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우승하고 싶다”…라운드 후가 더 바쁜 40·50대 베테랑 골퍼들 [임정우의 스리 퍼트]

임정우 기자(happy23@mk.co.kr) 2024. 6. 1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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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관리로 20년 넘게 경쟁력 과시
얼음물 샤워·스트레칭·근력운동은 기본
회복 운동 루틴 만들고 식단 조절까지
자고 일어나면 피로 풀렸던 과거와 달라
생존하기 위해 두 배 이상으로 시간 투자
최경주. KPGA
라운드 전보다 후가 더욱 바쁜 프로 골퍼들이 있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등에서 베테랑으로 불리는 40·50대 선수들이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넘게 경쟁이 치열한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은 이 선수들은 전성기를 훌쩍 지난 나이에도 변함없는 경쟁력을 자랑하며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 조사에 따르면 남자 프로 골퍼들의 전성기는 32∼34세다. 그러나 최경주와 박상현, 이태희, 강경남, 스튜어트 싱크(미국) 등을 보면 나이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20·30대 선수들을 압도하며 베테랑의 힘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최고의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 골프장 안과 밖에서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피로가 풀렸던 과거와 비교해 가장 달라진 건 회복 시간이다. 정상적인 컨디션을 되찾는 데까지 이전보다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베테랑 선수들은 체력 회복에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라운드와 대회를 마친 후 빠듯한 일정을 소화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해가 진 뒤 부지런히 움직이는 가장 대표적인 선수는 최경주다. 지난달 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에서 만 54세의 나이로 정상에 올라 최고령 우승 기록을 세운 최경주는 “회복 시간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길어졌다. 하지만 철저하게 관리해 지금까지 현역으로 살아가고 있다. 나이에 따라 몸 관리를 하는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는데 50대가 넘어서는 회복에 가장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설명했다.

연습과 함께 단 하루도 빼먹지 않고 하는 건 스트레칭이다. 최경주는 “어렸을 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스트레칭의 효과를 체감하고 있다. 라운드 전에만 했던 과거와 다르게 지금은 라운드 전후로 하고 있다”며 “노력 없이 얻을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 앞으로는 더 많은 시간을 회복 운동에 투자해 60세가 넘어서도 후배들과 경쟁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PGA 투어 한국인 첫 우승 등 여러 기록을 세운 최경주가 지금까지도 골프에 매진하는 이유는 정상에 오르는 희열을 맛보기 위해서다. 그는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 지금도 매 대회 목표를 우승으로 잡는다”며 “술과 탄산음료 등 몸에 좋지 않는 것들을 절대 입에 대지 않는다. 라운드가 끝난 뒤 스트레칭, 웨이트 트레이닝, 유산소 운동 등도 꾸준히 하고 있는데 지금도 경쟁에서 지는 게 너무 싫다”고 강조했다.

강경남. KPGA
KPGA 투어 통산 상금랭킹 2위에 자리한 1983년생 강경남은 생존을 위해 매일 자전거를 30분 이상씩 타고 있다. 그는 “라운드가 끝나면 솔직한 마음으로는 아무 것도 하고 싶지 않다. 하지만 다음날을 위해 최소 30분씩 자전거를 타는 회복 운동을 진행한다”며 “대회장 근처에 헬스장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어 올해부터는 접이식 자전거를 들고 다닌다. 자전거를 탈 당시에는 힘들지만 다음날 성적이 잘 나오는 것을 상상하며 버티고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KPGA 투어 통산 상금랭킹 1위 박상현과 최진호, 문경준도 몸 관리를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는 베테랑들이다. 특히 최진호는 얼음물 샤워, 30분 유산소 운동 등 한 시즌 내내 최고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만의 회복 운동 루틴을 만들었다.

최진호는 “앞자리가 3에서 4로 바뀌고 난 뒤 몸 관리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체력이 떨어져서 성적이 잘 나오지 않는 것을 얼마 전에 처음 느끼게 됐다”며 “라운드가 끝난 뒤 정해진 루틴을 모두 하면 2시간 가까이 걸린다. 그럼에도 반드시 지키는 이유는 할 때와 하지 않았을 때의 컨디션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2006년부터 KPGA 투어에서 활약하고 있는 1984년생 이태희는 10년 넘게 꾸준히 한 웨이트 트레이닝을 생존 비결로 꼽았다. 그는 “1년 365일 중 365일 운동한 게 올해로 11년째다. 어떻게 하면 경쟁이 치열한 이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고민한 뒤 운동 밖에 없다는 결론을 2013년에 내렸었다”며 “가끔씩 하루 정도는 쉬어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롱런하고 싶어 매일 체육관에 갔다. 습관이 돼서 그런지 이제는 웨이트 트레이닝이 밥을 먹는 것처럼 당연해졌다”고 말했다.

1974년생으로 올해 만 50세가 된 황인춘은 피나는 노력으로 지금도 300야드를 가볍게 날리고 있다. 장타의 비결은 타고난 힘에 철저한 관리가 더해진 덕분이다. 황인춘은 “연습보다 중요한 게 몸 관리인 것 같다. 체력이 떨어지거나 부상이 있으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없기 때문에 몸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다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50대에는 한 번 다치면 회복 시간이 길기 때문에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요가매트, 폼롤러를 갖고 다니면서 매일 1시간 이상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거리로는 후배들에게 밀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황인춘은 “공을 멀리치는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거리에서는 크게 뒤지지 않는다. 지금도 퍼트만 잘 들어간다면 매 대회 상위권에 이름을 올릴 것이라는 확신이 있다”며 “아들뻘 되는 후배들과 경쟁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기쁘지만 우승이 하고 싶다. 은퇴하기 전에 가장 이루고 싶은 건 KPGA 투어 최고령 우승이다. 기록을 경신하는 게 쉽지 않겠지만 한 번 도전해겠다”고 강조했다.

※ 국내 유일의 골프 선수 출신 기자인 임정우 기자는 ‘임정우의 스리 퍼트’를 통해 선수들이 필드 안팎에서 겪는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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