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성의 동태눈 연기가 곧 '커넥션'의 개연성이라는 건
[엔터미디어=수사연구 박기자의 TV탐정] SBS 금토드라마 <커넥션>은 고구마 줄기 같은 형사물이다. 마약수사대 형사 장재경(지성)이 괴한들에게 납치되어 마약중독자가 된 것도 억울한데, 그의 주변에 펼쳐지는 이야기도 모두 고구마다. 하지만 고구마 줄기가 워낙 넓게 뻗어 있어, 장재경과 사망한 친구 박준서(윤나무) 주변, 또다른 고교 동창 커넥션인 박태진(권율)과 원종수(김경수) 무리의 이야기가 궁금해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마약사건에서 시작한 사건은 살인사건으로 이어지고, 이어 그 사건의 원점은 고교시절의 미스터리한 사건으로까지 얽혀 있다.
<커넥션>은 단순한 마약중독자 형사 장재경의 투병기와 마약사범 추적 드라마가 아니다. 오히려 거대한 사건들이 얽혀 있는 그물들을 장재경이 또 다른 동창인 기자 오윤진(전미도)과 허주송(장순원)과 함께 파헤치는 전개로 이어진다.
그런 까닭에 <커넥션>은 답답한 동시에 궁금한 전개인 것만은 확실하다. 게다가 매회 잔인하고 자극적인 장면들을 꼭 하나씩 끼워 넣는다. 첫 회에서 병원에서 깨어난 장재경이 마약 투약 사실을 들키지 않으려고 피 검사한 혈액을 훔쳐 마셔버리는 장면부터 좀 충격이긴 했다. 왜 저래, 갑자기 흡혈귀 만드는 것도 아니고. 미간이 찌푸려지긴 하지만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장면들을 <커넥션>은 종종 투하하는 전략을 쓴다. 그리고 첫 회부터 <커넥션>에서 내내 보게 될 지성 특유의 동태눈 연기가 등장한다.
사실 <커넥션>은 이야기의 줄기가 크고 자극적인 장면은 많지만, 잘 만든 형사물이라고 보기에는 아쉬운 부분들이 많다. 형사 생활의 고증이 뭔가 아쉬운 부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전개를 위해 수사 상황들이 너무 얼렁뚱땅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장재경 주변의 수사 과정도 수사물이라기보다 감정적인 방식으로 전개된다. 장재경이 화를 내고, 그 주변 형사들이 분노하는 것이 수사의 대부분이다.
더구나 <커넥션>에 등장하는 신종 마약인 레몬뽕 역시 아쉽기는 하다. 작가가 피곤한 마음에 진도가 나가지 않자, 레모나를 입안에 털어놓고 상큼해진 마음으로 '레몬뽕'이란 이름을 지은 걸까? 레몬뽕이란 이름은 상큼한 방귀냄새처럼 유치한 감이 있는 게 사실. 게다가 레몬뽕처럼 3일 만에 사람이 중증의 마약 폐인으로 전락하는 경우는 없다. 마약중독은 서서히 스며들어 그 사람을 폐인으로 만든다. 그렇기에 중독자가 되기 전까지는 마약의 쾌감을 잊지 못해 그 약에 빠져드는 것이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 <다큐3일>의 한 출연자가 있다고 치자. 그가 첫날에 레몬뽕을 먹고 3일 후에 중독자가 되어 침을 질질 흘리는 장면은 불가능하다. 다만 사흘 후에 그는 뭔가 더 유쾌해 보일 가능성이 높다. 인생의 꿀단지를 찾은 것처럼. 하지만 그는 서서히 그 꿀단지에 빠져 폐인으로 변할 것이다. 그게 마약중독의 전형적인 흐름이다. 물론 <커넥션>은 드라마고 당연히 드라마적 과장을 위해 3일만에 중증 중독자로 만들어버리는 레몬뽕도 가능하다. 하여간 이 레몬뽕이란 코믹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고, 이 약물의 개연성을 보여주는 것이, 지성의 동태눈 연기가 아닌가 싶다.
언젠가부터 지성의 연기는 늘 극한 연기로 가는 경향이 있기는 했다. 좀 과하다 싶을 때도 있지만 <커넥션>에서는 확실히 이 배우의 동태눈 연기가 빛난다. 첫 회에 약에 절은 표정일 때의 동태눈부터, 레몬뽕을 투약하기 위해 간절히 헤맬 때의 동태눈 연기도 강렬하다. 이럴 때면 레몬뽕이란 유치한 이름이나 마약 중독의 실제 흐름과는 상관없이 드라마가 굉장히 절절하고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말 그대로 지성의 동태눈 연기가 <커넥션>의 개연성이 되는 것이다.
한편 일단 레몬뽕을 복용하면 지성의 장재경은 눈빛이 또렷해지며 갑자기 명탐정 코난 스타일로 변한다. 물론 이 눈빛이 레몬뽕의 약 기운 때문인지 원래 장재경이 그런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에 그때부터는 갑자기 머릿속에 사건들에 대한 전후 과정이 펼쳐지면서 놀라운 추리력을 발휘한다. 이때부터 <커넥션>은 또 갑자기 전형적인 탐정물 방식으로 전개된다. 뭔가 장르가 휙휙 바뀌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커넥션>은 형사물의 여러 장치를 활용해 장르물의 뷔페처럼 만들어 놓은 작품이다. 그렇기에 쉴 틈이 없어 지루한 감은 없다. 다만 이 모든 게 표피적으로 흘러가기 때문에 깊이 있게 뭔가를 파헤치는 묵직한 장르물의 느낌은 없다. 하지만 지성의 동태눈 중독자 연기와 우정을 위해 집념으로 사건의 실체를 파고드는 형사의 모습을 보여주는 연기는, 이 드라마의 무게 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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