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함의 탈을 쓴 악의 얼굴 '존 오브 인터레스트' / TV씨네멘터리

이주형 논설위원 2024. 6. 1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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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아웃2', '원더랜드'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편상욱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편상욱 앵커
■ 대담 : 이주형 SBS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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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주형의 씨네멘터리 
※ 기사 내용은 라이브 방송과 100%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Q. ‘이주형의 씨네멘터리’ 이번 주 추천작은 어떤 영화인가요?
이번 주에는 영화팬들의 기대작들이 꽤 포진해있는 편인데요, 칸 영화제와 아카데미에서 수상한 “존 오브 인터레스트”, 그리고 탕웨이와 김태용 감독 부부가 “만추” 이후 13년 만에 다시 뭉치고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등 스타 배우들이 출연한 “원더랜드”, 그리고 전세계적인 히트작이었던 “인사이드 아웃”의 9년 만의 속편 등이 극장가에 걸려있습니다. 이중에서 저는 이번 주 추천작으로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골랐습니다.

Q. “존 오브 인터레스트”, 지난해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인데 어떤 영화입니까.
제가 근래에 본 영화 포스터 중에 이 영화의 포스터가 가장 잘 나오지 않았나 싶은데요, 먼저 포스터를 한번 보시죠. 앞서 영상으로 미리 이 영화의 내용을 잠깐 보셨기 때문에 내용은 대략 아시긴 하겠지만, 이 포스터를 보면 어떤 느낌이 들고, 이 영화가 어떤 내용을 다루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드세요?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보여주는 영상을 잠시 보여드리겠습니다. 

아주 평화로운 한 가족의 모습이죠, 전원 주택같고요, 적어도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넓직한 집 마당에 작은 풀도 있어서 아이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고요, 어머니로 보이는 여성이 선베드에 누워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지켜보면서 일광욕을 하고 있고요. 요즘 시대라고 해도 크게 어색하지 않은데 80년 전인 1940년대 풍경입니다. 그런데 뭔가 약간 시쳇말로 쌔한 느낌 같은 거 안드세요? 

일단 음악이 좀 평화로운 풍경에 걸맞지 않게 음산한 느낌을 주고요, 자세히 보시면 담장 너머 공장 같은데서 잿빛 연기가 스물스물 올라온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세계영화사에 2023년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으로 올라갈 것이 거의 확실한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5남매를 둔 한 독일인 가족의 평화로운 일상을 그립니다. 아버지는 관사 옆의 직장에 출퇴근하면서 능력을 인정받고 있는 공무원이고요, 어머니는 정원을 가꾸며 일종의 파출부들과 살림살이를 합니다. 아이들은 물놀이도 하고 전쟁놀이도 하면서 구김살 없는 유년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게 사실상 줄거리의 전부입니다. 

그런데 반전은 이 평화로운 주택의 담장 너머가 바로 악명높은 아우슈비츠 절멸 수용소라는 겁니다. 아버지가 출퇴근하던 곳은 바로 악명높은 아우슈비츠 절멸 수용소고요, 아버지는 바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장인 루돌프 회스라는 나치 군인입니다. 그리고 루돌프 회스는 실존 인물입니다. 사진 잠깐 보여주시죠. 

먼저 이 사진에서 왼쪽 두 번째 인물은 아우슈비츠 인근 공장을 시찰하는 히틀러 친위대장이자 게슈타포 수장인 하인리히 힘러인데요, 앞줄 맨 오른쪽에서 그를 수행하는 인물이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이자 아우슈비츠 소장인 루돌프 회스입니다.

그리고 다음 사진은 루돌프 회스의 가족입니다. 회스는 자신의 딸에게는 밤에 침대에서 책을 읽어주던 자상하고 평범한 아버지였습니다. 하지만 담장 너머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는 110만 명의 무고한 희생자들이 가스실에서 고통에 몸부침치며 죽어갔죠죠.

Q. 이 영화는 실제 아우슈비츠와 그 주변에서 촬영을 했다고요?
그렇습니다. 홀로코스트를 다룬 대표적인 영화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쉰들러리스트”죠. 이 영화 이후 30년 만에 처음으로 세계문화유산인 아우슈비츠 측의 허가를 받아 영화를 촬영했습니다. 원래는 실제 회스 가족이 살았던 집에서 찍으려고 했는데요 새집처럼 꾸미는 것이 어렵자 그집에서 200미터 떨어진 곳에 과거 사진과 도면을 이용해 세트를 지었습니다.

그리고 카메라 10대를 설치해 놓고 마치 CCTV처럼 집 곳곳에서 동시에 여러 장면을 동시에 촬영하기도 했습니다. 조명을 거의 쓰지 않고 자연광만으로 찍어서 마치 실제 한 가정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줍니다. 촬영 감독과 주연 배우, 감독의 얘기를 차례로 들어보시겠습니다.

루카즈 잘 / 촬영감독
“영화 세트장처럼 만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조명이나 여타 촬영 장비없이 카메라만 설치했습니다.”
잔드라 휠러 / 배우
“집 전체에 카메라가 설치됐어요. 몇개는 숨겨져 있었고 몇개는 보였어요. 하지만 카메라 뒤에 사람은 없었어요.  
조나단 글레이저 / 감독
“우리는 모두 벽 뒤의 트레일러에 있었습니다.”
잔드라 휠러 / 배우
“이런 점이 연기에 미친 영향은 그집에 있는 모든 것들과 역사에 둘러싸여 완전히 홀로 있다는 느낌을 줬어요. 그 기분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Q. 그런데 이 영화는 극장가서 보는 게 좋다는 얘기들이 있어요. 편집된 영상만 보면 스펙터클한 장면도 없고 대체로 정적으로 전개되는 것 같은데 왜 극장가서 보라는 얘기가 나오는 겁니까?
영상 때문이라기 보다는 음향 때문입니다. 이 영화는 아카데미에서도 음향상을 받았는데, 영화 상영 내내 묵직하고 잔잔한 장면에도 불구허고 기분이 나쁜 저음, 정체가 불분명한 소음이 끊임없이 깔리거든요. 잠깐 들어보실까요. 

사실 이 장면은 상당히 직접적으로 아우슈비츠 내에서 벌어지는 장면을 상상하게 하는 음향이 깔렸구요, 나머지는 대부분의 장면에 삽입된 음향은 지금 시청자 여러분께서 보시는 TV모니터로는 제대로 느낌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폭동이 일어났던 파리의 시가 등 거리나 일상 생활에서 채록한 각종 소음을 섞어서 만든 음향인데요,불길한 기운으로 끊임없이 관객을 압박하는 이런 사운드는 극장에서만 온전하게 감상할 수가 있기 때문에 극장가서 보라는 평이 나오고 있습니다.

Q. 그런데 이 영화가 예상 밖으로 극장가에서 흥행을 하고 있다면서요? 
그렇습니다. 원래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이라고 해도 한국에서 흥행은 쉽지 않잖아요. “기생충”같은 영화는 빼고요. 지난해 황금종려상을 받은 “추락의 해부”가 올해 개봉해서 10만 명을 겨우 넘겼는데요, 이것도 예술영화로는 꽤 히트한 겁니다. 그런데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개봉 아흐레만에 벌써 8만 관객을 넘겼습니다. “추락의 해부”는 같은 기간에 5만도 안됐었습니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추락의 해부”가 황금종려상을 받을 때, 2등상 격이죠 그랑프리, 즉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이런 추세라면 조만간 이 영화가 “가여운 것들”과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을 제치고 올해 독립예술영화 흥행 3위에 올라설 가능성도 있어 보입니다.

Q. 자 그런데 지금까지 쉰들러 리스트를 포함해서 피아니스트, 사울의 아들 등 수많은 홀로코스트 영화가 나왔잖아요, 이 영화가 앞서 나온 영화들과 비교할 때 특별히 차이가 나는 점, 다른 점을 뭘까요? 
가장 큰 차이점은 지금까지 홀로코스트 영화가 거의 피해자의 서사였던데 반해 이 영화는 가해자를 다루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나 이 영화에서는 나치의 반인륜적인 만행이 직접적으로 묘사되는 컷이 단 한 컷도 나오지 않거든요. 대부분의 홀로코스트 영화에서는 가해자를 악랄하고 잔인한 존재, 인간같지 않은 인간으로 그리는데 이 영화에서는 아우슈비츠의 사령관인 가해자를 적어도 집에서는 다정하고 평범한 가족 구성원의 모습으로 묘사합니다.

잘 아시겠지만, 철학자 한나 아렌트가 홀로코스트의 실무 총책임자였던 아돌프 아이히만의 재판을 지켜보면서 고안한 개념인 ‘악의 평범성’을 잘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은 관객들이 희생자에 손쉽게 동일시하는 것보다는 영화 속 가해자들에 스스로를 투영해서 우리 안에 내재된 폭력성과 무감함을 들여다보게 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감독의 얘기 들어보시겠습니다.

조나단 글레이저 / 감독
"대량 학살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보고 그들을 괴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주 쉽죠. “난 저들과 달라. 난 안전해” 하지만 그들이 처음부터 학살자였던 건 아니었을 거예요. 남자 친구와 여자 친구로 시작해서 미래에 대한 꿈을 꾸었겠죠. 그들이 원했던 건 모두가 원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어요. 이 프로젝트는 우리 자신을 비추는 반영과 마주치게 한다는 아이디어였어요."

Q. 끝으로 이 영화의 제목,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무슨 뜻입니까
나치가 쓴 일종의 완곡 어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히틀러가 유대인 말살 계획을 Endlosung, 영어로는 final solution, 즉 최종해결이라고 불렀거든요, 존 오브 인터레스트, 즉 관심구역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둘러싼 40㎢ 지역을 일컫는 말입니다. 

Q. 자, 그럼 이 밖에 주말 극장가에서 볼만한 영화 소개해주시죠

먼저 픽사의 전세계적인 히트작 속편인 “인사이드 아웃2”입니다.

“베테랑”,”암살”,”어벤져스”,”국제시장”등 천만 영화 네 편과 ”내부자들”이 개봉했던 2015년에 거의 5백만 관객을 동원했던 픽사 애니메이션인데요, 1편에는 기쁨이,슬픔이,버럭이,까칠이,소심이 이렇게 다섯 개의 감정 캐릭터가 있었잖아요, 여기에 주인공인 라일리가 이제 사춘기를 맞으면서 불안이,당황이,따분이,부럽이 이렇게 네 개의 감정 캐릭터가 추가됐습니다. 

이야기는 그만큼 다채로워졌고 그만큼 복잡해지기도 했습니다. 전편을 보신 분이라면 역시 즐길 수 있는 포인트가 많구요, 특히 막판에 성인들도 가슴 찡하게 하는 위로하는 픽사 디즈니 특유의 감동 포인트도 있습니다. 

다음은 탕웨이, 수지, 정유미, 박보검, 최우식, 공유 등 스타들이 즐비하게 출연한 “원더랜드”입니다. “만추”에 이어서 김태용-탕웨이 부부의 두 번째 합작품이고요, 이미 사망한 가족이나 지인을 인공지능 디지털 환경에서 재구성해 현실의 인물들과 생생하게 소통하게 하는 서비스인 원더랜드를 다루고 있습니다. 

인기 SF 소설가죠, 김초엽의 소설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에 실린 ‘관내 분실’ 등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입니다.

(SBS 디지털뉴스편집부)

이주형 논설위원 joole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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