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하는 사람?"→"의협이 손 뗄까요?"…전공의·의협 또 신경전

박정렬 기자 2024. 6. 14.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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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전공의 리스크'…총파업 명분 있나
(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이 13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사태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제4차 비공개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6.1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도우 기자


전공의와 대한의사협회(의협) 간 갈등이 의사 총파업의 '리스크'(위험 요소)로 떠올랐다. 대정부 투쟁의 단일대오를 강조할수록 의협 회장과 전공의 대표 간 '신경전'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다음 주 예정된 의사 총파업이 '전공의 구제'를 주요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또다시 전공의 대표가 '마이웨이'를 선언하면서 의협은 '전공의 문제 전면 불개입'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14일 의료전문지 '청년의사'에 따르면 임현택 의협 회장은 전날 밤 10시쯤 전공의가 모인 단톡방에 "의협이 전공의 문제 더 이상 신경 쓰지 않고 손 뗄까요? 그거 바란다면 의협도 더 이상 개입하고 싶지 않다"고 불쾌한 감정을 드러냈다.

이어 "의협은 정부와의 대화, 투쟁 전부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에 맡기고 손 떼고 싶다"면서 "집행부하고 의협 전공의 문제 전면 불개입 진지하게 논의하겠다. 원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방식으로 푸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임 회장은 "이번에도 의협이 개입하는 거 원치 않는다면서 4억원 달라고 공문은 보냈더군요. 중간 착취자라고 욕은 하고 준 돈은 받나요?"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임 회장은 이에 앞서 단톡방에 같은 날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그를 비판한 SNS 글을 다룬 기사를 공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 글에서 "임현택 (의협) 회장은 도대체 뭐 하는 사람이죠?"라며 "벌써 유월 중순입니다. 임현택 회장은 이제는 말이 아니라 일해야 하지 않을지"라고 실명을 앞세워 '작심 비판'에 나섰다.

이날 의협은 의대 교수 단체와 각 대학 비상대책위원장과 연석회의 후 브리핑에서 △의정갈등의 '대화 창구'가 의협으로 통일됐고 △정부와 '통일된 요구안'을 가지고 휴진 철회 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말까지 정부가 응하지 않을 경우 △범의료계 대책위원회를 구성, 전국적인 휴진과 총궐기대회 등 강경 투쟁을 진행한다고 엄포를 놨다.

박 비대위원장은 SNS 글에서 의협의 이런 주장을 모두 부정했다. 그는 "단일 대화 창구? 통일된 요구안? 임현택 회장과 합의한 적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범의료계 대책위원회도 "안 갑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여전히 전공의와 학생만 앞세우고 있지 않나요"라며 "대한전공의협의회의 요구안은 변함없다"면서 의협 주도의 대정부 협상을 경계하는 태도를 취했다. 박단 비대위원장과 임현택 회장은 지난달 초에도 의협 주도의 '범의료계 대책위원회' 구성을 두고 서로 반목하는 모습을 보인 적이 있다.

(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이 3일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에서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업무개시명령 취소, 진료유지명령 취소,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 취소 소송을 제기한 후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4.5.3/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전공의는 이번 의료공백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다. 의정 갈등 자체가 지난 2월 전공의들이 자발적으로 집단 사직하면서 시작됐다. 오는 17일부터 응급실·중환자실 등 필수 의료분야를 제외한 정규 외래·수술의 '무기한 전면 휴진'을 선언한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대위는 휴진 철회의 조건으로 전공의에 대한 정부 행정처분의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울산대 의대(서울아산병원), 연세대 의대(세브란스병원) 등 다른 의대 교수들도 집단 휴진의 주요 명분으로 '전공의 지키기'를 내세운다.

문제는 전공의들의 의견 수렴 구조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자발적 사직이란 '게릴라전'을 펼친 뒤 집행부가 해산할 때부터 복귀도 개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 전공의들은 필수 의료 정책 패키지와 2000명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부당 명령 전면 철회와 정식 사과 등 7가지 조건을 내걸며 집단 사직에 돌입했다. 현재로서는 이 조건을 전체 수용하는 것 외에 '협상'으로는 의협이나 의대 교수, 심지어 전공의 대표조차 사직 전공의를 돌아오게 할 방법은 없다는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박종훈 고려대 의대 교수는 지난달 한 미디어포럼에서 "현재 전공의들은 본과 3~4학년인 문재인 정부 때 (파업으로) 힘든 경험을 했다"며 "자신들을 투쟁의 전면에 내세웠던 의료계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고 방치했다. (그 경험으로) 현재 전공의들을 컨트롤할 할 수 있는 힘은 의료계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공의 조직이 와해해 협상 창구가 없고, 나간 전공의가 누구 말을 듣고 언제 돌아와야 하는지 (복귀를 위한) 출구전략이 없어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전공의가 정부에 협상이 아닌 일방적인 수용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의협 주도의 협상에까지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오는 18일 의사 총파업의 명분이 사실상 없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환자와 국민이 원하는 것은 전공의가 복귀해 의료공백이 해소되는 것인데, 의협과 의대 교수 단체가 '통일된 단일안'이라며 정부에 전공의 행정처분 취소를 약속받은들 전공의가 제시한 다른 조건이 다뤄지지 않으면 이들이 병원에 복귀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이다.

박정렬 기자 parkj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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