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개정 물꼬 트는 이복현 “‘주주 포함’이란 입장 명확” [종합]
“비례적 이익은 아니다”
■ “이사 충실의무 대상 주주까지 확대”
이 원장은 14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상법 개정 이슈 브리핑’에서 “금감원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이 주주로까지 확대돼야 한다는 점에서 입장이 명확하다”고 강조했다. 현행 상법은 ‘회사’만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어 대주주가 일반 주주 이익에 부합하지 않거나 되레 위배되는 결정을 하게 된다는 비판이 있어온 데 따른 주장이다.
다만 상법 개정 관련 법무부, 기획재정부 등 정부 입장이 정해진 바는 없는 상황에서 이 원장은 홀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 원장은 “개별 의견을 내는 게 혼란을 초래한다는 단점도 있지만, 정부가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방법으로써 필요하다”며 “정부 의견이 정해지면 누구보다도 이를 강하게 지켜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 원장은 앞서 지난 12일 열린 ‘자본시장 선진화를 위한 기업지배구조’ 세미나에서도 “후진적 기업 지배구조를 해결하기 위해 상법상 이사의 충실 의무를 ‘회사 및 주주의 이익 보호’로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미국 델라웨어주 회사법과 모범회사법 등의 사례를 들었다.
실제 해당 법엔 이사의 충실의무와 그 위반에 따른 법적 책임 대상에 회사와 주주를 병기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위반 사항이 발견되면 주주가 직접 제소할 수 있다. 영국 회사법에도 ‘회사의 이사는 전체로서의 주주의 이익을 위하여’라는 문구가 포함돼있고 일본 회사법엔 회사만 기재돼있으나 판례 및 해석론상 주주의 공동이익을 배려할 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다만 그는 현재 상법에 포함시키려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에서 ‘비례적’이라는 단어는 빠져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이 원장은 “정량적으로 모든 주주의 이익을 1대 1로 고려하자는 의도가 아니기 때문”이라며 “자본거래나 특이한 형태의 거래 등 이해관계를 명확히 판정하기 어려운 경우엔 회사가 불가피하게 그런 결정을 했더라도 보상 등을 통해 균형감을 갖자는 것이지 비례적으로 (균일하게) 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 “배임죄, 삼라만상 다 처벌”
이 원장은 이날 ‘배임죄 폐지’ 카드도 함께 꺼내들었다. 그는 “배임죄로 인해 이사회 의사결정이 과도하게 형사처벌과 수사기관의 판단 대상이 되고 있다”며 “(처벌 범위를 줄이기 위해) 법원도 이사회 임무를 좁게 해석해오는 문제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어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액 주주 보호가 다소 미흡할 경우 이를 바로 의무 위배로 인정하게 된다면 배임죄 위반으로 귀결되는 문제가 있다”며 “이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배임죄 폐지 카드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는 상법 개정과 맞물려 있다. 상법 개정으로 소액주주 보호 장치를 두는 동시에 이사회 의사결정의 적극성도 확대하자는 위지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사람이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하는 죄’를 일컫는다. 언뜻 보면 당연히 처벌돼야 하는 행위지만, 실무적으론 이사회 손발을 묶어 소극적으로만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걸림돌이라는 게 이 원장 시각이다.
그는 “삼라만상을 다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표현하며 “미필적 고의가 있었는데, 주된 의도는 회사를 위한 것이라고 해도 그 과정에서 일부라도 피해가 있을 수 있겠단 생각만 들면 다 처벌이 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에 그는 “(상법에서) 소액주주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일과 배임죄 처벌을 없애거나 혹은 명확히 하는 작업은 병행돼야 할 과제”라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가 서로 ‘윈윈’하는 구조를 만들어가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원장은 “현실적으로 폐지가 어렵다면 구성 요건에 ‘사적 이익 추구’ 같은 구체적 사안을 명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며 “그것도 아니라면 형법상 규정된 특별배임죄만이라도 폐지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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