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법안] “‘지역화폐’, 고물가 폭염 이겨낼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국가 차원에서 체계적 관리 필요”
“민생회복지원금과 함께 경제 다시 살릴 방법…與는 대안도 없이 반대만”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아이고, 한여름 '뙤약볕' 더위보다 '고물가' 폭염이 더 문제지요."
14일 종로구 통인시장에서 만난 시민들은 고물가 여파에 너도나도 한숨을 쉬었다. 그나마 이들의 부담을 덜어준 것은 바로 '지역화폐'. 제사상 장을 보러 온 주민 김아무개(62)씨는 "종로사랑상품권 덕분에 5~10%나 할인이 된다. 배달에도 쓸 수 있어 아이들도 요긴해한다"고 말했다. 분식집을 운영하는 상인 조아무개(71)씨도 "코로나에 고물가까지 5년 동안 너무 힘들었는데 그래도 지역화폐가 나오면서 주민들이 다시 시장에 발길을 돌리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들에게 지역화폐가 마냥 편리한 것만은 아니다. 지역화폐를 이용하려면 '제로페이' 어플을 이용해야 하는 만큼 시장의 주 이용객인 노령층에겐 사용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종로구 주민 정아무개(78)씨는 "이름은 상품권인데 휴대폰으로 결재한다는 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간다"며 "자식들도 멀리 있어서 도움받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또 일부 상인들은 "지역화폐도 종류가 혼재돼있어 정부의 설명이나 홍보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당초 지역사랑상품권을 비롯한 지역화폐는 코로나 팬데믹 등 경제 위기 속에서 각 지방자치단체의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취지로 발행돼왔다. 문재인 정부에선 지역사랑상품권의 국비 지원액 예산 규모를 2019년 884억원, 2020년 6689억원, 2021년 1조2522억원으로 해마다 크게 증가해왔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에선 예산 규모를 2023년 3525억원에서 2024년 3000억원으로 대폭 감소시켰다. 정부 기조에 따라 큰 차이가 발생한 것이다.
이에 일각에선 지역사랑상품권 제도가 정부 기조에 따라 뒤바뀌지 않고 안정되게 시행될 수 있도록 종합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또 발행 효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실제 사용 과정에서의 불편을 해소해 '국가적 정책'으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현재는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실태조사가 의무가 아닌 재량사항으로 규정돼있고 주기가 불명확해 실효성 있는 모니터링이 이뤄지는지 확인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국가 차원서 지역화폐 체계적 관리·운영 필요"
최근 문을 연 22대 국회도 이 같은 요구에 발맞추고 있는 분위기다.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북 청주 흥덕구)은 1호 법안으로 '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 11일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국가 차원에서 지역사랑상품권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실태조사를 의무화해 지역사랑상품권의 활성화를 촉진하고 체계적으로 관리·운영하는 내용이 핵심 골자다. 구체적인 실태조사 주기는 '3년'으로 정하고 있다.
이연희 의원은 지난 12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법안의 취지와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이 의원은 "해당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지역사랑상품권이 안정적인 국가적 정책으로 자리 잡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지역사랑상품권의 효과는 이미 전국의 소상공인들과 많은 시민들이 경험하고 있다. 소상공인을 위한 중요한 정책수단으로 자리매김한 만큼 국가 차원의 방향과 계획 수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래는 이 의원의 일문일답.
해당 법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최근 시장을 갈 때마다 상인들로부터 듣는 이야기가 '갈수록 더 어려워진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는 말이다. 서민경제가 얼어붙어서 경기가 침체되면 경기 부양을 해야 한다. 경기 부양을 위해선 총선 때 말했던 민생회복지원금을 반드시 관철시키고 지역화폐를 활성화시켜서 경기를 다시 살려야 한다."
최근 정부에서 지역화폐 예산 규모를 계속 줄이는 추세다.
"지역사랑상품권의 효과는 이미 전국의 소상공인들 매출 증대는 물론 많은 시민들도 경험하고 있다. 청주의 지역화폐인 '청주페이'도 시민들과 지역 소상공인들의 효용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에서 국비지원이 줄어 올해 발행규모가 2021년 대비 거의 절반이 줄어들 예정이다. 법안대로 실태조사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의 효과가 입증된다면 지난 예산안 편성처럼 탁상행정으로 민생예산을 삭감하는 행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민생회복지원금의 경우 여당에서는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는데.
"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핵심은 '재정 지출'을 늘려 소비·생산·투자의 선순환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지금도 자영업자들의 폐업률이 높아지는 등 한계가 왔다. 이들은 소비하고 싶어도 고금리·고물가 상황에서 지갑에 돈마저 없다. 긴급수혈을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대안도 없이 재정건전성 얘기만 하고 있는데, 그럴수록 재정건전성은 악화되고 세수는 줄어들면서 건전성 부채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갑갑할 따름이다."
결국 입법을 통해 해결하는 수밖에 없는지.
"국회 원구성이 끝나는 대로 우리 당에서 법을 만들어서라도 본격적으로 계속 밀어붙여야 한다. 민생 성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정치 이슈만 계속 던지면 국민들의 피로도가 더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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