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 … K아티스트 영국 상륙작전
한국 작가 전시 잇달아 개최
김보희 모던 인스티튜트 개인展
조민석 서펜타인 파빌리온 공개
양혜규 헤이워드갤러리 회고전
이미래·서도호 테이트모던 입성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녹음이 우거진 자연을 화폭에 담아 청춘들을 사로잡은 동양화가 김보희(72)가 영국에 진출했다. 스코틀랜드의 대표 화랑으로서 프리즈·아트 바젤 등에서 파격적 전시로 정평이 난 모던 인스티튜트에서 개인전 '비욘드(Beyond)'를 6월 7일 개막해 9월 5일까지 이어간다.
고독한 사색의 순간을 묘사한 풍경화들을 선보이며 이 화랑은 김보희의 작업을 "존 컨스터블 등의 영향을 포함하고 있지만 자연과 소통하는 도교와 유교의 영향을 받은 한국 전통 산수화의 계보에 위치한다"고 해석했다. 이곳은 슈퍼 스타 니콜라스 파티를 데뷔시킨 화랑이다. 김보희는 6월 13~16일 아트 바젤 바젤에도 참가해 전속 계약 가능성에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보희, 서도호, 양혜규, 조민석, 이미래 등 한국을 대표하는 미술 작가들이 올여름부터 약 1년 동안 영국 상륙작전을 벌인다. 영국 최고의 미술관·주요 갤러리에서 성대한 개인전을 릴레이로 이어간다. 유럽 미술의 수도에 깃발을 꽂는 그야말로 'K아트 인베이전'이다.
김보희와 같은 날,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건축가 조민석(57)도 런던 하이드파크에 오각형 별 모양의 건축물을 공개하며 런던 시민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다.
10월 27일까지 이어지는 '군도의 여백(Archipelago Void)'은 서펜타인 갤러리에서 열리는 파빌리온 전시다. 2000년부터 영국에 건물을 지어본 적 없는 건축가를 대상으로 파빌리온 설계를 맡겨왔다. 프랭크 게리, 자하 하디드, 페터 춤토어, 헤르초그&드뫼롱 등이 거쳐가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의 예비 무대라는 찬사까지 받고 있다. 한국 건축가를 초대한 것은 처음이다.
오각형의 별은 각각 갤러리, 놀이공간, 카페, 도서관, 강당의 기능을 가진 다섯 개의 섬으로 이어졌다. 중앙에 비어 있는 공간은 한국 전통 주택의 '마당' 역할을 한다. '범 내려온다'로 유명한 음악감독 장영규의 사운드 설치 작업도 이곳을 방문하면 감상할 수 있다.
오는 10월 9일부터 2025년 1월 5일까지 런던의 헤이워드갤러리에서는 양혜규(53)의 작품 세계를 조망하는 회고전 '윤년'이 열린다. 헤이워드 갤러리의 수석 큐레이터 융 마가 기획한 영국에서의 첫 번째 서베이 전시다. 2000년대 초반에서부터 신작에 이르는 작품 중에서도 작가의 대표적인 블라인드 작업을 비롯해 '소리 나는 조각' '중간 유형' '의상 동차' '광원 조각' '황홀망' 등 주요 작품군이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전시는 2025년 유럽 순회전으로 이어진다.
올해 한국 미술 최대 경사는 영국 대표 미술관이자 세계 최고의 현대미술관으로 꼽히는 테이트모던 터빈홀에서 설치 작가 이미래(36)가 개인전을 여는 것이다. 한국 작가로서는 첫 단독 전시다. 10월 8일부터 내년 3월 16일까지 현대차의 후원 전시 '현대커미션'을 통해 거대한 미술관을 채우는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터빈홀 전시는 미술관에 인공태양을 설치한 올라푸르 엘리아손, 1억개의 해바라기 씨앗을 미술관에 심은 아이웨이웨이 등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미래는 시멘트, 나무, 실리콘, 점토와 같은 산업 재료로 공포와 폭력, 트라우마, 성, 정신적 붕괴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가다. 서울대 조소과를 졸업한 후 대안공간에서 주로 활동했고, 한국에서는 2020년 아트선재센터에서 전시를 열었다.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에도 참가했다. 2023년에는 스타 큐레이터 마시밀리아노 지오니가 디렉터로 있는 뉴욕 뉴뮤지엄에서 개인전을 열며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게 됐다. 전시를 앞두고 최근 스프루스마거스와 전속 계약 소식도 전해졌다. 존 발데사리, 조지 콘도,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제니 홀저 등과 함께하는 독일의 대표 화랑이다.
테이트모던에서는 내년부터 서베이 전시 '제네시스전'도 신설한다. 그 첫 주인공이 한국의 서도호(62)로 결정됐다. 내년 5월 1일부터 10월 26일까지 30여 년의 미술 여정을 갈무리하는 개인전을 여는 것이다. 영국 에든버러 스코틀랜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9월 1일까지 개인전을 여는 그는 런던에서 자신의 전시를 이어간다. 서도호는 달팽이처럼 뉴욕, 베를린, 런던, 서울 등에서 자신이 살았던 집을 짓고서 전 세계를 유랑하며 반투명의 연약한 천으로 기억 속의 집을 복원해왔다. 테이트 미술관은 "런던에 기반을 둔 한국의 서도호가 관객들을 매혹적인 세계로 초대할 것으로 기대한다. 과거의 집 등을 본뜬 몰입감 있는 실물 크기의 천 설치작품들과 종이 드로잉 작업, 영상은 한 개인의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건축과 신체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한다"고 소개했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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