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늪’에 빠진 강기정 광주시장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은
“광주 위상·자존심 걸린 문제” vs“지지율에 연연 바람직하지 않아”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민선 8기 취임 초 반짝 상위권에 머문 이래 줄곧 하위권의 늪에 빠져있는 강기정 광주시장의 직무평가 지지율이 광주 군공항 무안이전 반대 집회에서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11일 오전 전남 무안군 일로읍 전통시장 부근 소공원에서 열린 집회에서 연단에 오른 무안지역 인사들은 강 시장이 최근 부쩍 군 공항 무안이전의 고삐를 죄고 있는 것은 자신의 낮은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한 정치적 술책때문이라고 공세를 폈다.
낮은 지지율, 무안 군 공항 반대집회서도 '도마 위'
이날 집회 주최자인 김용완 일로읍 번영회장은 "광주민심이 바닥인 강기정 시장이 이를 만회하기 위한 정치적 전략으로 광주 전투비행장 이전을 활용해 무안군민을 괴롭히고 힘들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상옥 전 목포무안신안축협 조합장도 "우리 무안군수는 인기 탑이다. 강기정 시장은 자세히는 몰라도 들리는 소리에 의하면 인기가 바닥을 친다고 한다. 그 쇼맨십으로 일로읍을 찾아 광주시민들에게 언론 플레이하는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꼬집었다.
집회 참석자들도 그들의 발언이 다소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감되는 부분이 많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만년 지지율 하위권 단체장' '인기 없는 단체장'이라는 강 시장의 치부가 공개된 장소에서 뜻밖에 소환된 셈이었다.
발목 잡는 직무평가 지지율 현주소는
갈길 바쁜 강 시장 입장에선 한낱 개인적 인기도 조사에 불과할 수도 있는 낮은 지지율이 입살에 오른다는 자체가 마뜩치 않은 일이다. 더구나 일부에서 이를 정치 공세의 빌미로 삼을 경우 시정 동력을 떨어뜨리는 악영향까지 미칠 수도 있다. 해당 여론조사기관이 올해부터 10위권 이하 성적표를 공개하지 않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강 시장의 직무수행평가 지지율 현주소는 어디쯤일까. 강 시장은 취임 한 달이 지난 2022년 8월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발표한 17개 광역지방자치 단체장 직무평가에서 지지율 56.8%로 정점을 찍은 뒤 이후 마치 썰물 빠지듯이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그나마 10위권 안에 들었던 지지율이 취임 3개월째에는 전달보다 무려 6단계나 떨어져 14위를 기록했다. 이후 줄곧 벗어나지 못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리얼미터 조사에서도 김영록 전남지사가 22개월째 연속 1위를 기록한 반면 강 시장은 10위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취임 이후 두 달을 빼고 하위 박스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강 시장이 직무평가 지지율 바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4년 임기를 마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또 다른 여론조사 결과의 추이도 엇비슷하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전국 유권자 2만1030명을 대상으로 거주 지역의 광역단체장의 직무수행 평가 조사에서도 강 시장은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강 시장이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5%로 긍정평가 순위가 전체 14위에 그쳤다. 반면 김영록 전남지사는 긍정평가가 60%를 기록해 전체 2위를 보였다. (자세한 조사 내용과 개요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및 리얼미터, 한국갤럽 홈페이지 참고)
엇갈린 시각…"단순 참고용일 뿐" vs "그냥 넘길 일 아냐"
일각에선 여론조사는 '단순 참고용'일 뿐이라며 평가 절하하는 시각도 있다. 직무 수행 평가만으로 자치단체장의 성적을 매기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단체장 직무평가 여론조사가 지역별 정치적 성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 시장이 야박한(?) 평가를 받는 데는 전남지역과 달리 현역 단체장에 대한 평가가 박한 광주시민의 정치적 성향도 한몫했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김영록 지사는 전통적으로 현직 도지사에게 높은 지지를 보내주는 지역 분위기와 도민 성향의 덕을 입었다는 관측이 있다. 국비 확보·전국체전 개최 등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 지사에 대한 이번 평가는 타 지역보다 현역 단체장에 대한 지지율이 높은 전남도민들의 성향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결과라는 얘기다.
여기에 중앙정치 활동 후 광주로 내려온 강 시장은 지역사회와 융화하는 데 필요한 시일과 기회가 충분치 않아 억울한 측면도 있다. 지방선거 당시 더불어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강 시장이 이용섭 시장과 치열하게 경합하면서 갈라진 민심의 여파가 남은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종의 '승자의 저주'인 셈이다.
반면 그냥 지나칠 일이 아니라는 시각도 팽배하다. 강 시장의 바닥권 지지율은 '광주의 위상과 시민 자존심이 걸린 문제로 흐지부지 넘어갈 일이 아니다"는 지적이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이웃 김영록 지사가 민선 8기에 들어서 22개월 연속 지지율 1위를 기록한데는 다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지난 민선 7기 재임 시절에도 직무평가에서 맨 앞에 섰던 김 지사는 '행정의 달인'이라는 별명답게 굵직하고 번잡한 지역 현안을 무난히 처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모나지 않은 성품과 차분한 업무 스타일도 고령층이 많은 도민들에게 호감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광주 한 시민단체 관계자의 말이다.
"우리가 강 시장의 지지율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분명하다. 시민들이 어떤 눈높이로 광주시 행정을 바라보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척도임에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국 시장과 도지사의 직무 수행 평가는 여론조사의 단골 메뉴다. 여러 여론조사 기관에서 잦은 빈도로 조사가 진행되고, 17개 시·도지사끼리의 비교도 이뤄진다. 그런 만큼 평가 결과는 시민들에게 관심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심지어 단체장 직무평가 순위를 해당 지역의 경쟁력 등과 등식화하는 경향마저 없지 않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강 시장이 지지율의 함의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는 이유다."
민선 8기 후반기에 타개책 찾나
오는 7월 초에 민선 8기 단체장 임기가 반환점을 돈다. 전국 17개 시도지사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직무평가 지지율 늪에 빠진 강 시장이 하위권을 벗어나는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역정가 안팎에선 정치인 출신으로 강성 이미지의 강 시장이 언행이나 소통 측면에서 한층 유연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리더십 변화는 행정가로서 상대적 약점이라고 지적되던 '불통' 이미지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른바 '5+1 현안사업'들이 하나, 둘씩 꼬인 실타래를 풀어내며 속도를 내면서 시정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도 저조한 지지율 타개의 긍정적인 신호다. 5+1은 복합쇼핑몰 유치, 전방·일신방직 부지 개발, 백운광장 지하차도 설치, 지산 나들목(IC) 진출로 개통, 어등산 관광단지 개발, 군 공항 이전 사업이다.
이 뿐만 아니다. 강 시장이 홍준표 대구시장과 민선 8기 달빛동맹 강화 협약을 체결하고 광주 군 공항 이전과 대구·경북 통합 신공항 건설을 위해 특별법 제정에 성공한 점도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가장 큰 결실은 달빛철도다. 달빛철도는 2030년까지 4조5000억원의 사업비가 투입되는 광주~대구 철도 건설 사업이다. 새로운 지방시대의 모범 사례이자 남부거대경제권 형성의 초석이다. 현재 1차적으로 단선 철도 추진 방식으로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가 추진되고 있다.
광주 정가 관계자는 "시정 성과가 하루 아침에 나타나는 것이 아닌 만큼 이제 임기 반환점을 도는 시점에서 지지율 지표에 지나치게 연연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강기정 시장이 가진 특유의 추진력이 발휘돼 주요 현안들이 속속 풀려가면서 점차 분위기가 바뀌어 가고, 시정이 안착돼 가는 만큼 차차 시민들의 호감도가 상승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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