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차려 사망` 중대장 첫 피의자 출석…밤까지 장시간 조사
군기훈련 규정 위반 등 조사
이송 당시 중대장 동행했으나
훈련병 상태는 군의관이 설명
육군 12사단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경찰이 중대장 등 피의자들을 불러서 조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강원경찰청 훈련병 사망사건 수사전담팀은 지난 13일 업무상과실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로 중대장(대위)과 부중대장(중위)을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했다고 14일 밝혔다.
피의자들은 지난달 23일 강원도 인제군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훈련병 6명을 대상으로 군기훈련을 실시하는과정에서 군기훈련 규정을 위반하고, 사고를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게을리한 과실로 훈련병 1명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그동안 조사한 기본적인 사실관계 내용을 바탕으로 두 사람의 군기훈련 규정 위반 혐의, 병원 이송과 진료, 전원 과정 등을 조사한 것으로 보인다.
군인권센터 등에서 제기한 여러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가 이뤄졌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번 소환조사는 오후부터 밤늦게까지 장시간 이뤄졌으며, 일부 사실관계에 대해선 훈련병들의 기억과 다른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군인권센터에서 문제 제기한 '병원 이송 당시 중대장의 선임 탑승'에 관해 중대장이 선임 탑승자로서 병원에 동행한 것은 맞지만 의료기관에 환자 상태를 설명한 건 군의관으로 파악됐다.
군인권센터가 문제 삼은 '의무기록 부존재'의 경우 당시 응급처치 상황이 긴박해 기록은 작성하지 못했으나 조치 과정이 부대에 지속해서 보고된 기록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이들 피의자에 대한 추가 조사 여부와 구속영장 신청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중대장의 경우 현재 최대집 전 대한의사협회장과 서민민생대책위원회로부터 살인죄 등으로 고발당한 상태다.
변필수 법무법인 예우 군법무센터 전문위원은 "언론을 통해 알려진 내용으로 판단 시 사안의 중대성과 도주 우려 및 증거인멸, 자해나 극단적인 시도와 같은 일탈행위가 우려되기 때문에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예비역 해병 중령 출신인 변 전문위원은 "전투력 유지·보호 차원 등 군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영장 신청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변 전문위원은 사건 이후 중대장의 귀향 등 후속 조치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는 것을 두고, 군인 등의 사망사건 관련 범죄 수사권을 민간 수사기관으로 이전하는 내용이 담긴 2022년 7월 1일 군사법원법 개정이 그 원인이라고 짚었다.
그는 "개정 전 업무 체계를 적용했다면 사안이 중대한 만큼 밤을 새우더라도 관련자들을 조사해 사건 경위를 파악한 뒤 적어도 피해자의 사망 직전·직후에는 긴급체포하고 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진행했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멘토 배정이나 휴가 조치 등 가해자를 옹호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는 조치를 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했다.
'중대장을 영내 대기시켰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주장에는 "군인복무기본법상 영내 대기는 장병의 기본권 침해로 보고 있어 축소하거나 없앤 지 오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에게 좀더 신뢰받으려고 개정한 법이 오히려 역효과를 보고 있다"며 "향후 법 개정 시 충분한 숙의를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법 재·개정 취지에 부합한 결과가 나오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23일 오후 5시 20분쯤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훈련병 6명 중 1명이 쓰러졌다. 쓰러진 훈련병은 민간병원으로 응급 후송돼 치료받았으나 상태가 악화해 25일 오후 사망했다.
군기훈련이란 지휘관이 군기 확립을 위해 규정과 절차에 따라 장병들에게 지시하는 체력단련과 정신수양 등을 말한다. 지휘관 지적사항 등이 있을 때 시행되며 '얼차려'라고도 불린다.
육군은 완전군장 상태에서 구보(달리기)나 팔굽혀펴기(푸시업)를 시킬 수 없다는 취지의 관련 규정을 어긴 정황을 파악, 지난달 28일 강원경찰청에 사건을 수사 이첩했다.
군인권센터는 숨진 훈련병의 사인이 패혈성쇼크에 따른 다발성장기부전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박양수기자 ys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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