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림역 묻지마 칼부림’ 조선, 2심서도 무기징역

서울 관악구 신림역 일대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을 향해 무차별 칼부림을 벌여 행인 한 명을 숨지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조선(34·曺先)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앞서 검찰은 사형을 구형했다.

4명의 사상자를 낸 '신림역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조선이 작년 7월 28일 오전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김지호 기자

서울고법 형사8부(재판장 김재호)는 14일 살인, 절도, 모욕 등 혐의로 기소된 조선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검찰과 조선 측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 판단을 유지했다. 갈색 수의를 입고 수갑을 찬 채 출석한 조선은 이날 법정에서 선고를 듣는 내내 눈을 감거나 고개를 숙인 채 있었다.

재판부는 “백주대낮에 다수 시민이 돌아다니는 곳에서 극도로 잔인하고 포악한 방식의 범행을 저지르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무 잘못 없는 피해자 한 명의 고귀한 생명이 희생되고, 세 명은 막대한 육체적 및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 모두 성실하게 살아온 청년들로 피해자들이 느꼈을 공포와 무력감은 감히 헤아릴 수 없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 4월 열린 결심에서 “조선은 이미 조사 과정에서 ‘피해자를 죽이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혐의) 일체를 자백했다. 살인 혐의에 대한 인적, 물적 증거가 명백하다”며 사형을 선고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그가 누구이든 존엄하다. 법원으로서는 특수성 및 엄격성을 고려해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면서 “영원히 격리하면서 사형 다음으로 무거운 무기징역 선고를 했다”며 사형을 선고하진 않았다.

조선은 2심 선고를 나흘 앞둔 지난 10일 이른바 ‘기습공탁’을 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공탁은 피해자와 합의하지 못한 피고인이 피해 회복 차원에서 법원에 돈을 대신 맡겨놓는 것을 가리킨다. 다만 공탁금을 맡기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수령 의사 등에 대한 확인 절차가 없어 이처럼 선고 직전에 내는 공탁금은 피해 회복이 아닌 감형을 노린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조선은 작년 7월 21일 오후 신림역 인근 골목에서 식칼을 수차례 휘둘러 20대 남성 1명을 살해하고, 30대 남성 3명을 다치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이러한 범행을 실행하기 위해 인천 자택에서 택시를 타고 출발해 할머니 집이 있는 서울 금천구에 도착해 인근 마트에서 식칼 2개를 훔치고(절도), 또다시 택시를 타고 신림역으로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 차례 택시를 타면서 합계 4만여원에 이르는 돈도 내지 않고 도주하는 등 무임승차한 혐의(사기)도 있다.

또 지난 2022년 12월 27일 익명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특정 게임 유튜버를 가리켜 ‘동성애자 같다’는 취지의 글을 올린 것으로 조사돼 모욕 혐의도 적용됐다. 조선은 지난 2010년 신림동의 술집에서 생면부지의 사람을 소주병으로 폭행해 집행유예를 받은 사실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