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장 "방문진 이사 교체 후 해임 시도 없을 거라 믿어"
14일 MBC 출입기자 오찬 "대선 캠프 인물 공영방송 낙하산, 이제 그만" "방송3법, 방통위법 진행상황 예의주시"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MBC 사장이 8월 초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진 교체 후의 계획에 대해 “나를 해임하려는 시도가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런 일은 없을 거라 믿는다”며 “진정한 국민의 방송으로서 MBC가 유지될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으로부터의 공영방송 독립성 강화를 위한 '방송3법'에 대해선 “대선 캠프에 관여했던 분들이 공영방송에 낙하산으로 오는 건 이제 좀 그만둬야 될 때가 되지 않았나”라며 “국회에서의 방송3법과 방통위법의 진행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안 사장은 14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서 진행된 출입기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학회에선 '그 나라의 민주주의 척도는 공영방송 사장이 임기를 채우느냐 못채우느냐'로 판단된다고 한다”며 “지난해 이미 법원이 제동을 걸어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변수에 맞춰 최선과 정성을 다할 것”이라며 “(부당한 해임 시도가 이뤄질 경우) 법적 대응을 다양하게 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등 7개 야당이 발의한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은 정치권으로부터의 공영방송 독립성 강화를 위한 법안이다. KBS, MBC, EBS 등 공영방송 이사 추천 권한을 정치권 나눠먹기 방식을 벗어나 유관 학회, 방송기자연합회·PD연합회·방송기술인연합회 등 직능단체, 시청자위원회 등으로 확대하고 이사 수를 기존 9~11명에서 21명으로 늘려 정치권의 영향력을 대폭 줄이는 내용이다. 공영방송 사장은 시민 100명으로 구성된 추천위원회가 3인 이하의 후보자를 추려 추천하면 이사회에서 특별다수제(3분의 2이상 동의할 때 의결하는 방식) 방식으로 선출한다.
관련해 안 사장은 “정치권에서 추천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줄이고, 시민을 대표하는 사람들의 숫자를 늘리는 게 중요하다”며 “시민들의 평가가 있다면 한 쪽으로 치우친 극단적인 분들을 걸러낼 수 있어 바람직하다. 시민평가단의 관여를 적극적으로, 강제적으로 넣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대선 캠프에 관여했던 분들이 공영방송에 낙하산으로 오는 건 이제 좀 그만둬야 될 때가 되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다만 “지금의 방송3법이 그걸 완전히 끊어낼 수 있을지는 부족한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사들의 수가 21명이면 너무 많은 측면이 있다. 추천하는 분들도 어떤 분들일지, 추천하는 단체가 어떤 균형성과 중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선 좀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KBS가 우파 중심 인사로 조직 장악 등 내용이 담긴 '대외비 문건'을 보도한 MBC 제작진과 공론화 과정에 참여한 전국언론노동조합을 형사고소한 것에 대해 이날 오찬 자리에 참석한 MBC 관계자들은 “무리수”라고 반응했다.
대외협력팀은 “우리가 보도했던 내용을 입증할 수 있는 다른 사실은 상당부분 (보도하지 않은) 부분이 많다. (보도)하려고 마음먹으면 할 수 있다고 보는 상황”이라며 “사실 KBS도 이 자료가 어떻게 나왔는지 알고 있을 거다. KBS 입장에선 해당 사안을 더 건드리면 별로 유리하지 않을 것이다. KBS가 제작진을 고소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하고 있었는데,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MBC측은 KBS의 고소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안 사장은 그럼에도 KBS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안 사장은 “KBS와 MBC는 사실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이 굉장히 많다”며 “이런 것들이 모든 구성원들의 뜻은 아닐거라고 본다. 고소·고발이 있지만 또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MBC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심의위)와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심의위)의 집중 제재에 대해 안 사장은 “계속해 법원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라고 했다. 현재 MBC가 이들의 제재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11건 중 10건이 인용된 상태다.
안 사장은 “공정성을 평가하는 건 주관을 객관화하는 것”이라며 “방통심의위와 선방심의위 구성원들을 뽑는 과정도 좀더 정교해져야 한다”고 했다. 이어 “콘텐츠에 대한 심의를 민간으로 넘겨야지 정부가 주도권을 잡겠다고 하는 건 굉장히 낡은 봉건적인 의식”이라고 지적했다.
MBC의 보도 공정성, 신뢰도에 대한 대내외적 평가에 대해 안 사장은 “지난 총선 개표방송에서 국민들의 신뢰도는 어느 정도 판가름이 난 게 아닌가 판단하고 있다”며 “경쟁사인 두 방송사(KBS, SBS)의 시청률을 합친 것보다 MBC가 높았다. 16년 만에 개표방송 평균 시청률이 KBS를 앞섰다. 국민들은 MBC 뉴스를 신뢰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최근 설립한 콘텐츠 기획 및 제작 전문 스튜디오 '모스트267' 관련해선 “플랫폼과 장르를 넘나드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안 사장은 “최근엔 저널리즘에 기반한 AI사업을 추진하는 사내 벤처 '딩딩대학'을 자회사로 분사해서 방대한 영상 자료를 AI 기술로 분류하고 치매 예방 치료에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며 “K-콘텐츠에 관심이 많은 동남아시아, 중동에서 다양한 미디어 사업을 펼칠 K-타운을 조성하고 현지에서 콘텐츠 공동제작 센터 설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사장은 “MBC는 올해 1분기까지도 지상파 가운데 유일한 흑자를 냈다. 20억대의 흑자”라며 “시장 상황이 썩 좋지 않은 가운데서도 상반기엔 '원더풀월드', '수사반장 1958' 등 드라마들의 반응이 좋았고, '세번째 결혼'도 해외에서 많이 팔렸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세계적으로 제일 신뢰도가 높은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에서 MBC를 신뢰도 1위로 조사해줬다. 총선 개표 방송 뒤부터는 지상파3사 시청률도 MBC가 1등을 하는 날이 많아지고 있다”며 “지난해까지 4년 연속 흑자를 냈는데 올해는 좀더 큰 규모의 흑자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Copyright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박정훈·임성근 모두 증인 채택...정청래 “불출석 시 3년 이하 징역 가능” - 미디어오늘
- MBC 앵커 “21년전 금품수수 부인 구속, ‘구청장 조사하겠다’던 윤 대통령” - 미디어오늘
- 국힘 불참 과방위 … 야당 “MB 때 시작된 방송장악, 보수정권 결자해지해야” - 미디어오늘
- 박찬대 “추경호 채 해병 수사 답변, 양심에 찔리지도 않나” - 미디어오늘
- 진보당 김재연 피의사실공표 국가배상소송 일부 승소 - 미디어오늘
- 한국은행이 민희진 고소? 네이버·민희진·KBS 사칭 광고까지 등장 - 미디어오늘
- 밀양 성폭력 20년 “언론 때문에 피해자가 밖을 나갈 수도 없었다” - 미디어오늘
- SK텔레콤 에이닷 개인정보법 위반? 시정권고 이유는 - 미디어오늘
- [아침신문 솎아보기] 인권위원이 “기레기” 막말...한겨레 “특정 직군 혐오” 경향 “편협한
- 민주당 170명, 김건희특검법·방송3법·방통위법 공동발의 - 미디어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