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예스24 선정 이달의 경제경영서] '만년 2등 코인' 이더리움의 밸류업 야망
200여명 만나 이더리움 탐구
2015년 첫 상장후 1만배 폭등
美서 현물 ETF 최종 승인되면
비트코인 대체재 떠오를 수도
컴퓨터 게임에 푹 빠져 있던 10대 소년. 캐릭터 업데이트 문제로 게임사에 크게 실망한 이 소년은 어느 날 게임을 그만두고, 컴퓨터과학자인 아버지가 추천해준 비트코인을 연구하게 된다. 이후 그는 고등학생 신분으로 '비트코인 매거진'을 운영할 정도로 비트코인을 깊게 파고들었다. "비트코인이 컴퓨터상 비트에 불과하기 때문에 가치가 0이라는 주장은 잘못됐다. 비트는 가치를 갖고 있다. 사람들이 그것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려고 들기 때문이다.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도 비트코인은 희귀성 때문에 그 가치를 유지한다. 어떠한 개인이나 조직도 비트코인을 마음대로 찍어낼 수 없다."
열아홉 살이 되던 2013년 캐나다 워털루대에 입학했지만 몇 달 만에 자퇴하고 세계 곳곳을 다녔다. 같은 해 11월 비트코인의 가치는 1000달러를 넘어섰지만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주류 투자금융업계는 비트코인에 주목하지 않았다. 탈중앙화를 통한 독립성을 이루는 게 가상화폐의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생각했던 그의 머릿속엔 온통 '비트코인 2.0'이라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실현시켜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2015년 '이더리움'이라는 플랫폼 블록체인을 탄생시켜 가상화폐 시장 성장을 견인하고, 9년 만에 시가총액 600조원을 달성한 개발자 최연소 억만장자 비탈릭 부테린(30)의 이야기다.
신간 '이더리움 억만장자들'은 가상화폐 분야 기자로 활동해온 로라 신 전 포브스 편집장이 3년간 약 200명을 인터뷰한 끝에 작성한 이더리움 탐사 리포트다. 비트코인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이더리움의 탄생 비화는 물론 가상화폐 혁명의 중심에서 이더리움이 어떻게 성장해왔고, 어떻게 세상을 바꿔왔는지 스토리텔링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 준다. 이더리움이 막대한 부를 창출하기까지의 여정에서 이더리움을 공동 설립한 부테린과 미하이 앨리시, 앤서니 디 이오리오, 개빈 우드, 제프리 윌크, 찰스 호스킨슨, 조 루빈, 아미르 체트리트 등 8명을 비롯해 이더리움의 성공 신화를 쓴 50여 명의 인물들도 세세히 소개한다.
2015년 이더리움이 처음 가상화폐 거래소에 상장됐을 때 1개당 가격은 한화로 500원에 불과했다. 지난 12일을 기준으로 현재 이더리움의 가격은 509만원이 됐다. 10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1만배로 가치가 치솟은 것이다. 이더리움을 만든 이들은 머지않아 이더리움의 가치가 제1 가상화폐인 비트코인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한다. 비트코인의 현재 가격은 9800만원(12일 기준)으로 이더리움의 19배 수준이지만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실제로 그 꿈은 조금씩 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달 23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더리움 현물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기 위한 블랙록 등 8개 자산운용사의 19b-4(ETF 거래규칙변경 신고) 신청서를 승인했다.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에서 이더리움 현물 ETF가 상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전까지 현물 ETF 승인을 받은 가상화폐는 비트코인이 유일했다. 그동안 이더리움과 같은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가상화폐)은 가상화폐 거래소를 통해서만 거래가 이뤄졌다.
물론 규제기관 최종 승인까지는 수개월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이더리움 현물 ETF의 미국 증시 상장이 가시화하면서 투자자들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이 최종 승인을 받으면 투자자가 직접 이더리움을 매수하지 않고도 이더리움에 투자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이더리움의 가치도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상화폐의 현물 시장 진출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높은 변동성 같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로라 신 전 편집장은 "이 모든 일은 불과 9년 전 '개인 간 전자화폐 시스템'을 제안하는 백서 형태로 시작됐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이더리움이 걸어온 발자취를 통해 가상화폐를 깊이 있게 이해하고, 앞으로 변모해나갈 금융시장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단서가 되어 줄 것이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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