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상임위원이 기자 대상 혐오 발언 쏟아냈다

"기레기들이 쓰레기 기사를 쓴다" 막말
인권시민단체를 "인권장사치"라고 불러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이 공개석상에서 기자들을 향해 “기레기들이 들어와 쓰레기 기사를 쓴다” 등 막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위원이 그동안 내뱉은 기자 혐오 발언은 한 두번이 아니라고 인권위 출입기자들은 말했다.

2023년 8월9일 김용원 국가인권위원회 상임위원 겸 군인권보호관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에서 고(故) 채수근 상병 사건 수사관련 긴급 의견표명 기자회견에서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한겨레신문과 경향신문의 13일 보도에 따르면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은 이날 오전 개최된 상임위 개회 전 기자들을 향해 “기레기들이 들어와 방청하고 쓰레기 기사를 쓴다” “기레기와 인권장사치는 위원장 편이다” 등의 발언을 했다. 또 특정 매체까지 언급하며 “한겨레, 경향에서 아무리 써 봐도 다른 언론에서 받아주지 않는 것을 위안으로 삼는다”고 했다.

김용원 위원의 이 같은 발언은 상임위 시작 직후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회의 비공개를 주장하면서 나왔다. 이날 김 위원은 회의 방청을 신청한 인권시민단체를 “인권 장사치”라고 부르며 “인권 장사치들도 방청하고 회의 내용을 왜곡하고, 인권단체가 무분별하게 인권위원 사퇴를 요구하는 작태가 벌어진다”고 말했다. 인권위 회의는 개회 후 방청객이 들어올 수 있는데 이날 김 위원의 소동으로 한겨레, 경향신문을 비롯해 연합뉴스, JTBC 기자들과 인권단체 관계자 등은 입장까지 1시간 가까이 대기해야 했다.

한겨레, 경향신문은 보도에서 이날 회의가 공개로 전환되고, 방청객이 입장한 후에도 논쟁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박진 인권위 사무총장이 “방청하는 기자들한테 기레기라고 하고, 방청인에게 장사치라고 하는 그런 태도 버려달라”고 항의하자, 김 위원은 “기레기는 대법원의 판례에서 모욕적인 말이 아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14일자 지면에 해당 사안을 1면 기사로 실어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민주적 기본질서 확립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표로 설립된 인권위에서 독립적인 활동을 보장받는 상임위원으로선 편협한 언론관과 부족한 인권 의식을 드러낸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 홈페이지

인권위를 출입하는 기자들은 김 위원의 부적절한 언론관이 평소에도 여러 번 드러났다고 전했다. 한 경향신문 기자는 “그냥 늘 하던 폭언을 또 역시나 했구나 싶었다. 예전 회의에서도 비판 기사를 많이 써온 매체의 기자 이름까지 언급하면서 ‘자기가 대응할 가치가 없어서 대응하지 않는 것뿐이지 그 보도가 맞다고 생각해서 가만히 있는 게 아니다’ 등의 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한 한겨레 기자는 “채 상병 사건 관련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 피해구제 진정사건 조사결과보고서 공개’와 관련해 김 위원은 공개 자체가 위법이라고 주장하면서 계속해 안건 심의를 하나도 하지 않고 계속 이 건으로만 물고 늘어지고 있었다”며 “이 건과 관련해 한겨레는 계속 비판 기사를 써왔고, 이런 상황에서 김 위원의 혐오 발언이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공개 석상에서 동료 위원, 사무총장, 직원들을 향해 폭언과 막말을 해왔는데 한 단계 더 나아가 방청객, 기자들에게까지 한다는 것”이라며 “이제는 인신공격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낸 건데 비판 기사를 쓴 기자가 쓰레기인지, 김 위원의 발언이 쓰레기인지는 시민들이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원 상임위원은 대통령 지명으로 지난해 2월 임명됐다. 기자협회보는 김 위원에게 해당 발언을 한 취지와 입장 등을 묻기 위해 수차례 전화와 문자를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