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만큼 힘들다” 모두가 혀 내둘렀던 남자 유도 강훈련, 결실의 때가 다가온다

심진용 기자 2024. 6. 14.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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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유도 대표팀 황희태 감독(오른쪽이 지난 13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 남자 유도 대표 선수들의 하루는 오전 6시 강도 높은 체력 훈련으로 시작한다. 4㎞ 러닝으로 ‘가볍게’ 몸을 풀고, 선수촌 150m 오르막길을 달린다. 뛰어서 오르고, 걸어서 내려오는 식으로 10번을 왕복한다. 왕복 후에는 한 명씩 각자 둘러업고 오르고, 뒤돌아 엎드려서 팔로 기어오르는 걸로 훈련을 끝낸다. 일주일에 수요일 하루를 빼고 매일 그런 훈련을 반복한다. 새벽 체력 훈련이 없는 수요일은 그나마 편하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더 고된 서킷 트레이닝이 기다리고 있다. 러닝머신 위에서 40초간 힘껏 달린 다음 헐떡이는 상태로 웨이트를 돈다. 한 바퀴를 다 돈 뒤에는 실내자전거를 전력으로 달리고 다시 같은 웨이트를 한 번 더 반복한다. 누구 하나 예외 없이 대표 선수 모두가 “새벽 체력훈련, 수요일 서킷이 제일 힘들다”고 할 만큼 고된 훈련이다.

황희태 남자 유도 대표팀 감독(46)은 도쿄올림픽 직후인 2021년 부임했다. 오랜 침체에 허덕이는 한국 유도가 다시 일어서기 위한 과제는 첫째도, 둘째도 체력이라고 생각했다. 기술로는 일본에, 힘으로는 서구에 밀리는 한국 유도가 경쟁력을 가지려면 결국 체력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순간의 집중력 부족에 한판패를 당할 수 있는 게 유도다. 황 감독은 체력이 떨어질 때 집중력도 흐트러진다고 생각했다.

황 감독 스스로 “훈련만큼은 좀 강압적으로 몰아붙였다”고 인정할 만큼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했다. 부임 초반만 해도 오전 5시 30분부터 체력훈련을 했다. 체력이 많이 올라온 지금 그나마 시간을 30분 늦췄다.

스파르타식 훈련은 지난달 아랍에메리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로 돌아왔다. 김민종(24)이 최중량급인 100㎏ 이상급에서 금메달을 땄다. 81㎏급 이준환(22)과 60㎏급 이하림(27)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근래 세계선수권 최고 성적이다.

황 감독은 현역 시절 세계선수권과 아시안게임을 석권했지만 올림픽과는 인연을 맺지 못했다. 그래서 파리 대회에 대한 욕심이 더 크다. 자신과는 인연이 없었던 올림픽 메달을 선수들이 따내 준다면 그 이상 기쁜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다. 침체한 한국 유도가 다시 반등하기 위해서도 올림픽 메달이 필요하다고 황 감독은 강조했다. 기대주는 역시 세계선수권을 제패한 김민종, 그리고 최근 페이스가 특히 좋은 이준환이다. 이하림은 대표 선발전에서 김원진에 패해 올림픽 출전이 불발됐다.

남자 유도 대표팀 이준환이 지난 13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남자 유도 대표팀 김민종이 지난 13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문재원 기자



황 감독은 “김민종은 몸이 부드럽고 머리가 좋다”고 칭찬했다. 프랑스 유도의 전설 테디 리네르(35)를 비롯해 까다로운 상대들이 모두 반대쪽으로 배정되면서 대진운도 따른다. 김민종이 결승까지 오른다면 아무래도 파리 홈 관중의 응원까지 등에 업은 리네르를 만날 가능성이 크다. 황 감독은 “리네르도 이제는 체력적으로 좀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면서 “체력전으로 승부를 본다면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대표팀에서 가장 어린 이준환은 과감하고 공격적이다. 황 감독은 “뒤로 빼지 않는다. 자기 기술을 믿고 과감하게 기술을 넣는다”고 칭찬했다. 이준환은 대표팀 프로필 장래희망에 ‘부자’라고 적어냈다. 몇 달 전까지는 장래희망이 ‘스타’였다. 특유의 패기 넘치는 성격이 올림픽 무대에서 특히 빛을 발할 거라는 게 황 감독의 기대다.

남자 유도 대표 김민종(오른쪽)이 13일 진천국가대표선수촌 필승관에서 훈련하고 있다.문재원 기자



진천 |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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