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 흉기 난동’ 조선, 항소심도 무기징역…법원 “극도로 포악한 범행”

재판부 “죄질 극히 불량…피해자들 막대한 고통”
“살아온 환경과 단기 정신병적 장애 등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사형은 면해

(시사저널=문경아 디지털팀 기자)

4명의 사상자를 낸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조선이 지난해 7월28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관악구 신림동 번화가에서 흉기를 휘둘러 4명의 사상자를 낸 조선이 항소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4일 서울고법 형사8부(김재경 김경애 서전교 부장판사)는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선에 1심과 같은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조선에 사형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존엄한 인간 존재 근원이며, 살인은 대체불가능한 존귀한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백주 대낮에 다수의 시민이 생활하는 일상적인 거리에서 미리 준비한 식칼로 피해자들의 목과 안면부를 정확히 조준하는 식의 극도로 잔인하고 포악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범행 동기와 수법, 죄질이 매우 극히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피해자 중 한 명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됐고, 세 명의 피해자는 육체적, 정신적으로 막대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피해자들 모두 어려운 환경에서도 성실하게 살아온 젊은 청년들로 무방비한 상태로 갑작스럽게 공격당한 당시의 공포감과 무력감은 상상할 수 없고 유족과 피해자가 다시 정상적 생활로 돌아가기에는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사형을 선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선 "사형은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냉엄한 형벌이자 극히 예외적 형벌로 범행에 대한 형벌의 목적에 비춰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특별한 경우에만 집행해야 한다"며 "이 사건의 범행이 정당하다고 평가할 수 없지만 피고인이 살아온 환경과 단기 정신병적 장애를 겪은 요인, 벌금형 전과 외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법원에 다수의 반성문을 통해 범죄를 후회하고 있는 점, 살인 미수죄 피해자들과 합의가 이뤄지는 점 등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앞서 조선은 지난해 7월21일 오후 2시경 서울 관악구 지하철 2호선 신림역 4번 출구에서 약 80여 m 떨어진 번화가 골목에서 20대 남성 피해자 A씨를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했다. 또 다른 남성 3명에도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려 했으나 미수에 그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또한 조선은 범행 전 서울 금천구의 한 마트에서 흉기 2개를 훔치고, 택시를 무임승차한 혐의도 받는다.

1심 재판부는 지난 1월 조선에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다수의 피해자를 극도로 잔인한 방법으로 살해했는데 일반인이 상상하기도 어려운 범행"이라고 선고 배경을 밝혔다.

다만 2022년 인터넷 커뮤니티에 특정 게임 유튜버를 지칭해 '게이 같다'는 글을 올려 모욕 혐의가 추가된 것에 대해선 무죄로 봤다.

검찰과 조선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한편, 조선은 항소심 선고 나흘 전인 지난 10일 법원에 공탁금을 냈다. 형사 공탁이란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경우 법원의 공탁소에 일정 금액을 맡겨 피해 회복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공탁금 납부는 가해자의 피해회복 노력으로 간주해 판결에 있어 감경 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