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하이볼 시장…중국 '우량예'도 도전장

정혜인 2024. 6. 14.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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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량예 '우량하이볼 첫 시장으로 한국 선택
브랜드 인지도 높이고 새 먹거리 발굴 목표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

중국 백주(바이주)기업 우량예그룹(Wuliangye)이 하이볼 신제품 '우량하이볼'을 한국에 처음으로 선보인다.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국내 하이볼 RTD(Ready to Drink) 시장을 공략하는 한편 '우량예(오량액)'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기 위해서다.

중국 백주 담은 하이볼

우량예그룹은 14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에서 우량하이볼 출시 기자간담회를 갖고 신제품을 소개했다.

우량하이볼은 중국 백주 우량예 원액에 탄산과 정제수를 담은 RTD 주류다. 국내 스타트업 링크앤코퍼레이션이 우량예그룹에 '우량예 원액을 활용한 RTD 음료'를 제안했고, 우량예가 이를 받아들여 성사된 제품이다. 우량예가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링크앤코퍼레이션이 한국 판매를 맡는다.

우량예는 명나라 초기에 만들어지기 시작해 650년의 역사를 가진 중국 농향 백주다. 백주는 곡물을 발효해 증류한 중국 전통 증류주다. 농향 백주는 알코올 향과 쓴맛이 덜하고 향긋한 냄새가 난다. 우량예는 쓰촨(사천)성에서 생산된다. 중국 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전통 주조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성질이 다른 오곡(수수·찹쌀·쌀·옥수수·밀)을 사용해 파인애플과 꽃 향이 짙은 것이 특징이다.

우량예는 중국 백주를 대표하는 브랜드 중 하나지만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다. 황진욱 링크앤코퍼레이션 대표는 "우량예는 중국 최고의 농향형 백주를 만드는 기업이지만 한국에서는 굉장히 저평가가 돼 있는 술"이라며 "판매가 약 50만원의 프리미엄 제품들이 주로 유통되는 등 라인업이 제한적이고 판매량도 저조했다"고 설명했다.

/ 사진=정혜인 기자 hij@

이에 우량예는 한국 시장 내 브랜드 인지도를 제고하기 위해 더 많은 고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RTD 주류 우량하이볼을 출시하게 됐다.

우량하이볼은 우량예 원액을 함유해 일반적인 위스키 함유 하이볼과는 차별화된 맛을 느낄 수 있다. 특히 주정을 섞지 않고 백주 원액만 넣은 것이 특징이다. 알코올 도수는 7%이며, 우량예의 큰 특징 중 하나인 짙은 파인애플 꽃향에 이어 마지막에 곡물의 풍미까지 느낄 수 있다.

우량예 고유의 향을 즐길 수 있는 오리지널, 상큼한 맛을 더한 레몬맛 등 2종으로 출시된다. 제품 패키지에는 쓰촨성의 상징인 판다 로고와 쓰촨성의 매운맛을 표현한 빨간색(오리지널)을 사용했다. 제품은 오는 20일부터 전국 GS25, GS더프레시에서 판매되며, 7월 초부터는 이마트에서도 선보인다.

한국 넘고 세계로

우량예그룹은 백주 외에도 와인 등 다양한 주류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하지만 하이볼 RTD를 내놓는 것은 한국이 처음이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젊은 소비자들이 독한 술보다는 저도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 내에서도 알코올 도수가 높은 데다, 고가인 백주의 점유율은 점차 감소 중이다. 이 때문에 우량예를 포함한 많은 백주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반면 해외의 저도주 RTD 시장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추세다. 황 대표는 "일본의 경우 맥주 시장의 규모는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RTD 시장은 13년 연속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RTD 제품군 중 알코올 도수 7도 이상의 제품은 약 5.7배, 하이볼은 4배 성장하면서 기존 주류제품 성장률을 상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도 일본 RTD와 같은 개념인 '하드셀처(Hard Seltzer)'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황 대표는 "미국 하드셀처 시장은 2020년 2조원에서 2021년 약 3조원 규모로 50% 정도 시장이 커졌고, 2016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128%에 달한다"며 "전 세계 하드셀처 시장은 2020년 대비 2030년 4배 성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고 강조했다.

14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에서 진행된 ‘우량하이볼’ 출시 간담회에서 우량하이볼의 한국 판매를 담당하는 링크앤코퍼레이션의 황진욱 대표가 신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우량예 제공

한국 역시 이 같은 트렌드의 초입에 들어선 상황이다. 우량예는 한국을 '테스트베드'로 삼고 우량하이볼의 첫 출시국가로 낙점했다. 한류를 통해 중국 외에도 다른 아시아권으로 전파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결정이다.

황 대표는 "우량예 원액 가격을 감안할 때 현재 우량하이볼 가격은 상당히 낮은 수준으로 책정됐다"며 "한국 내 매출 증대를 목표로 한 게 아니라 마케팅을 위한 투자비용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량하이볼은 우선 국내에 50만캔의 제품이 입고됐다. 향후 중국음식과의 페어링 등을 내세운 마케팅을 통해 다양한 소비자 접점을 마련하는 것으로 목표로 하고 있다. 조만간 서울 성수동에서 팝업스토어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추후에는 중국 내에 판매될 예정이며 일본, 미국의 판매 채널과도 관련 협의를 진행 중이다.

조경 사천성의빈우량예그룹수출입유한공사 국제판매부장은 "우량예는 쓰촨에서 태어나 쓰촨에서 자란 중국 백주의 1000년 역사를 계승한 대표 주자"라며 "우량하이볼이 글로벌 음료의 새로운 유행을 이끌고 나아가 백주 산업 발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저도주 트렌드

최근 국내 하이볼 시장이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자 우량예 외에도 많은 주류·유통업체들이 관련 제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있다. 특히 편의점들은 저도주를 선호하는 젊은 고객을 겨냥해 '차별화 제품'으로 하이볼을 택했다.

CU는 지난 4월 리큐르 제조사 '부루구루'와 함께 레몬 슬라이스를 더한 '생레몬 하이볼'을 출시했다. 하이볼을 직접 만들어 마실 때 레몬을 넣어 먹는 것에서 착안, 얇게 썬 레몬 슬라이스를 캔 안에 넣어 만든 상품이다. 이 제품은 높은 인기를 끌면서 누적 판매량 130만개를 넘어섰다.

CU 내에서 하이볼을 포함한 기타 주류의 매출 비중은 지난해 3.7%였으나 이 제품 출시 후 8.4%로 급증했다. 와인(2.0%), 양주(3.0%), 막걸리(7.5%)까지 모두 제친 수치다. CU의 하이볼 매출액은 2023년 전년보다 553.7% 늘었고, 올 1~5월에도 전년 대비 92.8% 성장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2월부터 RTD 캔 하이볼 제품을 잇따라 선보이는 중이다. 지난해 2월에는  제주 흑돼지 식당 '숙성도', 부루구루와 손잡고 개발한 '숙성도하이볼'을 내놨는데, 숙성도 직영 매장 내에서만 수만잔이 팔렸다.

세븐일레븐 스카치위스키하이볼, / 사진=세븐일레븐 제공

지난 5월에는 위스키 증류소 '화이트앤맥키'의 스코틀랜드산 스카치 위스키 원액을 20% 사용한 '몰트위스키하이볼'을 출시했다. 또 글로벌 세븐일레븐 네트워크를 활용해 일본 편의점 내 인기 제품인 '스카치위스키하이볼'도 단독 소싱해 판매 중이다. 세븐일레븐에서도 올 1월부터 5월까지 하이볼 매출액이 전년 대비 9.5배 증가했다.

외식업체들 역시 이색 주류 상품으로 하이볼을 추가하고 있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노브랜드 버거는 SSG랜더스필드점 전용 메뉴로 '에반 윌리엄스 하이볼'을 판매 중이다. 주로 맥주가 많이 팔리는 야구장 내 매장임에도 이 제품은 일 평균 100잔씩 판매되고, 주말에는 200잔씩 팔린다. KFC도 압구정로데오점 한정메뉴로 '켄터키 버번 하이볼'을 내놨다.

이외에도 롯데칠성음료는 스카치 위스키 원액을 베이스로 사용한 하이볼 제품 '스카치하이 레몬'과 '스카치하이 진저라임'을 출시했다. 롯데칠성브랜드팀과 롯데중앙연구소 하드 드링크팀이 다년간 연구한 제품이다. 또 제주맥주도 대한제분과 함께 '곰표 하이볼'을, 카브루는 롯데웰푸드와 함께 '스카치 캔디 하이볼'을 내놓는 등 수제맥주업체들도 이 같은 트렌드에 동참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젊은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저도주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며 "집에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RTD 형태의 제품이 계속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혜인 (hij@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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