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를 보라” 초일류 넘어 초인류기업의 시대가 온다 [공부 뇌 만들기 프로젝트]
동시에 고전은 지혜의 보고입니다. 위대한 고전은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자신의 시대에 당면한 인류보편적 문제를 발견하거나 또는 이를 창의적으로 해결했던 사례들의 모음집입니다. 우리는 이러한 고전을 읽음으로써 우리 시대의 보편적 문제를 통찰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혜, 즉 창의적 문제해결력을 배울 수 있습니다.
지혜로운 부모라면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그리고 반드시 아이 뇌에 깔아주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아이 뇌에 한평생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자신만의 인생좌표를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다시 말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만의 고유한 안경을 만들어주자는 것이지요. 아이는 이 안경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고 느끼고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그래서 이왕이면 아이에게 성능도 좋고, 멋진 최고급 안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러한 명품 안경을 만드는 원재료가 바로 고전에 들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고전의 위대한 힘을 어떻게 가져오고, 어떻게 활용하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가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세계적인 기업들, 특히 실리콘밸리 기반의 초일류기업들이 한 목소리로 부르짖는 것이 있습니다. 그들은 인류의 당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것이 그들이 이 땅에 존재하는 이유라고 선언합니다. 설령 구호가 될지라도 왜 그들은 하나같이 그렇게 외칠까요. 그들에게 이렇게 외치도록 하는 정신적 힘의 근원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서양문화사가들은 서구 근대사회를 움직이는 힘의 원천으로 괴테의 ‘파우스트 정신’(Faustian spirit)를 꼽습니다. 괴테가 20대에 쓰기 시작해서 80세가 넘어서야 완성한 필생의 역작, <파우스트>를 통해 그는 인류 역사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괴테는 그 당시 지배적 세계관인 뉴턴의 패러다임에 과감하게 도전했습니다. 뉴턴은 초기조건을 알고, 그 대상에 가해지는 힘의 크기까지 알면 일정한 시간이 지난 후 미래의 모습을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이것이 뉴턴의 기계적인 결정론적 세계관입니다. 괴테는 자연세계에 적용될 수 있는 뉴턴의 패러다임이 그 당시 인간사에까지 확대 적용되는 것에 대해 강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는 살아 움직이는 인간의 역사는 자연세계와는 달라서 기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고정적 세계관인 ‘존재’(Being)의 패러다임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래서 그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매순간 살아움직이는 변화무쌍한 ‘생성’(Becoming)의 패러다임입니다.
그렇다면 그가 말하는 생성의 패러다임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움직이는걸까요. 존재의 패러다임에서 초기조건이 있는 것처럼 생성의 패러다임에도 초기조건이 있습니다. 그것이 파우스트의 내면에 존재하는 ‘들끓는 충동’ 입니다. 그는 “천상의 가장 아름다운 별을 찾기도 하며, 지상의 가장 큰 쾌락도 전부 누리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그의 가슴속 깊은 곳에 있는 들끓는 충동을 만족시키지 못합니다.” 이처럼 들끓는 충동은 우리를 살아움직이게 하는 힘입니다. 비록 개인적인 욕망과 숭고한 가치가 함께 뒤섞여 있지만 앞으로 무엇인가를 해내는 좋은 첫출발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작심삼일이란 말이 있듯이 들끓는 충동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 에너지는 곧 고갈이 되고 맙니다다. 이때 존재의 패러다임에서 외부로부터 대상에 가해지는 힘이 있는 것처럼 생성의 패러다임에서도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자극 에너지가 있어야 인간은 그것을 동력으로 삼아 다시 앞으로 움직여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극이 반드시 긍정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괴테는 오히려 부정적 자극인 도전과 역경이 더 큰 에너지원이 될 수 있음을 밝히고 있습니다. “인간의 활동은 곧 느려지기 마련이고 자칫하면 덮어놓고 쉬어 버리기가 일쑤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벗을 붙여 주고 그들을 자극하고 움직이는 악마로서의 역할을 시킨다.” 이처럼 악마는 우리를 살아움직이게 하는 에너자이저입니다. 역경과 고난이 우리를 살아있게 하는 에너지원이라는 것이지요.
이처럼 파우스트는 내적인 들끓는 충동과 악마의 외적 자극을 지속적으로 받으면서 새롭게 생성에 생성을 거듭해가는 프레임을 제시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반드시 좋은 방향으로 간다고 보장을 할 수 없는 것이 인생입니다. 하나님은 맑고 갠 곳으로, 악마는 파멸의 길로 인도하려는 천상의 게임이 시작되고, 곧 지상에서도 악마와 파우스트의 빅딜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지상에서 파우스트는 결코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장벽 앞에 서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인간 이성의 한계, 지성의 한계라는 장벽입니다. 괴테는 그 당시 서구 지성계가 2000년 전 소크라테스가 말한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실만을 알 뿐이다’라는 깨달음으로부터 한발짝도 더 나아가지 못했다고 보았습니다. 그의 작품 속에 파우스트도 이런 지적 한계 앞에서 무기력하게 사느니 악마와의 딜을 통해서라도 지적 한계 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어했습니다.
결과론적으로 말하면 악마인 메피스토펠레스는 헛다리를 짚고 맙니다. 그는 파우스트에게 ‘지적 너머의 세계’가 아니라 ‘지적 아래의 세계’인 본능의 세계로 함께 여행을 떠납니다. 그는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가장 쉽게 빠져드는 성적 유혹, 돈의 유혹, 권력의 유혹 등으로 파우스트의 본능을 흔들었습니다. 원래 파우스트와의 빅딜 내용에 따르면 파우스트가 결정적인 유혹에 빠져서 최고의 쾌락을 맛 본 순간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나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고 말하는 순간 악마의 승리로 게임은 끝이 나고 맙니다.
파우스트는 끝내 본능에 굴복하지 않았고 지성의 한계 너머에 어떤 세계가 있는지가 궁금했습니다. 어쩌면 파우스트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괴테가 한 평생에 걸쳐 바로 그 답을 추구했는지도 모릅니다. 괴테가 이 작품을 완성하는데 거의 60년이 걸린 이유일 수도 있습니다. 괴테는 80세가 넘도록 산전수전을 다 겪으면서 인생의 마지막에 무엇이 중요한지를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이 작품 마지막에 파우스트는 악마의 예상과는 달리 다른 사람들이 안전하고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간척지를 개척하는 일에 온 힘을 쏟았습니다. 그는 인간의 본능을 충족시켜줄 수많은 유혹, 즉 성, 부, 권력에도 넘어가지 않다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때 ‘나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신을 위한 가치를 추구하기 보다는 다른 사람을 위해 무엇인가를 할 때 인류 최고의 가치를 느낀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더 많이 가지고(to have), 더 높아지는(to be) 삶의 가치를 지향합니다. 하지만 인생에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는 결정적인 경험(reference experience)을 하면 그 사건 이전과 이후의 삶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가치의 전도가 일어납니다. 실제로 인생의 좌표가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되면 삶이 180도 바뀌어서 가지려는 것이 아니라 나누고(to share), 높아지려는 것이 아니라 섬기는(to serve) 삶을 삽니다. 파우스트가 바로 이 부류에 속했습니다. 그는 지성의 한계 너머에 ‘나누고, 섬기는 세계’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인간의 합리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영적 가치의 세계를 본 것 같습니다. 작고하신 이어령 선생님이 ‘지성에서 영성으로’ 라고 하신 말씀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날 실리콘밸리 기반의 기업가들은 파우스트가 갔던 그 길을 따라 걸어가는 것 같습니다. 들끓는 충동으로 시작했지만, 수많은 유혹과 역경 속에서 자신들을 위한 가치를 추구하다가 마침내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서, 인류를 위해서 무엇인가를 하는 것이 지상에서 가장 가치있고 보람된 것임을 깨닫고 그 방향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초일류기업들은 어떻게 그 다음 단계로 진화할까요? 초일류기업들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 단순히 구호로 끝나지 않고 곧이어 실행으로 이어졌습니다. 초일류기업의 다음 단계가 인류를 위한 기업, 바로 ‘초인류기업’ 입니다. 그것이 바로 ‘재단’ 입니다. 초인류기업의 대표적 이름을 열거하자면 록펠러재단, 카네기재단, 포드재단, 게이츠재단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들은 모두 ‘파우스트 정신’으로 무장된 사람들입니다. 이제 우리나라도 초일류기업을 넘어 초인류기업이 많이 나오길 기대해 봅니다.
[안진훈 MSC브레인컨설팅그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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