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중에 하품은 그럴 수 있다고 치고, 전현무 다작의 민폐는 따로 있다

정석희 칼럼니스트 2024. 6. 14.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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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무, 능력 출중한 건 알겠지만 회당 출연료 생각해서 자기 관리하길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지난주 <나 혼자 산다> 549회에 메인 진행자 전현무가 하품하는 장면이 나왔다. 관찰 영상이 아닌 스튜디오 분량이다. 내가 지금 뭘 본 건가 싶었지만 사실 이런 장면이 처음은 아니다. KBS <사장님 귀는 당나귀 귀>에서도 조는 게 아닌지 의심스러운 순간이 있었으니까. 예전 tvM <문제적 남자> 때도 앞에서는 문제를 푸는데 혼자 뒷자리에서 대놓고 잔 적이 있었고 MBC <선을 넘는 녀석들>에서도 이동 중 전문가가 설명을 하는 상황에 잤었다.

피곤하면 잘 수도 있지 야박하게 뭘 그러느냐고? 일상을 담은 관찰 예능이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스튜디오 녹화 중 카메라가 돌고 있는 상황에 어떻게 하품을 하나.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이날치' 멤버들이 무대에 올라 '범내려 온다'를 선보였을 때 김구라가 버젓이 휴대폰을 들여다 본 적이 있다. 그때만큼이나 기막히다. 아니 회당 출연료가 얼만데 그러나. 마땅히 체력 안배를, 자기 관리를 해야 하지 않나.

다작의 아이콘이 된 전현무. 한 해 동안 무려 스물두 편에 참여했단다. 정규 방송도 있고 파일럿이나 시즌제도 있고, 다 합해서 스물두 편이다. 김구라처럼 스튜디오 물에 특화된 진행자가 있나 하면 유재석처럼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주력하는 진행자가 있다. 어떤 진행자는 먹방을, 어떤 진행자는 상담을, 각기 잘 하는, 즐겨하는 분야가 있다. 전현무는 누구보다 다채로운 활동을 한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누빈다는 건 그만큼 유능하다는 거다.

<전현무계획>을 보면 먹방 예능을 믿음이 가게끔 잘하고 있고 음악 프로그램 진행을 특히 잘 한다. KBS 퇴사 후 처음 단독으로 진행을 맡은 프로그램이 JTBC <히든 싱어>. 이 프로그램으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그 후 무수히 많은 음악 경연 프로그램이 맡겨졌는데 그러는 사이 연륜이 쌓여 이제는 따라 올 자가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오가며 먹방 찍어야지, 골프 치러 가야지, 음악 프로그램 진행해야지, 얼마 전에 보디프로필 찍는다고 몸 관리까지 했으니 잠이 쏟아지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다작을 할지라도 체력 관리, 분배가 잘 이루어져서 프로그램에 폐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도 능력이다 하겠는데 '관리를 하긴 하나?' 의심스러운 상황이 아닌가.

방송 중에 하품을 한다, 이건 개인의 불찰에 불과하지만 또 다른 다작의 폐해가 있다. 메인 진행자들은 편의상 자신과 가까운, 합이 맞는 사람들을 불러 모으기 마련이고 그래서 '라인'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전현무도 마찬가지다. <톡파원 25시>만 해도 외국인 출연자들이 <비정상회담> 멤버들이고 거기에 더해 MBC <선을 넘는 녀석들> 출연자를 비롯해 전현무 인맥이 자주 초대된다.

또 MBN <전현무계획>을 함께 하는 '곽튜브' 곽준빈은 전현무가 진행자인 <전지적 참견시점>의 인연이지 않나. 곽준빈이 <크레이지 슈퍼 코리안>에도 동시에 출연했는데 키는 <나 혼자 산다> 멤버이고 이진호는 전현무와 같은 'SM C&C' 소속이다. 뿐만 아니라 4회가 방송되는 동안 전현무의 인맥이 여러 차례 동원됐다. 이처럼 끼리끼리 어울리다 보면 어느새 화법이 비슷해지는 게 문제다. 자연스레 서로 보고 듣고 닮아간다. 어휘력은 체험한 낱말의 총합이라고 들었다. 다양한 경험을 해야, 새로운 사람을 통해 새로운 어휘를 접해야 사용할 낱말이 늘어날 텐데 예능 프로그램의 경우 무리 지어서 밀려다니는 예능인들이 주로 쓰는 어휘가 TV를 점령한 느낌이다.

예전에는 신문, 잡지 구독이 필수였고 전화 통화도 자주 했다. 그래서 새로운, 생소한 낱말을 접할 기회가 많았다. 지금은 어떤가? 인쇄된 활자를 거의 접하지 않는지라, 전화보다는 문자로 주로 소통을 하는지라, 그조차 간결해지는지라 사용하는 낱말의 수가 점점 줄어든다. tvN <유퀴즈 온더 블럭> 247회에 출연한 배우 천우희를 보며 생각하는 방식, 어휘가 새롭다고 느꼈다. 우리가 예능을 통해 흔히 접해온 천편일률적인 화법이 아니었다. 배우 옥자연이 <라디오 스타> 735회에 출연했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다.

나영석 PD가 그런 이유로 더 이상 예능인을 섭외하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tvN <뿅뿅뿅 지구 오락실>을 보면 그들의 화법이 기존 예능과는 다르지 않나. 그래서 신선했던 것이고. 나영석 PD 유튜브 '채널 십오야'에 그룹 '세븐틴'이 초대됐는데 그 많은 멤버들이 오랜 기간 같이 부대끼며 지내왔을 텐데, 그럼에도 기존 예능 물이 들지 않아서 새롭고 산뜻했다. 그와 달리 몇몇 예능인들은 같은 얘기를 우리고 또 우려낸다. 내가 사용하는 어휘에 새로운 낱말을 더하려면 새로운 경험이 필수인데 책도 안 봐, 영화도 안 봐, 드라마도 안 봐, 나와 다른 어휘력을 가진 사람도 안 만나, 게임이나 하고. 그러니 어휘력이 늘지 않을 밖에.

한정된 어휘력의 사람들을 모아 모아 시청자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있는 건 아닌지. 다작하는 인기 예능인들,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을 돌아보면 좋겠다.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MBC, KBS, MBN,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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