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도 ‘밥심’으로…야자 참여율 높이는 따뜻한 기부

김광수 기자 2024. 6. 14.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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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남구 문현동 배정고 졸업생·교사·학부모들이 야간 자율학습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저녁 특식 효과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

배정고는 후원금으로 지금까지 아홉차례 매주 목요일 저녁 식탁에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특식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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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배정고 학생들이 졸업한 선배·교사·학부모들이 제공한 특식을 먹고 있다. 배정고 제공

부산 남구 문현동 배정고 졸업생·교사·학부모들이 야간 자율학습에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는 저녁 특식 효과에 미소를 머금고 있다.

특식은 백용규 교장이 지난 3월4일 개학식에서 ‘밥심 기부릴레이’를 선포하고 100만원을 내놓으면서 시작됐다. 밥심은 밥을 먹고 힘을 낸다는 말인 ‘밥힘’의 경상도 사투리 발음이다. ‘심’을 마음 심(心)으로 표현한 것은 ‘기부해 주신 모든 분의 따뜻한 마음이 학생들에게 잘 전달되기 바라는 의미’라고 한다.

졸업한 선배들과 학부모, 교사들까지 동참하면서 지난 13일 기준 2980만원의 후원금이 모였다. 의대에 다니는 배정고 선배는 대학교에서 받은 장학금 200만원을 쾌척했다. 김성일 배정고 학생회장은 거주지 동사무소와 은행에서 주는 장학금 100만원을 내기도 했다.

배정고는 후원금으로 지금까지 아홉차례 매주 목요일 저녁 식탁에 야간 자율학습을 하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특식을 제공했다. 삼겹살·홍게라면·쇠고기 스테이크·장어 양념구이·콘치즈 피자·엘에이(LA) 돈갈비구이·삼계탕·치킨 통구이·바비큐 폭립이다.

배정고 제공

학생들은 열광하고 있다. 김성일 학생회장은 “밥이 너무 잘 나와서 친구들이 놀랐고 목요일 저녁을 기다리고 있다. 특식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특식 제공 뒤부터 야간 자율학습 참석자가 많아졌고 수업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특식 제공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학교 쪽의 설명을 들어보면, 지난해 2학기 야간 자율학습 참석자가 하루 평균 40~60명이었으나 지금은 전교생 90% 이상이 야간자습 1교시와 저녁식사를 하고, 3학년 60~70%는 저녁 10시까지 야간자습을 한다고 한다. 최근엔 학생회에서 ‘토·일요일과 여름방학에도 밤 10시까지 자율학습을 할테니 허용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제 자율학습이라며 수업이 끝나면 바로 집으로 가는 학생들이 변한 것이다.

배정고는 왜 밥심운동을 펼치기 시작했을까. 백 교장은 “지난해 가을 부임하고 보니 수업시간에 휴대전화를 만지거나 잠을 자는 학생들이 너무 많았다. 학교 전반적인 분위기가 침체하면서 재학생들의 애교심이 낮은 상태라서 어떻게 하면 면학 분위기를 조성할까 고민하다가 맛있는 밥을 먹여보자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백용규 배정고 교장(왼쪽 네번째)과 27번째 배정고 후원자(왼쪽 다섯번째) 등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배정고 제공

밥심 운동을 계기로 학교 쪽은 학생들에게 더 다가서려고 했다. 교사들은 1대1 상담을 하며 야간 자율학습 참여를 설득했다. 특식을 준비하는 조리원들이 일손이 부족해 힘들다고 호소하자 교사들과 행정실 직원들이 특식 배식과 정리정돈을 했다.

수업 분위기도 달라졌다고 한다. 백 교장은 “지난해는 학생 투표로 수업 중 휴대전화 소지를 허용했는데 올해는 학교운영위원회를 열어서 1·2학년은 조례 때 휴대전화를 거뒀다가 정규 수업이 끝나면 되돌려 주면서 수업 집중도가 높아졌다. 특식을 준다고 크게 달라지겠느냐고 생각했는데 사제지간에 서로 믿기 시작하면서 면학 분위기와 자율학습 참여율이 좋아져 기쁘다”고 말했다.

사립고인 배정고는 1953년 개교해서 올해 71년째다. 2만9천여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김광수 기자 k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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