 알아도 수긍할 수 있는 대목이다. 먼저, 조지 루카스 감독은 신화학자 조셉 캠벨과 함께 오리지널 ‘스타워즈’ 시리즈의 각본을 썼다. 캠벨은 전 세계 영웅 신화의 공통점을 찾아내 ‘영웅의 12단계’ 이론을 구축했는데, 1977년 개봉한 ‘스타워즈-새로운 희망’은 이 공식대로 스토리가 전개된다. 루카스 감독은 영웅신화 외에도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숨은 요새의 세 악인’(1958)을 차용했다. 마타시치와 타헤이 두 농부가 패망한 왕국의 전설적인 사무라이 장군 로쿠로타를 만나 아키주키 가문을 재건할 유키 공주를 호위하고 금괴를 운반하여 국경을 넘는다는 이야기다. 레아 공주가 비밀 설계도를 훔쳐 은하 제국군에 대항하는 반란군으로 향하는 ‘스타워즈-새로운 희망’의 기본 골격과 유사하다.
시리즈의 감초 캐릭터 R2-2D는 마타시치, C3PO는 타헤이를 각각 참고했다. 무엇보다 제다이 기사 오비완 케노비는 공주를 보호하는 설정에서 로쿠로타와 흡사하다. 특히 ‘제다이’라는 단어 자체가 ‘시대’라는 뜻의 일본의 ‘지다이’에서 가져왔고, 광선검 역시 사무라이의 칼싸움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 루카스 감독은 로크로타 역을 맡았던 미후네 토로시에게 오비완 캐노비 역의 알렉 기네스보다 먼저 캐스팅 제의를 했지만, 거절 당했다. 그는 ‘다스 베이더’ 역까지 제안했는데, 이 또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당시엔 일본영화가 세계에서 인정받은 시대였고, 미후네 토로시를 캐스팅하려는 루카스 감독의 시도는 당연했다. K컬처가 글로벌에서 위세를 떨치는 현실에서 이정재에게 제다이 역을 제안한 디즈니의 결정 역시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자연스럽다.
레슬리 헤드랜드 감독은 ‘애콜라이트’를 “‘겨울왕국’과 ‘킬빌’의 만남”이라고 설명했다. 제다이 연쇄살인 사건의 중심이 된 쌍둥이 오샤, 메이(아만들라 스텐버그)는 ‘겨울왕국’의 엘사와 안나 자매를 떠올리게 하고, ‘복수’의 테마는 ‘킬빌’과 겹친다. 두 영화 외에도 헤드랜드 감독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라쇼몽’(1950)에서 가장 큰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라쇼몽’은 사무라이의 죽음을 놓고 사무라이와 그의 아내, 산적, 나무꾼이 재판장 앞에서 제각각의 증언을 하는 스토리인데, 하나의 사건을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것을 ‘라쇼몽 효과’라고 부른다. ‘라쇼몽’과 같은 미스터리 스릴러의 전개 속에서 제다이 마스터 솔(이정재)이 앞으로 남은 5회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하게될지 흥미를 자극한다. ‘스타워즈’ 팬이라면 ‘아시아인 제다이’에 거부반응을 보일 것이 아니라, 시리즈의 뿌리로 거슬러 올라가 동서양 영화의 만남에 호기심을 갖는 게 ‘문화적 올바름’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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