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리본 달고 연주한 예루살렘 현악사중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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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저녁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아이비케이(IBK) 체임버 홀 무대에 '예루살렘 현악사중주단'이 올랐다.
단원 네 명 가운데 바이올리니스트 두 명과 첼리스트는 오른쪽 가슴 위쪽에 큼직한 '세월호 리본'을 달고 있었다.
이번 공연을 주최한 인아츠프로덕션 관계자는 "단원 두 명은 러시아 태생"이라며 "러시아와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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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엘리자베스 콩쿠르 우크라 우승자, 러 심사위원 악수 거부
지난 13일 저녁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아이비케이(IBK) 체임버 홀 무대에 ‘예루살렘 현악사중주단’이 올랐다. 단원 네 명 가운데 바이올리니스트 두 명과 첼리스트는 오른쪽 가슴 위쪽에 큼직한 ‘세월호 리본’을 달고 있었다. 이들의 재킷과 셔츠, 구두와 양말까지 모두 검은색이어서 가슴에 단 노란색 리본이 더욱 도드라져 보였다.
이들은 스메타나의 현악사중주 1번 ‘나의 생애로부터’와 쇼스타코비치 현악사중주 7번, 그리고 베토벤의 현악사중주 8번 ‘라주모프스키’를 차례로 연주했다. 중간 휴식 시간에 청중들은 리본의 의미를 놓고 설왕설래하기도 했다.
앙코르 2곡을 더 연주하고 공연을 마친 이들은 청중을 상대로 사인회를 열었다. 제1 바이올린 연주자 알렉산더 파블로프스키에게 리본의 의미가 뭐냐고 물었다. 그는 “인질(hostage)이 돌아오기를 바라는 의미”라고 짧게 설명했다. 비올리스트는 “리본을 부착했는데 떨어져 나갔다”고 했다. 이번 공연을 주최한 인아츠프로덕션 관계자는 “단원 두 명은 러시아 태생”이라며 “러시아와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의미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단원 4명 모두 유대인인데, 제2 바이올린 연주자는 우크라이나, 첼리스트는 벨라루스에서 태어나 이스라엘로 이주했다. 1993년 창단한 이들은 30년 넘게 활동하며 16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중간에 비올라 연주자가 한 번 바뀌었을 뿐, 큰 변동 없이 꾸준하게 활동해 왔다. 2015년 통영음악제 참석 이후 9년 만의 내한 공연이다.
이들이 정치 메시지를 낸 적은 없다. 하지만 지난 5월 이들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공연이 음악계의 이슈로 떠올랐다. 이곳의 유명한 공연장인 로열 콘세르트헤바우가 반 이스라엘 시위를 우려해 이들의 공연을 취소한다고 발표한 것. 이 무렵 암스테르담대학은 가자 지구 전쟁 관련 시위로 폭동진압 경찰이 학생들과 격렬하게 대치했고, 이틀 동안 대학을 폐쇄할 정도로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그러자 세계 각지의 음악가들이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파보 예르비, 바이올리니스트 조슈아 벨 등 전 세계 음악가 7천명이 공연을 열라고 촉구하는 탄원서에 동참했다. 결국 콘세르트헤바우 쪽은 예정했던 2차례 공연을 1회로 줄이고, 철근 장벽을 둘러치는 등 안전 조처를 강화한 뒤에 공연을 열었다.
공연계에 밀어닥친 우크라이나 전쟁의 파고도 가시지 않고 있다. 지난 6일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크라이나 출신 바이올리니스트 드미트로 우도첸코(24)가 우승했다. 그는 시상식에서 심사위원 가운데 한 명이던 러시아 바이올리니스트 바딤 레핀의 악수를 거부했다. 1989년 퀸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한 바딤 레핀은 러시아 스타 무용가 스베틀라나 자하로바의 남편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지난 4월 잡혔던 자하로바의 내한 공연이 ‘친푸틴 행적’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취소된 바 있다. 자하로바는 러시아 두마(연방의회 하원)를 두 차례 역임했고, 우크라이나 태생인데도 2014년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에 찬성해 우크라이나에서는 ‘매국노’ 취급을 당한다. 이후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들이 출연하는 세종문화회관 공연도 출연자 교체, 프로그램 변경 등 우여곡절을 거치며 결국 취소됐다.
임석규 기자 sk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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