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시한부에 먼저 숨진 아내… 심장 멎게 한 ‘상심증후군’ 뭐길래

문지연 기자 2024. 6. 14.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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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인 댄과 아내 섀런 댄의 생전 모습. 가장 왼쪽은 딸 엘리다. /더 선 보도화면

남편의 시한부 판정에 충격받은 아내가 결국 사흘 먼저 세상을 떠난 영국 부부의 사연이 공개됐다. 아내의 사인은 극심한 감정적 스트레스로 발생하는 일명 ‘상심(傷心)증후군’에 의한 심장마비로 드러났다.

13일(현지시각) 더 선 등 외신에 따르면 10년 차 부부였던 섀런 댄(54)과 남편 웨인 댄(57)은 지난 4월 세상을 떠났다. 아내 섀런이 4일, 남편 웨인이 7일. 생전 서로를 ‘소울메이트’라 부를 만큼 금실이 좋았던 둘은 단 3일 차이로 나란히 숨을 거뒀다.

웨인은 작년 10월 과거 발생했던 사타구니 쪽 암이 폐로 전이돼 수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러나 예후가 좋지 않았고 올해 2월엔 뼈와 혈관 등 비상피성 결합조직에 발생하는 육종을 앓게 됐다. 더 이상의 수술이 불가능해 화학요법을 시도했지만 그마저도 결과가 좋지 않았다. 사실상의 시한부 판정이었다.

현실에 상심한 섀런은 그런 남편 곁을 떠나기 싫어했다. 웨인이 입원한 뒤로는 집에도 가지 않고 병실에만 머물렀다. 딸 엘리는 “엄마가 밥도 안 먹고 잠도 자지 않았다. 밖에 나가 신선한 공기를 쐬라고 했지만 한시도 웨인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며 “엄마는 남편 없는 세상에 사는 것을 매우 두려워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지난 4월 4일. 엘리는 엄마의 갑작스러운 전화 한 통을 받게 된다. 섀런은 “숨쉬기가 힘들다”는 말을 남겼고 그대로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졌다. 의료진이 응급처치를 했지만 섀런은 그날 밤을 넘기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그렇게 3일 후인 7일 웨인도 아내 뒤를 따라 세상을 떠났다.

섀런의 사인은 상심증후군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정식 병명은 스트레스성 심근증이며 ‘타코츠보 증후군’(takotsubo syndrome)으로도 불린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극도의 심리적 충격을 받아 심장 근육에 이상이 생기는 병이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바 없지만 교감신경 호르몬의 분비가 증가해 심장 박동과 혈압을 높이고 심장 근육을 빠르게 손상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보통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기에 대규모 재난이 발생한 지역에서 자주 보고된다. 섀런처럼 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마주한 사람은 물론 반대로 주체할 수 없이 기쁜 상황에 놓인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보통 폐경 후 여성의 발병률이 높고 환자 성비도 여성이 훨씬 높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 호흡곤란, 메스꺼움 등이다.

가장 대표적인 치료법은 수액과 안정을 통한 자연 회복이다. 대부분 4주 이내로 괜찮아지는데, 쇼크에 이를 만큼 증상이 심한 경우 시술을 진행하기도 한다. 다만 유발 원인이 정신적 스트레스였다면 물리적 치료 후에도 상담 등을 통해 재발을 예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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