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예람 중사 사망 부실수사’ 전익수 징계 취소 소송 기각

유족 “정의로운 판결 환영”

고 이예람 중사 아버지 이주완씨가 14일 전익수 전 국방부 법무실장의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지켜본 뒤 서울행정법원을 나서는 모습. 장현은 기자 mix@hani.co.kr

공군 성폭력 피해자 고 이예람 중사 사망사건 부실수사 의혹으로 준장에서 대령으로 1계급 강등 징계를 받은 전익수 전 국방부 법무실장이 징계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징계가 정당하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유족은 “정의와 상식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판결”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재판장 양상윤)는 14일 전 전 실장이 징계에 불복해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징계처분 취소 소송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2022년 11월 전 실장의 계급을 준장에서 대령으로 1계급 강등하는 징계를 했다. 이예람 중사 사망 당시 전익수 당시 실장이 가해자 조사를 하지 않다가 뒤늦게 수사를 벌이는 등의 책임 있다는 이유다. 공군20전투비행단 소속이던 이예람 중사는 2021년 3월 선임 장아무개 중사에게 성추행을 당한 뒤 이 사실을 신고했지만 별다른 조처를 받지 못했고, 2021년 5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장군에 대한 계급 강등은 12·12 군사 쿠데타 당시 정승화 육군참모총장이 반군에 의해 이등병으로 강등된 뒤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전 전 실장은 징계 처분이 부당하다며 행정법원에 징계 취소 소송을 제기하고, 징계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집행 정지를 신청했다. 재판부가 효력정지 신청을 일부 받아들이며 전 실장은 ‘1심 판결이 나온 날로부터 30일이 지날 때’까지 준장에서 대령으로 강등된 징계의 효력이 임시로 중단됐다. 전 전 실장은 지난 2022년 12월 징계 효력이 정지된 상태에서 준장 신분으로 전역했다.

이날 재판부는 소 제기 1년7개월만에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며 “소송 비용은 원고가 부담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사건 수리보고가 적시에 이뤄지지 않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는 등 국방부의 징계사유가 정당하다고 봤다. 특히 전 전 실장이 기소돼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인 ‘면담 강요’ 의혹과 관련해서도 “원고의 품위유지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있다”고 봤다. 이로써 이날 판결로부터 30일 뒤 징계는 다시 효력이 생긴다. 재판부는 “원고는 군 내 주요한 범죄가 발생하는 경우 사건을 적시에 적정하게 처리될 수 있도록 군검찰 조직을 운영하고 군검사를 지휘·감독할 최종적 책임을 지고 있다”며 “징계양정기준에 의하면 ‘파면-해임’보다 1단계 위의 징계로 의결할 수 있지만, 23년간 성실히 근무하여 왔던 점 등의 유리한 사정을 함께 고려해 해임보다 낮은 강등처분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이날 법원을 찾아 선고를 방청한 고 이예람 중사의 아버지 이주완씨는 판결 선고 이후 “지휘관이나 군 법률 관계인들은 장병들과 군인의 인권을 존중해야 하는 사람들이지 인권을 뺐는 사람들이 아니다. 오늘 그 판결을 제대로 해준 것”이라며 “피해자와 억울한 유족들을 위해서 정의와 상식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판결”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억울한 죽음들에 대해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고 생각한다”며 “지휘관들이 법을 이용해서 피해자들을 억누르고 조작하고 허위로 보고하는 등 유족들까지도 힘들게 한다. 나는 장을 30cm를 잘랐고, 배우자는 관련자들의 무죄 선고에 충격을 받아 폐쇄병동에도 갔었고 아직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이런 유족이 한 둘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장현은 기자 mix@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