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에너지 시설 집중폭격…우크라에 혹독한 겨울 오나
전력 수요 증가하는 겨울에는 사정 더 악화 예상…서방 지원에 기대
(서울=연합뉴스) 이신영 기자 = 러시아의 공습으로 에너지 기반 시설이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우크라이나인들의 일상이 무너지고 있다.
3년째 이어진 전쟁으로 우크라이나의 발전 설비용량이 절반 이하로 급감한 데다 최근에는 화력발전소와 댐으로 러시아의 공세가 집중되면서 다가올 겨울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우크라이나가 긴급 정전 조치를 시행하는 등 에너지 기반 시설 복구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러시아의 폭격은 이미 우크라이나인들의 일상을 잡아먹고 있다.
발전 시설 등이 타격을 입으면서 에너지 비용이 폭등했고, 정전으로 엘리베이터 운행이 멈춰 섰다.
가로등이 꺼진 거리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겼고 인터넷과 휴대전화 서비스도 중단됐다.
뜨거운 여름에도 에어컨 가동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다.
전쟁 전 화려하고 생동감 넘쳤던 키이우의 밤은 짙은 회색으로 가라앉았다.
거리에는 온갖 종류의 발전기가 자리 잡았고, 정전이 시작되면 윙윙거리는 발전기 소리만 가득했다.
우크라이나가 이처럼 전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것은 전쟁 초반 배전망에 집중됐던 러시아의 폭격이 발전소를 직접 겨냥하는 쪽으로 바뀐 영향이 크다.
배전망은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복구할 수 있었지만, 발전소와 댐 복구는 적어도 수개월에서 몇 년까지 걸릴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 에너지부에 따르면 지난 3월 22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에서 6곳의 에너지 시설이 대규모 공격을 받았다.
현재 우크라이나의 화력 발전 시설은 20%만 정상 가동되고 있으며 수력 발전시스템은 3분의 1이 파괴됐다.
우크라이나 서부의 한 화력발전 시설은 폭격으로 3주간 수리를 거쳐 재가동에 들어갔지만 2주 만에 다시 공격받았고, 복구 불가 상태가 되기도 했다고 WSJ은 전했다.
원자력 발전은 여전히 가능한 상황이기는 하지만 러시아가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시설인 자포리자 발전소를 점령하면서 생산에 큰 구멍이 생겼다.
지난 3월까지만 해도 유럽연합(EU)에 전력을 수출해 온 우크라이나는 전력 생산량이 절반으로 줄면서 이제는 오히려 수입을 늘려야 하는 처지가 됐다.
우크레네르고는 14일에도 기록적인 전력 수입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자신들을 굴복시키기 위해 인도주의적 위기를 촉발하려 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난방과 온수 공급으로 전력 수요가 증가하는 겨울이 되면 이런 사정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겨울은 그럭저럭 지나갔는지 몰라도 에너지 시설에 대한 폭격이 지금처럼 지속된다면 다가올 겨울은 더 혹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대체 에너지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전쟁 이전에도 친환경, 원자력 발전에 대한 투자는 있었지만, 전쟁 이후 이런 추세가 더 가속화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최대 민간 에너지 회사 DTEK는 풍력발전소를 만들었고, 태양광 패널 시장도 호황을 누리고 있다.
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지원에도 기대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재건 회의에서 "러시아가 에너지시설 파괴를 지속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우크라이나 에너지부는 재건 회의를 통해 전력망 재건을 위한 10여개 협정을 조율했다고 밝혔고, 국영 전력 회사 우크레네르고는 독일로부터 에너지 시설 재건을 위해 3천40만유로(약 450억원)을 지원받았다고 밝혔다.
DTEK는 에너지 시설 복구 비용을 500억달러(약 69조원)로 추정하고 있다.
DTEK는 또 수리에 필요한 부품을 구하기 위해 유럽 전역의 폐발전소를 찾아 사용할 수 있는 부품을 찾고 있으며, 10여개국이 이에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sh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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