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판 짜는 SK…'최재원 역할론' 무게 실리는 이유

강민경 2024. 6. 14.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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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 ‘핀셋 인사’…SK온→SK이노 영역 넓혀
‘배터리 일병 살리기’ 본격적으로 나설 전망 
최재원(왼쪽)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그래픽=비즈워치

SK그룹 내 형제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SK온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이동, 향후 에너지·그린 사업을 총괄하면서 오너 일가 지배력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유·배터리 등 굵직한 사업군을 영위하는 SK이노베이션은 그룹 중간지주회사다. 몸집은 계열사 중 가장 크지만, 최근 주력 사업의 동반 부진으로 실적에 비상등이 켜진 상태다. 이에 그룹은 최 부회장을 에너지 사업 재편의 총대를 메고 나설 적임자로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간 맡고 있던 SK그룹 수석부회장과 SK E&S 수석부회장도 계속 겸임한다. 에너지 사업 측면서 상당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선 이혼소송 2심에서 사실상 패소한 최 회장이 지배력 강화를 위한 대안으로 가족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SK이노 발목 잡는 배터리…최재원, 구원투수로 나선다

최근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원포인트' 인사가 이뤄졌다. SK온을 담당하던 최 수석부회장이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으로 선임된 것. 에너지 분야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은 SK온·SK아이이테크놀로지·SK엔무브·SK지오센트릭 등 9개 사업 자회사를 밑에 두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연간 실적./그래픽=비즈워치

SK이노베이션은 그룹 내 매출 규모가 가장 큰 계열사이기도 하다. 지난해 기준 연간 매출 77조2884억원으로, 같은 기간 SK하이닉스(32조7657억원) 대비 2배가 넘었다. 지난 2022년에도 78조원이 넘는 매출을 내며 그룹의 외형을 이끌었다. 

다만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반토막 나면서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지난해 SK이노베이션 연간 영업이익은 1조9038억원으로 전년 대비 51.4% 급감했다. 지난 한 해 정제마진 약세 및 유가 하락에 따른 재고 손실 영향으로 정유 사업 타격이 컸다. 배터리 자회사 SK온의 지속되는 적자도 부담을 키웠다.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기업 1분기 점유율 변화./그래픽=비즈워치

다행히 올해 1분기 정제마진 회복 바람을 타고 견조한 실적을 달성했지만, SK온이 짊어진 성장과제는 여전한 상태다. SK온은 올해 1분기 3000억원대 적자에 이어 2분기에도 2000억원대 적자에 머물 것으로 관측된다.

최근엔 글로벌 및 비중국 배터리 시장점유율에서도 경쟁사인 삼성SDI에 자리를 내줬다. 이는 전기차 성장률 둔화를 고려하더라도 "국내 배터리 3사 중 SK온 경쟁력이 가장 취약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앞서 매해 조단위 대규모 투자가 이어졌지만 여전히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에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신용등급도 하락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 및 SK온 부채 변화./그래픽=비즈워치

최태원-최재원-최창원 삼각편대…돌발변수 대안 '플랜B' 

최 수석부회장은 SK온 회생을 위한 행보에 적극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이달 말로 예정된 SK그룹 경영전략회의 핵심도 SK이노베이션을 주축으로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다.

이미 재계 내에선 SK온-SK엔무브 합병 및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지분 매각 등 배터리 사업을 살리기 위한 시나리오가 물망에 올라있다. SK엔무브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 모두 SK이노베이션 산하 자회사이기 때문에 그의 결단에 보다 힘이 실릴 수 있다는 평가다.

에너지 사업 정상화에 보다 힘을 싣는 의미에서 최 부회장이 내년 정기 주주총회 등에서 등기이사 선임을 거쳐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로 선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는 중국 기업과 모빌리티 분야 포괄적 협력에 나서며 사업 정상화 보폭을 넓히고 있다. 지난 11일 ㈜SK는 중국 저장지리홀딩그룹(지리그룹)과 전기차 배터리·차량용 전장 부품 등 친환경 모빌리티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는 '전략적 사업 협력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여기엔 최 수석부회장의 네트워크가 주효했다는 후문이다.

일각선 "통상 임원인사가 연말에 이뤄지는 것임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최근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 간 이혼 항소심 판결에 따른 재산분할 등 오너리스크가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장은 "시기적으로 항소심 판결이 나온 직후 급작스러운 인사가 났다는 것은 전후 변화를 유추해보게끔 한다"며 "돌발변수로 인해 오너 1인이 역할을 제대로 하기 힘들 때 이후 그룹을 이끌어갈 플랜B를 마련하려는 목적도 있어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오 소장은 "지난해 말 그룹 내 최고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신임 의장으로 사촌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을 선임하고, 이번에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을 주력 계열사에 전진배치함으로써 오너일가 경영에 속도와 힘이 더 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SK그룹 가계도./그래픽=비즈워치

 

강민경 (klk707@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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