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에게도 안보여줬다"…수천억 벌어다 줄 '비밀무기' [현장+]
철강 무게의 4분의1이지만 강도는 10배
머리카락보다 얇은 검은색 실들이 둥글게 감겨있다. 한가닥씩 따로 잡기 힘들정도로 얇은 실이지만 가닥당 1만2000개의 섬유실로 이뤄져 있는 차세대 소재 '탄소섬유'다. 만져보면 부드러운 느낌이지만 같은 부피라면 강철 무게의 4분의 1 수준이고 강도는 10배 강하다. 골프채의 샤프트부터 우주선의 외관 구조물까지 단단하면서도 가벼운 소재가 필요한 어디든지 쓰일 수 있는 최첨단 물질이다.
지난 13일 방문한 효성첨단소재의 전주공장에선 연간 9000t이상 생산되는 탄소섬유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폴리아크릴로니트릴'이라는 화학물질을 1만2000가닥의 섬유로 뽑아내는 '방사' 과정과 1500도 이상의 열로 가열해 탄소만을 남겨두는 '탄화'를 거치면 검은색 실 형태의 탄소섬유가 탄생한다. 실제 쓰일 수 있도록 두루마리 형태로 둥글게 마는 과정을 거치면 최종적으로 팔릴 수 있는 제품이 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탄소섬유는 자동화 포장 로봇의 포장을 거쳐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 브랜드 '탄섬(TANSOME)'으로 팔려나간다.
효성첨단소재 전주공장은 탄소섬유를 둥글게 마는 마지막 과정과 포장 공정만 외부에 공개하고 있었다. '방사와 탄화 공정도 보여달라'는 말에는 "과거 두명의 대통령이 방문했을때도 공개하지 않았다"며 "제품 퀄리티를 결정하는 핵심 공정이기에 극비 사항으로 하고 있다"는 관계자의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일본, 미국, 등 경쟁업체들이 공정과 관련해 어떤 기술을 쓰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하도록 강하게 보안을 지키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에게조차 보여주지 못할 정도로 보안을 지키는건 탄소섬유가 '효성의 미래'로 꼽히기 때문이다. 2008년 처음 탄소섬유 개발을 시작했을때와 개발을 마치고 2013년 전주 탄소섬유 공장에서 양산을 시작할때만해도 탄소섬유는 먼미래였다. 하지만 이제는 효성그룹의 최고 유망주로 거듭나고 있다. 효성그룹은 전통적인 석유화학 소재부문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효성화학 등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2021년만해도 30억원에 불과했던 탄소섬유 부문 영업이익은 지난해 560억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폭발적으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만큼 회사는 2030년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일정 정도의 점유율만 지킨다면 몇배의 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글로벌 탄소섬유 시장은 향후 연 10~20%이상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수소저장탱크, 우주항공 소재, 각종 고급 스포츠 기능용품 등 강도 높고 가벼운 소재가 필요한 분야 어디에서든 다양하게 쓰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주공장 공장장을 맡고 있는 최송주 효성첨단소재 전무는 "저희들만의 독자적인 방사, 탄화 공정을 개발했기 때문에 탄소섬유 부문 1등 기업으로 꼽히는 일본 도레이 등과 비교해도 제품 퀄리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시장 성장에 의한 수혜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석유화학 소재 부문 위기의 근원인 중국조차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를 찾고 있다. 탄소섬유 전체 시장의 40% 이상을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최 전무는 “중국 수요가 늘어나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 중국내에 탄소섬유 생산을 위한 일부 공정을 구축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중국 3~4개 업체가 탄소섬유를 양산하고 있지만 제품 균일성과 퀄리티에 있어 아직 차이가 있다는 게 최 전무의 설명이다.
최 전무는 "다른 범용 제품과 달리 탄소섬유는 단순히 가격만을 가지고 제품을 선택하지 않기때문에 기술력을 갖춘 우리 제품이 경쟁력이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보잉, 에어버스 등 글로벌 항공사들은 비행기의 외형 강도를 높이고 무게는 낮추기 위해 탄소섬유를 쓰고 있다. 항공기의 안전 문제인 만큼 가격만을 따질 수는 없다.
수요가 늘자 증설도 꾸준히 하고 있다. 총 5만5000평에 달하는 전주 공장 부지를 생산공장이 꽉채우는데 얼마 걸리지 않을 것이란게 최 전무의 예상이다. 현재 공장 가동률이 100%에 달해 지속적으로 증설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지를 다쓰게 되면 전주공장 한곳에서 생산하는 탄소섬유는 현 생산량의 약 3배에 달하게 된다.
제품 대중화의 최대 걸림돌인 가격 문제도 공정 개발에 따라 개선될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로서는 같은 부피 철강에 비해 10배 가량 생산비가 비싸 고급소재용으로만 여겨지고 있다. 공정 단축, 전기 투입량 감축 등을 통해 생산비를 낮출 수 있다면 일반적인 스포츠 용품이나 일반 승용차 차체 등으로도 쓰일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전주=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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