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재킹' 하정우 "고난 전문 배우? 기시감 준다면 극복해야죠"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배우 하정우는 재난과 같은 극한적인 상황에 빠졌다가 기적적으로 위기를 극복해내는 캐릭터로 관객의 기억에 각인돼 있다.
무너진 터널 안에 갇혀 버린 자동차 운전자('터널'), 중동 무장단체에 쫓기는 외교관('비공식작전'), 백두산 폭발을 막기 위한 비밀작전에 투입된 장교('백두산') 등이 그렇다.
그런 하정우가 이번에는 공중 납치된 여객기의 승무원 역할을 맡았다. 오는 21일 개봉하는 김성한 감독의 '하이재킹'에서다.
"재난영화 같은 걸 고집하는 건 결코 아니에요. 작품을 선택할 땐 시나리오도 중요하지만, 누구와 함께하느냐도 중요하니까요. 만약 제가 맡은 캐릭터가 기시감을 준다면 그런 느낌이 없도록 노력하고 극복하는 게 앞으로의 과제라고 생각해요."
14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하정우는 '고난 전문 배우'로 통하는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필모그래피가 쌓이다 보면 과거에 보여준 이미지에서 어떻게 벗어나 좋은 모습을 보여주느냐는 문제에 직면한다"며 "배우로서 평생 안고 가야 할 것으로, 로버트 드니로나 알 파치노 같은 배우도 겪은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찾아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하이재킹'은 1971년 발생한 대한항공 여객기 납북 미수 사건을 영화적 상상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한국에서의 삶에 좌절해 월북을 꿈꾸는 20대 청년 용대(여진구 분)가 비행 중인 여객기에서 사제 폭탄을 터뜨려 혼란에 빠뜨리고, 기장을 위협해 북한으로 넘어갈 것을 요구하면서 긴장감이 급속히 고조된다. 하정우는 여객기 부기장 태인을 연기했다.
그는 "극이 흘러가는 속도나 서사 면에서 인물보다는 사건의 비중이 훨씬 큰 작품"이라며 "인물을 표현해낼 여유 공간이 적어 밋밋해질 수도 있었지만, 극의 속도와 힘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에 그 흐름에 맡겼다"고 회고했다.
대부분의 촬영이 과거 국내선 여객기로 운용됐던 F-27 항공기를 사실적으로 구현해낸 세트에서 약 3개월 동안 진행됐다.
50명이 넘는 승객 전원을 배우로 캐스팅해 기내에서 벌어지는 모든 움직임에 생동감을 더했다. 이 중에는 극단 대표와 같은 베테랑 배우도 많았다고 한다.
"리허설을 한번 해도 60명에 가까운 인원이 한꺼번에 하다 보니 다른 작품보다 힘들었어요. 아침 8시에 리허설을 시작하는데 새벽 5시에 이미 세트장에 나와 기다리는 분도 계셨죠. 그럴 땐 숭고하다는 느낌까지 받았죠. 허투루 연기할 수도 없는 분위기였고요."
대선배인 배우들 앞에서 주연배우로서 이야기를 끌고 가야 했던 하정우는 "하루하루 리허설이 연기 시험을 보는 느낌이었다"며 웃었다.
여객기의 흔들림과 같은 움직임은 여객기 세트를 통째로 짐벌 장치 위에 올려 실제로 움직임으로써 구현해냈다. 하정우는 "계속 흔들리는 세트에서 하루 10시간 가까이 촬영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약간 어지럼증을 느끼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하이재킹'에서 하정우는 주연배우로서 연기만 한 게 아니라 캐스팅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극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핵심 캐릭터인 용대 역을 누구에게 맡길지 고심을 거듭할 때 여진구에게 힘을 실어준 것도 하정우다. 여진구에게 직접 용대 역을 제안하기도 했다.
하정우는 "영화 '1987'에서 박종철 열사를 연기한 여진구의 눈빛 연기를 잊을 수 없었다"며 여진구의 연기력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하정우는 '하이재킹'에 대해 "우려했던 부분도 있었지만, 편집을 거치면서 많이 해소된 것 같아 만족스럽다"며 관객들의 좋은 반응을 기대했다.
배우 황보라가 최근 아들을 낳으면서 하정우는 조카가 생겼다. 황보라는 2022년 소속사 워크하우스컴퍼니 김영훈 대표와 결혼했고, 김 대표는 하정우의 동생이다.
큰아버지가 된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에 하정우는 "나도 이제 결혼해 아기를 낳아야겠다는 생각이 턱밑까지 올라왔다. 50살이 되기 전엔 해야 할 것 같다"며 웃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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