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속신앙과 공포의 만남, 아랍인을 매료시키다 [파일럿 Johan의 아라비안나이트]

2024. 6. 14.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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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UAE 두바이에 선보인 영화 ‘파묘’ 시사회 현장

“영화 끝내주네요, 한국 문화에 대해서 더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됐어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최근 개봉한 한국 영화 ‘파묘(영어명 Exhuma)’의 영화 시사회가 UAE 현지시간으로 지난 6일 오후 8시에 열렸다. 중동을 휩쓸고 있는 한류의 인기를 반영하듯 UAE 현지언론을 비롯한 관련 단체들이 대거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6월 아랍에미리트에서 개봉한 영화 파묘(영어명 EXHUMA)의 포스터. 출처 쇼박스
행사 당일 필자가 방문한 두바이몰에 위치한 릴시네마(Reel Cinema) 시사회 현장은 행사 시작전부터 축제 분위기였다. 미리 방문한 사람들에게 붓글씨로 영화 파묘에 등장하는 글귀를 한지에 적어줘서 나눠주는 행사를 했고, 현장은 각종 언론관계자들과 인플루언서들로 북적였다.

배우 김고은과 이도현의 인기는 이곳에서도 화제였다. 시사회에 참여한 인플루언서인 마리암(24) 씨는 “이도현 배우의 연기를 예전 한국 드라마 <더글로리>에서 처음 보고 푹 빠졌던 기억이 난다. 그의 연기를 스크린에서 다시 보게 되어 너무 기분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파묘 시사회에 참여한 아랍 관객들이 기쁜 마음으로 각종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최대 일간지인 《더내셔널(The National)》도 파묘에 대해 높게 평가했다. 더내셔널은 기사에서 “장재현 감독의 이 몰입도 높은 초자연적 공포영화는 조상의 저주에 대한 이야기를 엮어낸다. 한국의 으스스한 풍경을 배경으로 유명한 무당 화림(김고은 분)과 그녀의 제자 봉길(이도현 분)이 발굴로 인해 촉발된 사악한 세력에 맞서는 여정을 따라간다“고 서술했다.
영화 파묘에 대해 기대감을 나타낸 아랍에미리트 현지언론 / 출처=더내셔널(The National)
더 내셔널은 이어 “이 영화는 죄책감, 구원, 과거를 뒤흔든 결과에 대한 생생한 탐구를 전달한다. 탄탄한 출연진과 관객의 흥미를 끄는 내러티브를 갖춘 <Exhuma(파묘)>는 한국 영화 팬들이라면 꼭 기대할만한 작품”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영화가 상영되는 2시간14분동안 관객들은 영화에 몰입했다. 필자는 한국 사람이기에 자막이 필요없다는 특혜 아닌 특혜를 받으면서 오롯이 100%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영화 스크린 밑에 아랍어와 영어자막이 동시에 나오는 것이 신선했다.

아랍 관객들이 시사회가 열리는 스크린으로 입장하고 있다
사실 걱정이 조금은 있었다. 한국의 무속신앙을 기반으로 한 무당과 풍속사, 장례사 등이 나오는 오컬트 장르 영화라서 과연 중동지역 아랍인들이 이런 문화를 잘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을까. 특히 풍수지리와 음양오행 등의 사상은 매우 낯설 것이다. 그리고 영화 내내 스며드는 일제강점기와 친일파와 역사적 사실이 우리나라 사람만 잘 이해 할 수 있는 코드라서 재미보다는 이질감을 안겨주지는 않을까 조금은 걱정도 됐다.
영화 파묘의 한 장면 / 출처=쇼박스
영화가 끝나고 나서 관객들의 소감은 다양하게 나왔다. 아부다비에서 왔다는 관객 파자 수잔 씨는 “그동안 접했던 라이트하고 로맨틱했던 K드라마와 달라서 오히려 더 집중하면서 봤다“며 “완성도도 높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상당히 좋았다. 다음주쯤 친구들과 한번 더 오고 싶다”고 말했다.

다른 관객 모하메드 타일 씨는 “유령이 단순한 유령이 아니라 여러 영혼과 동물의 영혼이 합쳐진 새로운 존재라는 점이 흥미로웠다“며 “이 존재가 단순히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지배하려 한다는 점에서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반면 레바논 출신 인플루언서인 에릭 씨는 “왜 갑자기 일본군의 혼령이 등장했는지 아직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이 혼령이 과거에 어떤 역할을 했고, 왜 이곳에 묻혔는지, 그리고 왜 이런 강력한 혼령이 되었는지에 대해서 나와 같은 외국인이 짧은 시간에 이해하기는 힘들었던 것 같다”고 의문점을 드러냈다.

파묘 단독 시사회(Exclusive Premiere of Exhuma)가 진행되고 있는 두바이몰 시네마의 모습
하지만 전반적으로는 한국의 무속 무당 굿 같은 자기 나라에 없는 흥미진진한 요소를 호러 세계를 보여주는 오컬트 장르로 녹여냈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던 것 같다. 영화가 끝나고 필자가 인터뷰차 말을 걸려고 하자 엄지손가락을 들면서 ‘따봉’을 먼저 하는 관객도 있었다. 그만큼 좋았다는 것이다.

한국의 토착적 소재를 오컬트라는 서양 영화 문법에 녹여냈다는 것도 해외 관객이 주목하는 이유다. 여기에 같은 아시아국가로서 정서적으로 동질감이 있는 데다 젊은 배우들의 열연도 쉽게 아랍 MZ 세대에 다가갈 수 있는 요소가 되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도 다양한 한국영화가 중동에서 상영되길 바란다.

[원요환 UAE항공사 파일럿 (前매일경제 기자)]

john.won320@gmail.com

아랍 항공 전문가와 함께 중동으로 떠나시죠! 매일경제 기자출신으로 현재 중동 외항사 파일럿으로 일하고 있는 필자가 복잡하고 생소한 중동지역을 생생하고 쉽게 읽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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