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사랑한 작가의 '보이는 노래'…LP판·테이프도 조각으로

송경은 기자(kyungeun@mk.co.kr) 2024. 6. 1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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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와 흑조(블랙스완)가 입을 맞추고 있다.

흔히 선과 악으로 상징되는 두 새의 부리가 맞닿은 부분에 새겨진 글귀는 다름 아닌 'Love(사랑)'.

전시 제목 '스쳐가는 두루미' 역시 러시아 감독 미하일 칼라토조프의 1957년 사랑에 빠진 연인을 다룬 영화 '학은 날아간다'에서 차용한 것이다.

매일 아침 침실 천장에 그려진 두루미를 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작가가 자신이 사랑해온 모든 것에 대한 열정을 미술 작품으로 펼쳤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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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고어 힐데브란트 개인전
29일까지 서울 신사동 페로탕
그레고어 힐데브란트 'Breathe in the Desired Air on the Calm Tide'(우드 케이스에 인레이 기법으로 플라스틱 케이스 삽입, 213×197.5×9㎝, 2024). 페로탕

백조와 흑조(블랙스완)가 입을 맞추고 있다. 흔히 선과 악으로 상징되는 두 새의 부리가 맞닿은 부분에 새겨진 글귀는 다름 아닌 'Love(사랑)'. 세계 곳곳에서 수집한 카세트테이프 약 2000장을 나무 프레임에 차곡차곡 꽂아 만든 이 장면에서 백조와 흑조는 사랑에 빠진 듯 보인다. 이 작품은 작가가 스웨덴 화가 힐마 아프 클린트(1862~1944)의 대표작 'The Swan, Group IX/SUV, No. 1'(1915)을 오마주한 것으로, 서로 대립된 것의 조화와 통합을 노래한다. 'Breathe in the Desired Air on the Calm Tide(잔잔한 조류에서 갈망하던 공기를 마시다)'란 제목은 독일 시인 프리드리히 횔덜린이 1801년 자연의 신성과 고대 그리스의 영광을 찬양하기 위해 쓴 'Der Archipelagus'의 한 행에서 따왔다.

국내에서는 서울 샤넬 플래그십 스토어에 설치된 대형 작품으로 유명한 독일 작가 그레고어 힐데브란트의 개인전 '스쳐가는 두루미'가 오는 29일까지 강남구 신사동의 갤러리 페로탕 서울에서 열린다. 음악과 문학, 영화 등 다양한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작업하는 힐데브란트가 한국에서 개인전을 연 것은 2016년 첫 개인전 이후 8년 만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실제 음악이 들어 있는 카세트테이프, 레코드판(LP판) 등 아날로그 음악 저장 매체를 이용한 그의 대표 연작을 비롯해 신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전시 제목 '스쳐가는 두루미' 역시 러시아 감독 미하일 칼라토조프의 1957년 사랑에 빠진 연인을 다룬 영화 '학은 날아간다'에서 차용한 것이다. 이 영화는 사랑에 빠진 젊은 커플이 이른 아침 러시아 모스크바의 황량한 거리에서 춤을 추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두루미 떼를 보려고 잠시 멈춰 선 두 사람은 때마침 지나가는 청소차가 흩뿌리는 물에 놀라지만, 그럼에도 이 연인의 기운은 꺾이지 않는다. 매일 아침 침실 천장에 그려진 두루미를 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작가가 자신이 사랑해온 모든 것에 대한 열정을 미술 작품으로 펼쳤다는 의미다.

페로탕 관계자는 "그레고어의 작품들은 그 재료의 아날로그적 특성을 통해 우리의 기억과 노스탤지어를 자극하고 새로운 공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고 설명했다.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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